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처녀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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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처녀귀신

0 개 4,269 왕하지


코리아 포스트가 벌써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뉴질랜드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잘 자랐으니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가 뉴질랜드에 온지도 어연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휴~ 나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젊었을 때의 10년은 분주하고 격정적이고 때론 분노하지만 즐거울 때도 많고 그리고 참 마디게 지나갔는데 나이들은 10년은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 어슬렁거리며 담장하나 넘고 나니 지나가 버렸다.
 
요즘 한국에서는 드라마 ‘각시탈’이 대박이라고 떠들썩하다. 각시탈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70년대 초 허영만화백이 그린 만화이다.
 
20대 때 나는 만화가가 되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당시 유명만화가를 찾아갔는데 그 분은 나를 오라하였다. 작은 방 하나에 4명이 작업을 하고 하는데,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 잉킹을 하는 사람, 배경을 그리는 사람, 나는 초자라고 사람머리나 어두운 배경에 먹칠을 하는 일이 주어졌다. 며칠간 좁은 방안에서 깜깜하게 먹칠만 하다 보니 앞날이 그저 깜깜하기만 했다. 한 달도 못 채우고 그만두면서 틈틈이 써온 귀신만화스토리 하나를 유명만화가께 내밀었다.

“으으... 무지 무섭군, 제목만 바꾸면 되겠어, 스토리는 언제부터 썼나?”

“처음 써 본 건데요...”

내가 쓴 스토리는 곧바로 만화로 나왔지만 나는 그 뒤로 스토리를 쓰지 않았다. 원고료 몇 천원인가 받았는데 그것도 두 달 후에 받았기 때문에 쓸 마음이 달아나 버린 것이다.

어느 날 유명만화가 밑에서 밑그림을 그리던 노총각이 나를 찾아와 작가로 데뷔하겠다고 스토리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그림은 마치 기계처럼 잘 그렸는데 글을 못 썼다. 나에게 간절히 부탁하는 이유는 돈이 없으니 스토리를 외상으로 써 달라는 것이었다. 노총각이 너무 딱해 만화책이 나오면 돈을 받기로 하고 상중하 3권을 써 줬는데 내가 읽어봐도 너무 재미있었다.

원고를 가져간 노총각은 몇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노총각이 다시 유명만화가 밑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려 그를 찾아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노총각은 만화를 다그려 출판사로 찾아갔는데 출판사 사장이 원고를 보지도 않고 거절했다고 한다. 속이 상해 집에 돌아오다가 포장마차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원고를 포장마차에다 놓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요?”

“원고를 찾긴 찾았는데...”

며칠 후 동네에서 호떡을 사먹는데 호떡을 싸준 종이가 원고였다는 것이었다. 쌀도 떨어지고 배도 고프던 차에 유명만화가가 다시 올래?하고 물어 봐서 얼른 갔다는 것이었다. 정말 만화 같은 이야기에 너무 기가 찼다.

이런 제길,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었는데... 그 뒤 나는 만화를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런데 친구 집에 갔다가 각시탈을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라디오에서는 명창의 배뱅이굿 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왔구나... 왔소이다.~ 배뱅이가 왔소이다.’ 내 머릿속에는 스토리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앓느니 죽는다고 스토리를 줄 마땅한 사람이 없어 나는 직접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몇날며칠 밤을 새워 완성했는데 출판사를 몰라 젊은 만화가 이희재씨를 찾아가 출판사를 소개해 달라고 하였다.

“음, 그림이 안 좋군, 이런, 주인공 얼굴이 다 틀리네, 출판사에 가나마나... 근데, 스토리가 너무 아까워,”

이희재씨는 바쁜 일이 끝나면 자기가 다시 그리겠다고 원고를 두고 가라고 하였다.

일제강점기에 거지무당으로 하여금 조선시대 스무 살 어여쁜 처녀귀신을 불러내어 탄압받는 한인들을 구하며 잔혹한 일본인들을 작살내는 이야기인데 훗날 허리우드에 진출한 중국배우들의 영화에 내 스토리와 흡사한 줄거리가 많았다. 실상 내가 먼저 창작한 것인데...

얼마 전 이희재화백이 전화를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크라이스트처치로 유학 온 딸이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웰링턴에 취직을 했고, 한불수교 100주년을 맞아 공동 만화제작을 한다는 등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스무 살 처녀귀신 스토리를 만화로 그렸다는 말은 여전히 없었다. 원고를 두고 온지 4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진작 그렸더라면 벌써 영화로 나와 대박 났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스무 살 청년이 된 코리아포스트나 대박나길 바라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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