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안 들려∼

0 개 3,455 코리아포스트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 머리맡에는 아내가 써 놓고 간 편지가 자주 놓여 있다.

[나 새벽미사가요. 이따가 양주 한 병 사 올게요. 여보, 사랑해요~] 뭐 이런 내용이 아니라 [망 꺼내서 생선 널어, 망이 찢어졌으니까 꿰매고. 까먹지 말고.] 주로 이런 심부름 내용이다. 아내가 워낙 악필이다 보니 몇 번 읽어보고 말을 맞춰야 한다. 글씨도 못쓰면서 뭔 놈의 편지는 그리 자주 써 놓고 가는지... [까먹지 말고]가 뭐야, [잊지 마세요~~ 물망초 드림,] 이런 좋은 문구도 있건만,

주방에서 커다란 솥이 거품을 품어 내고 있었다. 솥뚜껑을 열어 보니 고기 뼈가 열나게 끓고 있었다, 국을 안쳐 놓고 도대체 어딜 간 거야? 가스 불을 꺼야 되나 말아야 되나, 밖에는 바람이 불고 널어 놓은 빨래가 춤을 추거나 더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떨어진 빨래야 주우면 되지만 끓고 있는 국은 언제 불을 꺼야 되는 거야? 아내가 시간 다 측정하고 있겠지 생각했다.

고기 국 냄새다 온 집안을 휘 젖고 있었다. 솥뚜껑을 열어 보니 국물이 많이 졸아 있어서 그냥 불을 꺼 버렸다.

텃밭에서 야채를 한 아름 안고 온 아내가 주방을 바라보며 말을 한다.

“당신이 가스 불 껐어? 벌써 끄면 어떻게, 고기국물이 팍~ 울어 나야 되는데~” 이 말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아내가 솥뚜껑을 열어 보더니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

“이런~ 국물이 다 졸아 버렸네. 진작 끄지 않고 뭐 했어~ 그리고 빨래가 바람에 날아가 흙이 다 묻었는데 걷지 않고 뭐 했어~” 아이고 머리야~ 아내는 금방 자기가 한 말을 업어치기 하더니 빨래로 목조르기를 한다. 내 혈압이 팍~ 올라간다.

뭔 측정을 하고 살아... 몇 분 후에 가스 불을 끄라고 편지를 써놓고 나가던지... 빨래를 걷으라고 편지를 부치던지, 도대체 날 보고 어쩌란 말이야.

이렇듯 아내는 한 번에 몇 가지를 겹치기로 처리하는데 문제는 내 머리가 너무 산만해 진다는 것이다. 나는 라면 하나 끓여 먹을 때도 하던 일 다 멈추고 라면이 익어갈 때까지 곁에서 지켜보는데,

TV를 보고 있을 때도 산만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들은 언제나 방문을 닫고 있는데 아내는 언제나 주방에서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 댄다.

“아들~ 찬밥이 많아 김치볶음밥 할 건데 먹을래?”

“뭐라고? 안 들려~”

“김치 볶음밥 먹을 거냐고?”

“안 들려~”

거실에서 양쪽 말을 다 듣고 있는 내 속은 터질 지경까지 이르러 아들 방 앞으로 걸어가서 말한다.

“야~ 너 김치볶음밥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나는 또 주방으로 걸어와서 아내에게 말한다.

“먹는대~ 먹어~”

가수 송창식씨는 [마음 없이 부르는 소리는 안 들려~]라고 노래했다. 아, 나도 노래하고 싶다. [생각 없이 부르는 소리는 정말 안 들려~]라고...

온종일 닭 얘기만 하시는 어머니가 말을 그리고 있는 내방에 들어오셔서 말을 거신다.

“용을 그리는구나.” 그림을 자세히 보시더니 또 말씀 하신다.

“용 인줄 알았더니 악어를 그렸구나.”

내가 말이라고 말하자 말까지 지어내신다.

