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정치인과 베토벤 바이러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심혜원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쌀 직불금 정치인과 베토벤 바이러스

0 개 3,829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You say you care about the poor, but you walk past them in the street; you hypocrite!(당신은 말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걱정하지만, 길거리에서 당신은 그들을 그냥 지나쳐 간다. 그러므로 당신은 위선자다.) 나는 말로는 정의를 외치지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쓰라린 대가를 지불하라고 하면 망설인다. 그러면 나는 위선자다. 선거때면 국민을 위한 종복이 되겠다고 외치 다가도, 당선되고 나면 벼룩의 간 같은 쌀 직불금까지도 빼먹으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정치인들, 그들은 위선자다. TV에 나와 너무 사랑해서 한 시도 떨어져 있기 싫어하는 잉꼬 부부처럼 애정을 과시하다가도, 이혼할 때는 그 모든 닭살 같은 일도 배우 부부인 그들의 연기 였던 것으로 드러난다. 그들은 위선자다. 너무 많이 보아 익숙해져 이제는 가슴 속에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하고 바라보는, 일상 생활 속 우리들의 모습이다.

2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 일본 사회의 암울한 분위기를 몰락한 대지주 집안의 이야기와 엮어 짜며 처연하게 형상화한 소설 '사양'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의 정신적 자서전이라고 평가 받는 '인간 실격'이라는 소설 속에서 인간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얼마나 많은 위선과 숱한 오해로 가득 차 있는지 그 진실의 상처를 아프게 헤집어 낸다. "서로 속이면서 더군다나 아무도, 이상하게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것 마저도 알지 못하고 있는 듯이 실로 멋지게 속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예가 인간 생활에 충만하고 있는 것같이 생각됩니다." 타인의 죽음 앞에서도 우리는 또다시 서로를 속이기도 한다. "인간은 서로 상대를 알지 못하며, 전혀 틀리게 보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인 줄로 알고, 일생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상대가 죽으면 울며 조사 같은 걸 읽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처럼 무거운 삶의 진실을 하나 둘 가슴 속에서 퍼내 버려 팍팍한 먼지만 남은 가슴으로 살다, 어느날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잠못 이루게 한다. 서재로 달려 가 손에 잡히는 시집 한 권을 집어 들지만 시인 오규원은 그의 시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에서 나를 또 비웃고 있다.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 붓는다. //
할 말 없어 돌아 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이런 팍팍한 먼지 나는 현실을 잠시 벗어나고자 보는 TV 드라마 한 편이 나를 유쾌하게 만든다. '이순신'과 '하얀 거탑'을 통해 빼어난 연기를 보여 주었던 김 명민, 그가 '강마에'라는 또 다른 범상치 않은 등장인물을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훌륭히 연기해 내고 있다. 사회화 과정 속에서 위선적인 말로 무장하며 살도록 훈련 받아 온 우리들에게 '강마에'는 '위악' 그 자체의 어법으로 충격적 이고 신선한 어록을 남기고 있다.

"똥 덩어리! 변두리 카바레 악사! 치매! 거지 근성!" 점점 주변부로만 밀려나는 인생들이 그나마 자신에게나마 위안 받고자 기웃거리는 변두리 오케스트라 문턱에서 강마에는 가차없이 매번 잔인할 정도로 까칠한 말로 그들의 머리 위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그러나 그러한 강마에가 때로는 귀엽고 멋있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말에는 위선의 먼지가 묻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말들은 너무도 현실적이고 적나라하게 사실적이고 논리적이다. 그 위악적 진실성이 위선에 찌들은 사회 속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진실적 감동을 갈구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시인 오규원도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남겨 나를 위로해 주고 있다.

겨울 숲을 바라보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 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 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 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 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얻는다.//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죄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갈매기 조나단과 김수환 추기경

댓글 1 | 조회 4,114 | 2009.02.25
먼지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은빛 조각들이 날아 오르고 있었다. 바다 저편 한 가운데에서 터져 오르는 은빛 향연은 낚시대를 바라보던 아내와 나의 시선을 동시에 잡… 더보기

왜 뉴질랜드 영어 공부에서 정독(intensive reading)이 필요한가

댓글 0 | 조회 4,153 | 2009.02.11
한국 학생들이 뉴질랜드에 와서 영어를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는 아마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에세이일 것이다. 영어로 '읽기'와 '쓰기' 능력이 상… 더보기

제 8요일, 지상의 방 한 칸

댓글 0 | 조회 4,554 | 2009.01.29
어떤 이에게 벽(wall)은 세상과 나를 차단시켜주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a barrier between two areas)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 더보기

영미 문학산책 - George Orwell의 Animal Farm

댓글 0 | 조회 3,828 | 2009.01.16
George Orwell(조지 오웰)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다. 그의 저서로는 'Animal Farm'과 '1984년' 그리고 '카탈로니아 찬가' 등이 우리들… 더보기

1 인칭, 2 인칭, 3인칭, 그 사랑의 역설법

댓글 1 | 조회 3,915 | 2008.12.23
지금 현재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어떤 초등학생은 "엄마요!"라고 말한다. 좀 자란 아이는 "남자 친구요, 여자 친구요!"라고 대답하고, 한국의 부… 더보기

