Term 1 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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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m 1 덕담

0 개 1,307 김준

한 해 공부의 시작을 알리는 첫번째 Term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Covid19 여파도 거의 가라앉아서 뉴질랜드의 곳곳이 일상의 리듬을 회복하고 있고 학교 또한 예전의 학사운영 방침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올해 Y11에 올라가는 학생들은 아마 3년만에 처음으로 ON LINE 수업이 없는 시니어 학창생활을 경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생각하고 또 동시에 애쓰신 모든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각급학교의 학사일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다보니 이제 학교교육이 정상적인 방향으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이나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접할때가 종종있습니다. 사실 지난 3년간 Covid 와 함께했던 교육정책은 그렇게 바람직했다고 보기는 좀 어려울듯 합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쳐도 말이지요. 음...  ‘파행’이라고까지는 말할수 없겠지만 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지나쳐보이는 선심성 정책도 시행됐었고, 학교 자체적으로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혜택을 부여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던 친구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었습니다. 


성적이란 노력의 결과가 아닌 정보력과 부정행위의 결과라고 공공연히 떠들어대는 아이들이 생겨났고 심지어는 이런 호시절이 그리워서 또 다른 팬데믹을 고대하는 아이들까지 드문드문 눈에 띕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중엔 ‘설마 그럴리가..’ 라며 못미더워 하시는 분들도 계실거고 ‘쯔쯔.. 어린것들이란..’ 하시며 혀를 차는 분들도 계실수 있습니다. 만약 전자에 해당되신다면 주변에 올곧은 학생들만 넘쳐나는 분이시니 감사하셔야 할 것이고 후자에 해당되신다면 연세에 맞게 적절한 처세를 하시는 것이나 또한 감사할 이유가 될겁니다.  


저의 경우는, 아무래도 하는 일이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하다보니 이런 부정적인 학습관의 형성이 또 다른 이유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조금은 더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일까요.. 개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두려움’입니다.



이것은 마치 부정과 게으름이 만연하던 업무부서에 깐깐한 수장이 부임할 때에 부서원들이 느끼는 두려움과도 비슷합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복지부동’의 원칙 아래에서 무탈했었는데 당장 오늘부터 ‘열혈직원’으로 변신해야만 눈밖에 나지 않을거 같고,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불노수입’의 짭짤함에 배고픈줄도 모르고 살았는데 이젠 그 모든 행복했던 날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할거 같고..

 

참으로 예상치 않았던 날벼락이고 오지 않기를 바랬던 불행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런 급격한 상황의 변화는 필수적으로 두려움을 수반합니다. 어느정도나 열심히 일을 해야 중간은 갈 것인지.. 몇시에 퇴근을 해야 눈치가 보이지 않을런지.. 점심식사시간을 몇 십분으로 해야 잔소리 듣지 않을것인지.. 등등의 자잘한 걱정들은 앞으로 살아내야 할 암울한 일상과 맞물려 불안감과 두려움을 증폭시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이런 근심과 걱정에는 합리적인 근본이 없다는 것을 당장에 알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활이 비정상적이었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정상적인 것이니 상식적으로 인정될만한 자세만 지킨다면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리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우리 아이들의 학습과정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현재 뉴질랜드 학생들의 대부분은  온라인 수업을 경험해 봤습니다. 도시락에 운동화까지 책가방에 구겨넣고 허겁지겁 학교까지 달려가던 이전과는 달리 온라인 등교길은 눈꼽 떼고서 딱 2분이면 끝입니다. 더구나 파자마로 교복을 대체할수 있는건 ‘안 비밀’입니다. 시험때가 다가오면 선생님께서 예상문제를 뽑아주십니다. 평소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어여삐 여기신 선생님의 호의만 잘 이용하면 만사 OK입니다. 카메라로 감독을 한다고 하지만 세상 모든 카메라엔 사각지대가 있는 법입니다. 친구들이 치팅을 해서 점수를 올리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고 또 동시에 올려본 적도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한 순간에 성적이 일취월장한 언니 오빠들은 평소엔 꿈도 꾸지 못했던 학과에 지원한다면서 으스댔습니다. 자신도 저렇게 손쉽고도 멋진 입시를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With COVID정책이 시행되면서 더 이상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지 않았던 2022년도 사실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었습니다. 학교에선 과정 개편을 통해 인터널 시험을 늘리고 익스터널 시험을 줄이는 정책을 적용했습니다. 일년 내내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며 준비하는 익스터널 시험에 비해 인터널은 단기간에 상대적으로 손쉬운 방법으로 점수를 제공했습니다. 더구나 학교에 따라 수업시간에 연습문제를 풀어보고는 그와 거의 똑같은 문제를 시험문제로 출제하기도 했었습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여유롭고 무탈한 지난 몇 해였던듯 합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나갈 2023년엔 그런 손쉬운 학습 지름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아 온 연간 학습계획을 살펴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뉴질랜드의 다른 지역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클랜드의 학교들은 COVID 이전의 학사일정을 거의 다 회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말해 2020년 이전의 피곤하고 빡빡하고 정신없이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젠 파자마입고 수업듣는 일은 없을 것이고 치팅으로 점수받기는 거의 불가능해 질 것이고 인터널 시험만 잔뜩 치루어서 고득점을 취득하는 기적은 ‘연목구어’가 되어버렸습니다. 모든것이 ‘정상’으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솔직히 학생의 입장이라면 저라도 벌써부터 진저리가 쳐질것만 같습니다. 한참 놀기 좋아할 아이들을 몇 년간이나 느슨하게 풀어놓았다가 이제 때가 되었다며 다시 조여매기 시작한다면 누가 좋아하고 누가 순순히 따라 올까요. 당장에 작년 선배들하고 다르게 가르친다면서 볼맨소리를 할것이 뻔하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정상입니다. 이것이 원래 당연히 그랬어야 할 모습이고 이것이 학교와 학생과 교육부가 의당 지켜야 자신들의 본분입니다. 너무 힘겨워질것 같다고 미리부터 불안해하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상적인 학습을 해 나가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그저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하면 됩니다. 숙제를 충실히 하고, 학습한 내용을 주기적으로 복습하고, 시험때가 되면 치팅할 생각하지말고 두번에 거쳐 열심히 준비하는 정도의 자세면 올 한해 2023년을 살아내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컬럼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고싶은 말을 적절한 표현으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내용을 대표하는 제목은 글의 가장 중요한 얼굴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3학년도에 부쳐’, ‘올해를 살아 낼 공부의 원칙’, ‘COVID 호시절은 이제 끝났다’... 등등 여러가지 제목을 생각해 보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하는 한 단어는 바로 ‘덕담’ 이었습니다. 


