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아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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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아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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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멋진 셔츠하고 바지랑 같이 보냈습니다. 골프할 때 입으세요. 형수님 셔츠도 샀습니다.”

한국에서 후배가 담배를 부치면서 옷도 사서 부쳤다고 전화가 왔다. 아내 몰래 어디다 숨겨놔야 되는데 소포가 배달되자 아내가 이미 뜯어보고 있었다. 노란셔츠, 빨강셔츠, 때깔이 너무 좋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 비실거릴수록 색갈이 있는 옷을 입어야 광이 좀 나는데 나는 그 때갈 좋은 옷들을 소가 닭 보듯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양말을 신으려고 하면 괜히 울화통이 터진다. 내 양말바구니에는 성한 양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낡아서 너덜너덜한 양말, 어머니가 심심하다고 바느질로 꿰매 놓은 양말, 천을 대고 바느질한 양말을 신고 다니면 꼭 발바닥에 바퀴벌레가 밟혀 죽어 붙어 있는 느낌이랄까, 아침부터 성한 양말을 신고 다니면 기분도 상쾌할 텐데, 생각다 못해 서랍장에서 새 양말을 한 켤레 꺼내 신었다.

이렇게 가끔 새 양말을 꺼내 신어도 언제나 내 양말 바구니에는 헌 양말만 들어있다.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우수한 양말을 골라 신는데 어느 날은 아무리 골라도 신을 양말이 없었다. 차고에 가서 아직 걷지 않은 빨래를 보니 새 양말이 무지 많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내가 빨래를 갤 때 구별법은 간단했다. 새 것은 아들 것, 낡은 것은 남편 것, 아들 방에 가보니 서랍장에 새 양말이 철철 넘쳤다. 세상에 이럴 수가... 으으으,

바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들 나이만한 때는 못 먹어서 바짝 말랐는데 아들은 잘 먹여서 그런지 몸매가 나하고 똑같다. 그러니 내 바지며 남방이며 아들이 모두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내가 안 후로는 새 옷도 모두 아들 방으로 가는 것이었다. 어쩐지 요즘은 아들보고 살 빼라고도 안 하드라고, 예전엔 “아들아~ 너 장가가려면 살 좀 빼라~” 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그러다보니 나는 거의 찢어진 옷만 입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는데 재봉틀로 누빈 바지가 또 찢어져 버렸다. 그래서 큰 마음먹고 새 바지를 꺼내 기장을 줄여 입었더니 훨훨 날아갈 것 같았다. 새 바지를 입은 내 모습을 아내가 찬찬히 둘러보더니 비명을 지른다.

“아니! 당신이 왜 새 바지를 입어? 새 바지는 아들 줘야지, 아들이 꽤재재하게 입고 다니면 어떤 아가씨가 따르겠어?”

아내는 내 바지를 또 힐끗 쳐다보면서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왜? 헌 바지 입고 다니니까 아줌마들이 안 따라?”

제길, 그건 맞는 말이지, 거지를 따라다니는 아줌마가 어디 있어, 아내가 계속 투덜거렸다.

“시골구석에서 당신을 봐줄 사람도 없는데 헌 바지 입으면 어때서..."

하긴 그래, 나를 봐주는 건 닭, 소 그리고 이웃집 말 밖에 더 있어... 아, 새들도 있고만,

옛날에 우리 어머니는 보리밥 속에 쌀 한주먹을 넣어 끓인 후 아버지는 쌀밥만 퍼 드리고 아이들은 보리밥 주고 생선 같은 맛있는 반찬도 아버지만 드리곤 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입던 낡은 바지를 쟁여 입고 나무하러 다니고 그랬는데... 요즘은 거꾸로 됐어,

어느 날, 옛날 사진첩을 꺼내 보다가 갑자기 내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졌다. 아... 이때는 아내가 나한테 참 잘했는데... 착하다 못해 설설 기었지, 요즘은 남편을 우습게 알고 시도 때도 없이 심부름이나 시키고... 나는 아내의 젊은 시절 사진 한 장을 꺼내 그림을 그린 후 거실에 걸어 놓았다. 그리고 매일 밤마다 그림을 가리키며 아내에게 말하곤 하였다.

“저땐 당신이 참 예쁘고 착했어, 말도 잘 듣고 나만 끔찍이 위했었지...”

그 결과 약발이 좀 받았는지 요즘 내 양말 바구니에는 성한 양말들이 몇 켤레씩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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