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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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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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면서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생명의 은인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흔치 않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마치 선택받은 운명이라고나 할까, 내가 만약 밥숟가락을 놓을 상황에 처한다면 나를 구해줄 생명의 은인이 나타날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나도 모르게 머리를 설레설레 젓게 된다.

장례미사라면 빼먹지 않고 찾아다니는 아내는 필경, 천국의 하느님 곁으로 잘 가라고 기도해 줄 테고, 아들과 딸은 눈물을 뚝 뚝 떨어트리지만 조속히 유산을 받으니 미소를 머금을지도 모를 일,

아~ 불쌍한 바오로여....

이곳에서 나와 친하게 지내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 분들은 생명의 은인을 만난적이 있는 분들이다.

그 분들은 생명의 은인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또 보듬어 안고 살아가는데, 그 모습을 보면 정말 감동 그 자체다.

얼마 전 우리 주치의 아줌마가 속눈썹을 내려깔고 나에게 조용히 말하였다. 술 담배를 끊을 생각은 하라고,
그러면서 아시아 사람은 의사 말을 뒈게 안 듣는데 좀 줄이기라도 하라고 계속 말하여 사실 좀 줄이긴 줄였다.

그런데 주말이면 여럿이 모여 생선회 떠놓고 술 마시며 줄담배를 피우게 되니 그게 좀 문제였다.

나보다 연세가 훨신 많으신 분에게 내가 담배를 끊으시라고 권하자 그 형님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나는 담배를 끊을 수가 없어요. 내 양심이 있는 한...”

뭔 양심? 형님은 담배연기를 후훅 내품으시며 입을 여셨다.

“내가 사업을 잘 하던 시절, 거래처 사람과 술을 마시고 택시 합승하여 집에 돌아가는데 교통사고가 났어요.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택시안의 사람들이 다 밖으로 튕겨 나가 엉망진창이 됐는데, 나만 안 튕겨 나갔지~”

“왜 형님만 안 튕겨 나간거지요?”

“그때... 내가 머리를 숙이고 담배 불을 붙이고 있었거든~ 후후,”

형님은 담배가 빨갛게 달아오르도록 쭉 빨은 후 말을 이었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담배를 끊어~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까지 나를 구해줬는데, 조금 더 살겠다고 담배를 끊어? 말이 안 되지~ 목숨이 붙어있는 한 피워댈 거야~ 썅,”

세상에 그런 경우도 있을 줄이야....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나보다 나이가 어리신 분이 입을 열었다.

“그럼요, 어떻게 담배를 끊어, 인간이 양심이 있어야지요,”

그 동생은 계속 입을 열었다.

“저는 뭐, 담배는 끊을 수도 있지만 술을 결코 못 끊습니다.”

“아니? 그 쪽은 또 뭔 이유여?”

“지방에 출장가서 거래처 사장하고 밤새 술을 퍼 마셨지요. 아침에 해장하고 1시 고속버스로 서울에 올라오려고 표 끊어 놓고 점심 먹으며 또 한잔하다가 그만 차를 놓쳤어요. 그래서 다음차를 탔지요.”

다음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오다보니 대형사고가 일어났는데 1시에 출발한 버스가 완전 박살이 났다는 것이다.

“술이 저를 살린 겁니다. 제가 1시 차를 타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몸을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내 생명을 구해준겁니다.”

동생은 소주병에다 쪼옥~ 키스를 한 후 비비고 끌어않았다.

세상에 그런 일도 다 있었어.... 저렇게 생명의 은인들을 매일 끌어안고 뽀뽀까지 하며 살아가는데, 근데 나는 뭐야? 술 담배가 내 생명을 구해 준 것도 아니고, 나는 술 담배를 못 끊을 이유가 전혀 없고만...

그날 밤 우리는 생명의 은인들에게 엄청 고마움을 느끼며 얼마나 퍼 마시고 빨아댔는지 다음날 아침에 일어 날수가 없었다.

목이 타고 입이 쓰고 속은 쓰리고 온종일 침대에서 누워 비장한 결심도 하게 되었다.

그래 이참에 술 담배를 끊어 버리는 거야, 그날 저녁때까지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았고 술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런데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 되더니 멈춰지질 않았다.

“이제 그만해! 알았으니까~~~”

“아니 근데 왜 큰소리는 치고 그래~ 알았으면 응 알았어, 하고 조용히 말해야지, 세상에 다른 남편들은 청소도 잘해주고... 당신은 온종일 잠이나 자다가 전기장판도 안 끄고, 그러니 전기세가 좀 많이 나와~”

아이고~ 혈압 올라... 밖으로 나가 푸른 들판을 바라보며 긴 숨을 들어 마시니 그때서야 비로소 진정이 되었다.

어느새 담배 한 가피가 내 손가락사이에 끼어 뽀르르 연기를 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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