덕담은 명절이나 기념일을 맞아 어른들이 손 아랫사람들에게 축복의 의미로 건네시는 마음 훈훈한 기원의 말 입니다. 건강해라, 행복해라, 사랑해라, 예뻐져라, 부자되라 등등의 말씀이지요. 하나같이 모두들 마음의 소원을 이루길 응원하는 따듯한 자애의 표현입니다. 


과연 ‘상식적인 선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2023년에 시작된, 지난 몇 년과는 판이하게 다른, 어려운 공부의 장도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라’ 라는 말이 덕담에 속할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말의 내용으로는 약간 부적절해 보이지만 말의 의도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결론입니다.  


지난 20년간 학생들을 지도해 오면서 성공적인 입시결과를 이루어낸 학생들도 많이 보았고 또 아쉽게도 분루를 삼키는 학생들 또한 많이 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겐 저마다 다름대로의 목표가 있고 나름대로의 열심이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성공적인 결과는 상식적인 학습에서 이루어졌던듯 합니다. 


간혹 한해의 과정을 두달만에 마스터하는 학생도 있었고 2년이상의 선행을 하며 미리미리 길을 닦았던 학생들도 있었습니다만 그런 학생들은 아무래도 ‘평균’이라는 범주에 속할수는 없을 듯 합니다.



상식적인 공부방법.. 어릴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서 이젠 세상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학습방법.. 

숙제는 그날 그날. 

복습은 하루를 넘기지말고. 

예습은 5분만. 

시험준비는 두번에 걸쳐.


이런 원칙들이 중요하고 효과적인 이유는 대체 뭘까요? 당연히 실효성 때문입니다. 실제적인 효과가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적인 효과를 누렸던 선배들이 동생에게, 후배에게, 자신의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전수했던 방법들이 후대의  결과로 증명됐기에 가장 실전적이고 효과적이고 검증된 방법이라 말할수 있겠습니다. 단지 우리가 너무 많이 듣다보니 가벼이 넘길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학교 교과운영이 예전의 그것으로 되돌아온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참으로 복된 소식이 아닐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반 강제적인 방법으로라도 아이들에게 상식적인 선에서의 공부를 시킨다면 아이들은 이미 확인되고 검증된 방법을 실천하며 점점 더 자신의 목표에 가까워질것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의 첫번째 TERM이 시작되었습니다. 혹시 어떤 학생들은 벌써부터 학습과정의 저항을 느끼고 있을런지도 모릅니다. 패스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빠질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버거워질수도 있고 종국에는 손을 놓고 싶은 유혹에 빠질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런 학생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또 다른 덕담을 남기고 싶습니다. 

 

‘도끼는 저보다 강한 숫돌의 저항으로 날을 세웁니다. 

제 살을 깍아내며 날을 세웁니다. 

그래야 쇠붙이가 아닌 도끼가 됩니다.

철부지가 아닌 학생이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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