긴 여름 방학을 의미있게 보내기

댓글 0 | 조회 4,036 | 2008.12.10
한국에서는 방학이 다가오면 어머니들은 근심 걱정을 시작한다. 자녀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컴퓨터나 하고 방안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는 것처럼 힘든 일이 … 더보기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 오바마; 그들의 꿈

댓글 0 | 조회 5,022 | 2008.11.25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더불어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은 또 한 명의 걸출한 지도자를 배출해 냈다. 우리에게 말콤 엑스(Malcolm X)라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 더보기

질투의 비극 - Othello

댓글 0 | 조회 3,774 | 2008.11.12
질투(jealousy)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감정 중 하나다. 인간의 질투라는 감정은 때로는 '모든 것을 다 태워 버릴 정도'로 파괴적이다. 구약 성경 창세기에 … 더보기

현재 쌀 직불금 정치인과 베토벤 바이러스

댓글 0 | 조회 3,830 | 2008.10.30
You say you care about the poor, but you walk past them in the street; you hypocrite!(당신은 … 더보기

문화적 언어의 차이

댓글 0 | 조회 5,593 | 2008.10.30
뉴질랜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탁월한 영어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기에 영어권 국가에 와서 영어로 진행되… 더보기

28평형 개똥지빠귀의 둥지

댓글 0 | 조회 4,042 | 2008.09.24
마른 풀이 투 둑 떨어졌다. 뜰을 향한 거실(family room) 유리문 틀 위에서였다. 잠시 후 새 한 마리가 가느다란 마른 나뭇가지를 물고 다시 문 틀 위로… 더보기

Shakespeare 산책 (Ⅲ) - King Lear (분별력의 비극)

댓글 0 | 조회 3,841 | 2008.09.10
예전에는 칭찬으로 받아들여지던 '우직함'이란 단어가 요즈음은 흥미 없는 단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미련해서 사회에서는 성공 할 수 없는 사람' 이란… 더보기

비 내리는 영문법

댓글 2 | 조회 4,080 | 2008.08.27
뉴질랜드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보니 한국에서와는 다른 '교육 문화적 충격'을 겪게 될 때가 많다. 고 1(Form 5) 이상의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 에세이가 잘 안… 더보기

Hamlet - 지식인의 비극 - Shakespeare 산책 (Ⅱ)

댓글 0 | 조회 3,822 | 2008.08.13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은 Shakespeare의 희곡 'Hamle… 더보기

제 3의 물결 속에서

댓글 0 | 조회 3,372 | 2008.08.01
삼팔선, 사오정과 더불어,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고 하는 '이태백'도 이제는 중국 당나라 시절의 시선 '이백'(701-762) 만큼이나 옛 시절의 단어로 밀려나는가… 더보기

[384] 영미 문학 산책 (V) - Katherine Mansfield R…

댓글 0 | 조회 13,807 | 2008.07.08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영어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사용했던 'Vocabulary Builder'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늙은(old)'이란… 더보기

[383] '어린쥐'의 착각

댓글 0 | 조회 3,561 | 2008.06.25
어떤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는, 그 일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그 일의 목표가 합당하고 올바르게 섰는지, 일의 과실보다 부작용이 더 크지는 않을지, 일의 추진 방… 더보기

[382] 영어교육 유감

댓글 0 | 조회 3,328 | 2008.06.10
며칠 전 영국의 Cambridge대학에서 전세계 20개 국가 학생들의 영어시험성적 순위를 발표했다. 물론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이다 보니 한국의 학생들이 주로 응시… 더보기

[381] Does Money Make the Mare Go?

댓글 0 | 조회 3,575 | 2008.05.28
이것으로 인해 사람들은 울기도하고 웃기도 하고 비굴해 지기도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머리 조아 림을 받기도 하고 살인을 하기도하고 전쟁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무엇… 더보기

[380] 캐서린 맨스필드의 '행복'

댓글 0 | 조회 10,297 | 2008.05.13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기쁨과 행복에 가득 찬 삶이라고 자신하던 사람이, 자신의 행복이 '모래 위에 지어진 성'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주치게 될 … 더보기

[379] 영원한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

댓글 0 | 조회 3,788 | 2008.04.23
단 하나 뿐인 삶을 받아,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극점에 올라서도 그는 더 높이 오르기를 원했다. 그러나 날은 이미 저물었고, 그는 크레타의 흙으로 돌아가기 전 … 더보기

[378] Love Poems (Ⅱ) - Annabel Lee

댓글 0 | 조회 3,733 | 2008.04.08
William Wordsworth, Samuel Taylor Coleridge 등으로 대표되는 영국의 낭만주의 운동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영향을 미쳐서 Wil… 더보기

[377] East of Eden

댓글 0 | 조회 3,876 | 2008.03.26
With lead roles in only three films, James Dean secured his place in Hollywood history. (단… 더보기

[376] 영미 문학 산책 II – Love Poems (I)

댓글 0 | 조회 3,931 | 2008.03.11
누구나 한 번쯤은 젊은 시절 낭만주의 시인들의 사랑의 시를 암송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William Wordsworth, Samuel Taylor Colerid… 더보기

[375] To sir with love

댓글 0 | 조회 3,373 | 2008.02.26
작년 말 선생님을 만났다. 내가 처음 선생님을 만난지도 벌써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아버지가 전자 오르간 공장을 차리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내가 중 3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