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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012. 10:15 동진스님 (202.♡.85.222)
풍경소리
사람들은 삶의 과정에서 배우고 사랑하고 소유하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많이 가진 사람, 적게 가진 사람, 알맞게 가진 사람들이 더 큰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가치를 추구해 간다. 일반적인 행복은 많이 가지는데 있다고 생각하고 많은 것을 소유 하려고 한다. 사랑도 늘 목말라 끊임없이 받으려고 하고 부족하면 우울하고 원망이 된다. 부부, 자녀 가족들의 사랑을 위해서 언제나 몸과 마음은 헌신적이고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와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 많은 노동과 희생을 받쳐야 한다.
행복의 조건 중에 한 부분인 소유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우리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안정적인 미래를 대비하고 사회를 위해 투자하고 나누고 베풀 수 있다고 한다.
많이 소유하되 소유에 속박되지 않는 소유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책이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이라는 책은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으신 분이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마치 이시대의 경전과 같은 글이라고 생각된다. 소로우라는 작가는 동서양의 고전을 즐겨 읽어서 이 책에 “논어”나 “맹자”의 글귀가 자주 인용되기도 하고 브라만교의 경전과 그리스의 고전에서도 많은 구절들 인용하고 있다. 그만큼 소로우는 동서양 고전에 박학다식하며 그의 정신적 지향을 우리는 짐작할 수가 있다.
소로우는 1817년 7월 12일에 미국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Concord)에서 태어나서 하버드 대학을 나와서 교사, 목수, 측량 기사를 거쳐 아버지의 연필공장 일을 돕다가 미국의 70번째 독립기념일인 1845년 7월 4일 그의 나이 28세에 손수레에 단출한 짐을 싣고 월든 호수가 있는 숲으로 들어간다. 길이 약 800미터, 둘레 2.8킬로미터인 월든 호수가에서 몇 달에 거쳐 손수지은 방 한 칸짜리 미완성 오두막에 책상, 의자, 침대, 책 몇 권, 불난로와 같은 최소한의 물건 몇 가지를 들여놓고 새로운 형식의 삶을 시작한다. 이렇게 자연의 예찬과 문명사회의 통렬한 비판을 담은 “월든”이란 책이 2년 2개월 2일 만에 삶의 지침서로 내용이 된다. 1847년 9월 소로우가 월든 호수가를 떠나고 1854년이 되어서 출간 되었으니 소로우가 이 책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서 10여년이라는 시간을 살고 사색하고 기록했다.
이 책을 요즘 서가에서는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단지 그가 물가에서 자급자족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 때문만은 아니다. “월든”은 자연생태계의 관찰자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본질적인 삶이라는 것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한 책이다. “월든”은 살아보니 “이렇더라”는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하기 보다는 “이렇게 살아보니 이것이 최선인 듯싶어서”이러 했더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소로우는 끼니를 벌기위해 자신의 순수한 자연성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집은 더위와 추위를 피해주고 음식은 허기를 달래주며 옷은 몸을 가려주고 따뜻하게 해주면 만족하다는 것이 이 책의 교훈이다. 너무도 당연한 교훈이지만 오늘의 현실은 그 당연함을 이상함으로 치부한다.
집과 음식과 옷이 우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우리는 그 판단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일하고 있다.
고귀한 영혼을 가꾸는 일은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산다는 것의 본질을 다시금 뒤 돌아 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꼭 한 번 읽어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이 “월든”이다.
법정스님은 기회가 있을 때면 언제나 말씀하시길 자신은 마하트마 간디와 소로우의 간소한 삶을 통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셨다. 그들의 삶을 통하여 간소하게 사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셨다.
한마디로 소로우의 생활철학 이 책을 통하여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는 것이다.
우리의 생활도 일도 가능한 줄여야 한다. 우리의 인생을 단순하게 살면 살수록 우주의 행복은 더욱더 명료해 질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스스로 고독도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가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그만두고 소로우처럼 월든 호수로 들어가라는 뜻도 다 버리라는 뜻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과 함께 사는 소박하고 검소한 삶이 오늘날 물질 문명이 풍부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기 점검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우리가 귀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천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 또한 그리 여겨도 되는지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가을의 문턱에서 여러분들의 삶이 19세기 경전이며 21세기의 통찰을 위한 서적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을 통하여 좀 더 간소하고 명료하면서 아름답게 엮어질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