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달리는 차로 인생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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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달리는 차로 인생 시작하기

0 개 3,422 코리아포스트
어느덧 한국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만, 서구 사회에서 운전 면허증의 의미는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나만의 차를 몰 수 있는 나이, 즉 내가 나만의 인생을 달려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다시 말해서 완전히 독립된 인격을 갖춘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 차인 것이고 내 인생인 것이다. 심지어 낳아 주고 지금까지 키워 준 부모들이라 할 지라도 내 차로 내 인생을 달려가는 순간에 있어서는 더 이상 도와줄 수도 관여할 수 없다는 법적, 사회적 경계선이 그어지는 순간이 된다.

그러면 내 인생을 달려가는 내 차는 누구의 힘으로 마련해야 하는가? 당연히 내 힘으로 마련해야 되는 것이다. 내 인생, 내 차니까. 미국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청소년들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실이다.

전에 알았던 C라는 키위 남자 대학생이 있었다.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던 C는 학생 수당으로는 모자라는 자신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주말이면 카페에서 접시도 닦고 청소도 하고 커피도 만들면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다.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의 생활비는 자신이 벌었다. 어느 날 만난 C의 입은 귀에 걸려 있었다. 드디어 자신의 차를 마련했다고 자랑했다. 적어도 15년은 넘었을 것 같이 보이는 낡고 조그만 차였다. 팔려던 친구가 1200달러를 원했는데 950달러를 주고 샀다고 했다. C는 원래 스웨덴에서 태어나 자라다 구 소련에서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의 분진이 스칸디나비아 반도까지 날아오자 어릴 때 부모님들 손에 이끌려 환경 좋은 뉴질랜드로 이민 온 1.5세대 키위였다. C의 아버지는 뉴질랜드에 있는 꽤 큰 제조회사의 사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무살 C는 당연히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지 않았다. 부모로부터 독립했으니까.

꽤 많은 한국 이민 가정의 자녀들도 '키위들처럼' 부모들로부터 독립해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단, 다운타운에 있는 아파트에서 사는 비용과 자동차 구입비와 각종 보험료와 휘발유 값은 부모들이 지불해 주는 조건으로. 이것은 전혀 '키위들 같은 독립'이 아니다.

주변의 많은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교에 진학을 하면서 첫 차 구입 때문에 부모들과 씨름을 한다. 스웨덴 출신 키위 C처럼 자기가 번 돈으로 인생의 첫 차를 구입하게 완전히 독립시키지는 못하는 것이, 비행기로 12시간 걸리는 남반구 뉴질랜드까지 이민 왔어도 한국 출신 부모들이 버릴 수 없는 '한국식 자식 사랑'이라 할 지라도, 자식의 첫차 구입에 있어서는 조금은 냉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자녀의 첫 차를 어떤 차로 사주느냐는 전적으로 부모의 능력과 의향에 따르는 것이 당연한 얘기겠지만.

Life is by no means always in as big a hurry to give us things as we are to receive them. (인생은 결코 우리가 받고 싶어하는 것만큼 서둘러서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주려 하지 않는다.) We may imagine that the moment we leave school the world will step aside and make way for us.(우리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세상이 우리를 위해 비켜서며 길을 내줄 것 같다고 상상할지도 모른다.) Usually it does not. We have to learn to labour and to wait. (그러나 대부분 그렇지 않다. 우리는 애써 일하고 기다리는 것을 배워야 한다.)

아이가 자라 직접 땀 흘려 번 돈으로 마련한 첫 차가 잘 달리는 좋은 승용차이면 당연히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부모가 마련해 주는 첫 차라면 '잘 못 달리는 차'가 좋지 않을까? 그 다음 좀 더 잘 달리는 차를 원하면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번 돈으로 좀 더 좋은 차를, 좀 더 노력해서 더 좋은 차로 옮겨 타면서 느끼는 기쁨이야말로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값진 기쁨 중의 하나가 아닐까? 부모의 능력이 된다고 해서 젊은 날 좋은 차를 턱턱 사주면 그 자녀는 무슨 성취욕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일을 할 것인가? 젊은 날 느낄 수 있는 힘든 노력 끝에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을, 삶의 희열을 애초부터 부모의 굴절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빼앗아 버리는 것은 아닐까?

내 나이가 되어서도 좋은 옷, 좋은 차를 사게 되면 자랑하고 싶은 것이 평범한 나 같은 사람들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인데, 젊은 날 자신의 노력도 없이 과도한 차를 갖고 인생길을 떠나면 과연 그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위한 만큼이라도 겸허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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