“아, 주인이 배타고 가니까 말들이 배웅하는구나.”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리와 앤디

댓글 1 | 조회 3,677 | 2010.03.23
저녁에 돌담길을 걷다보면 윙윙거리며 트렉터를 타고 일하는 로저와 만나게 된다. “하이~ 로저,” 내가 인사를 하면 로저는 일을 하다 말고 달려와 말을 건다. 아,… 더보기

자동차 침대

댓글 0 | 조회 4,600 | 2010.03.09
손자가 어디서 무엇을 보고 왔는지 갑자기 자동차침대를 만들어 달라고 졸라 댔다. 내가 외출을 할 때마다 손자는 자동차침대 만들 나무 사러 가느냐고 물었다. 매일 … 더보기

어머니 덕분에......

댓글 0 | 조회 3,563 | 2010.02.23
어머니가 삶아 말리신 고사리를 한국의 형님 댁에 보냈다. 설날아침 아버님 차례를 지낼 때 제사상에 올려 놓으니 아버님도 뉴질랜드산 고사리를 맛 보셨을 거다. 아내… 더보기

취권

댓글 0 | 조회 3,638 | 2010.02.09
몇년 전부터 공작새 한 쌍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목동개가 공작새에게 달려들어 암컷은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다. 수컷공작이 어릴 때에는 닭들과 친구처럼 지내더니 어른이… 더보기

현재 안 들려∼

댓글 0 | 조회 3,456 | 2010.01.26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 머리맡에는 아내가 써 놓고 간 편지가 자주 놓여 있다.[나 새벽미사가요. 이따가 양주 한 병 사 올게요. 여보, 사랑해요~] 뭐 이런 내용이… 더보기

묶은 때를 벗겨 내고....

댓글 0 | 조회 3,483 | 2010.01.12
아주 오래간만에 목욕을 하면 뜨물 같은 하얀 때가 물위에서 평화롭게 동 동 동 떠다닌다. 그 정도면 목욕한다는 것이 얼마나 개운하고 상쾌한 것인지 목욕의 진수를 … 더보기

크리스마스 선물

댓글 0 | 조회 3,752 | 2009.12.22
일곱 살인 손자 샘이 일찌감치 가족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다. 엄마 선물은 강아지 인형이고 할머니 선물은 주방용품이다. 엄마는 인형가지고 놀고 할미는 주방일이… 더보기

고사리 잡으러 가자∼

댓글 0 | 조회 3,780 | 2009.12.08
미정이네 가족이 우리 집에 놀러온 날 어머니는 아이들이 어디에서 놀고 있는지 연신 동태를 살피셨다. “아범아~ 혹시 애들 닭장에 간 거 아니냐?” 내가 닭장에 내… 더보기

무정한 엄마

댓글 0 | 조회 4,006 | 2009.11.24
소들을 다른 풀밭으로 옮겨 주기 위해 풀밭에 갔는데 송아지가 땅에 코를 박고 이상한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너무 이상해서 가보니 굴이 있었고 소가 밟아서 안쪽… 더보기

꿈꾸는 봄날

댓글 1 | 조회 3,663 | 2009.11.10
"제 눈팅이 좀 보세요. 눈팅이가 밤팅이 되도록 까만 밤을 새우고 또 새웠어요. 비바람이 몰아쳐도, 닭발에 쥐가 나도, 며칠씩 굶으면서도 내 새끼들이 나올 날만을… 더보기

빨간 우체통

댓글 2 | 조회 4,367 | 2009.10.26
아내가 오클랜드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다. "너 이번 주말에 올 때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부르스타 좀 사와라~ 토요일 저녁에 손님을 초대를 했는데 월남 쌈을 먹… 더보기

염소, 물 건너가다

댓글 0 | 조회 4,027 | 2009.10.13
추석 전 날 어머니를 모시고 강 사장 집에 송편을 만들러 갔다. 강 사장 집은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음식을 많이 만드는데 형제들이 다 모여 음식 준비를… 더보기

친구....

댓글 0 | 조회 3,677 | 2009.09.22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 보니 가끔 친구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학교친구들, 사회친구들, 사람들은 고향친구가 그리울 때가 많다는데 나는 어릴 때 고향을 떠나 오는 바… 더보기

새 집을 짓고 뛰어보자 폴짝~

댓글 1 | 조회 3,570 | 2009.09.08
“새 집을 짓고 뛰어보자 폴짝~ 머리가 천장까지 닿겠네.~” 닭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었더니 신이 난 닭들이 횃대에 올라가며 부르는 노래이다. 노래도 잘하지만 횃대… 더보기

속 터지는 나라....

댓글 2 | 조회 3,873 | 2009.08.25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가로 뉴질랜드가 선정됐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뉴질랜드가 정말 속 터지는 나라라는 생각뿐이다.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글 한번 쓰려면… 더보기

할머니를 찾습니다

댓글 0 | 조회 4,082 | 2009.08.11
지난번 한국 갔을 때 대학에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한잔 산다고 한정식 집으로 가자고 하였다. 한정식 집에 도착하자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아줌마가 ‘어머~… 더보기

삼각관계

댓글 0 | 조회 3,649 | 2009.07.27
내가 처음 뉴질랜드를 왔을 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목장과 많은 동물들로 인해 놀라면서도 마음에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구는 400만 명인데 소의 숫자는 사… 더보기

이사람아~

댓글 0 | 조회 3,800 | 2009.07.14
한국에서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는데 뉴질랜드에선 너무 자주 감기에 걸린다. 난방시설도 안 좋고 온돌이 아니라 더욱 그런 것 같다. 나는 비염에다 먼지 알레르기까… 더보기

적과의 동침

댓글 0 | 조회 3,199 | 2009.06.23
지난 여름에는 3마리의 암탉이 병아리들을 부화시켰는데 병아리들은 어미닭과 함께 따로 넣어 놔야 한다. 언제 들 고양이가 병아리를 잡아먹거나 매가 날아와 채 갈지도… 더보기

불청객

댓글 0 | 조회 3,442 | 2009.06.09
우리 집은 아스팔트 도로에서 차도를 따라 1키로 정도를 들어오는 맨 마지막 세 번째 집이 우리 집이다. 첫 번째 집은 노부부가 살고 있는 정원과 숲이 아름다운 2… 더보기

사탕 문 열어줘∼

댓글 0 | 조회 3,645 | 2010.07.10
뉴질랜드는 세계 각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나라다 보니 국제결혼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2개 국어 이상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기가 말을 배울 때 2개… 더보기

동냥아치

댓글 0 | 조회 3,607 | 2009.05.12
뉴질랜드에는 식당에서 먹지 않고 가지고 가는 음식을 파는 가게 테이크어웨이(takeaway)가 많이 있는데 햄버거 가게를 비롯하여 생선튀김, 일본 초밥, 중국요리… 더보기

믿을 사람을 믿었어야지....

댓글 0 | 조회 3,610 | 2009.04.28
어느 날 밤, 나는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옆에 같이 자고 있는 여자가 영어를 막 지껄이는 바람에, 아니...? 내가 지금 남의 집에서 자고 있는가? 얼른 방 불… 더보기

봄 처녀.....

댓글 0 | 조회 3,513 | 2009.04.16
뉴질랜드는 포플러 나무의 낙엽이 지기 시작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로 접어드는데 한국은 개나리 피고 버들피리 꺾어 부는 봄이 왔다는군요.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 더보기

엄청난 유산

댓글 1 | 조회 3,728 | 2009.03.24
옛날에 한국 TV에서 이런 코미디가 있었습니다. 거지인 아버지가 아파서 죽기 직전에 두 아들들에게 유산을 물려줍니다. 큰 아들에게는 헌 구두 한 켤레를 물려주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