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관한 (아마도) 첫번째 이야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음악에 관한 (아마도) 첫번째 이야기

0 개 1,343 한얼
없인 살 수 없는 몇 가지 중에 음악이 있다. 물론 누구나 음악을 듣고 즐기긴 하겠지만, 내 경우엔 음악은 조금 더 특별하다고 자부하고 싶다. 
 
음악은 마치 산소처럼, 조용하던 주변의 공기를 갑작스럽게 가득 채운다. 대기가 갑자기 덥고 시원한 무언가로 팽배해지는 그 느낌, 저절로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박자에 맞추어 진행된다. 손가락의 까딱임, 고개의 기울임마저도 음악을 위해 보여지는 춤이 된다. 자극 받는 것은 다만 폐가 아닌 귀겠지만, 노래에 따라서는 난 숨이 막혀오거나 심장이 두근거릴 때도 있다. 감동으로. 
 
음악에는 - 그리고 더 나아가서, 예술에는 -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의 구분은 있을지언정, 귀천이나 상하 따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취향에 맞고 안 맞는 것이 있을 뿐이지, 한 곡의 노래가 다른 한 곡보다 더 낫다고 여기진 않는다. 물론 그 곡을 만드는 데에 들어간 노력의 차이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답은 이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음악. 뼈다귀의 두드림과 빗줄기의 속삭임과 동물의 울음소리, 그리고 느껴지는 감정 간의 상관 관계에서 이 무형의 축복을 발견해낸 인류는 정말로 위대했다.
 
주로 듣는 장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잠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CD를 모으는 취미가 있긴 하지만 고작 50장 정도밖에 모으지 못했고, 그마저도 장르가 정말 다양하다. 흔히들 무슨 노래를 들으세요? 하면 아무 거나 좋으면 들어요, 라고 대답하곤 하는데, 나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좋은 노래라면 가리지 않고 듣는다. 음식은 편식할지언정 음악은 편식(편청?)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역시 취향을 타는 것이 음악이다 보니 자주 듣는 장르는 락-인디라는, 아주 모호하고 그 표현의 사용조차도 조심스러운 것일 수 밖에 없다. 소위 말하는 비주류, 유명하지 못한 - 적어도 메인스트림 문화에선 - 사람들. 굳이 아웃사이더는 아닐지라도 일단 그들의 음악성에선 아웃사이더다운 유니크함이 진하게 묻어나고, 그렇기에 좋아한다.
 
내가 그들의 노래를 듣기에 아웃사이더인지, 아니면 아웃사이더이기에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듣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되었건 나는 크지 않은 목소리들의 아름다운 자기 주장을 사랑한다. 그들이 선택한 음색과 목소리는 소박할지라도 그 곡들에 담긴 그들의 목소리는 결코 소박하지 않다. 그것은 베토벤의 교향곡과, 아이돌 그룹의 발랄한 댄스곡만큼이나 커다란 표현의 존재감이다.
 
요컨대, 노래 한 곡에 그들만의 세계를 담고 그들만의 우주를 펼쳐 보이는 그 재주에 끝없이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그 외에 자주 듣는 음악이라면 (적어도 현재 시점에선) 아일랜드 전통 민요가 아닐까 싶다. 더 정확히는 피들(fiddle)과 바이올린이 빠르고 변칙적인 음을 연주하는 류의 음악. 선술집 노래(jig or shanty) 같은 것 말이다. 물론 나는 금주주의자고, 술집이라고 해 봤자 시티에서 등교와 하굣길에 몇 번 오르내리다가 지나친 것이 가장 가까이 가본 것이긴 하지만. 뭐랄까, 노래가 실제로 불러졌던 장소나 시기 그 자체보단, 그 장소와 시기에서 노래에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게 된 경쾌한 분위기에 끌리는 것 같다. 나는 결코 경험할 수 없을 머나먼 섬나라를 향한 낯선 향수에.
 
음악은 책이나 영화처럼 듣는 사람의 정신을 송두리째 빼앗는다. 다만 그 두 가지처럼 청자를 다른 낯선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익히 알고 있는 감정의 풀장에 풍덩 빠뜨리는 것이다. 실연의 아픔, 상실의 안타까움, 연애의 두근거림, 사람은 결국 혼자라는 것을 아는 데서 오는 고독과 절망, 공허감, 만남의 기쁨.
 
나는 비록, 내가 듣는 음악의 대부분이 노래하는 그런 복잡미묘한 감정들과 관계를 직접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이것도 훌륭한 간접 체험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하전

댓글 0 | 조회 1,297 | 2013.07.23
정말 좋아하는 화가의 전시전이 있어 다녀왔다. 화가의 이름은 들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로, 대표작으로는 <… 더보기

떠난다는 것과 머무는 것

댓글 0 | 조회 1,424 | 2013.07.09
6월의 끝자락에 도착한 한국은 매우 후덥지근하고 더웠다. 입국 심사를 마친 후 가방을 찾기 위해 걸어가면서 가장 먼저 느낀 감상은 그것이었다. 생각보다 더 덥네.… 더보기

Scars, scars into stars

댓글 0 | 조회 1,165 | 2013.06.26
덜렁거려서인지 또는 둔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주 다치는 편이다. 하다못해 계단을 올라갈 때도 발을 헛디뎌서 미끄러지거나, 책을 읽으면서 모퉁이를 돌다가 허… 더보기

현재 음악에 관한 (아마도) 첫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344 | 2013.06.12
없인 살 수 없는 몇 가지 중에 음악이 있다. 물론 누구나 음악을 듣고 즐기긴 하겠지만, 내 경우엔 음악은 조금 더 특별하다고 자부하고 싶다. 음악은 마치 산소처… 더보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과시적 고통

댓글 0 | 조회 1,125 | 2013.05.28
약 두 달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처음엔 그저 욱신거리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평소에도 지끈거린다. 특히 앉았다 일어날 때. 으으윽! 그 짜릿한 통증이라니. 이루 말… 더보기

차근차근, 우주적으로

댓글 0 | 조회 1,175 | 2013.05.14
주말에 시간이 남아, 모처럼 브라우니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아주 신이 났다. 계란과 버터는 미리 꺼내두어 냉기를 제거해 두고, 양철 그릇과 주방용 저울과 재료들… 더보기

우정과 허망 사이

댓글 0 | 조회 1,102 | 2013.04.23
가끔 생각하곤 한다. 이십 대를 갓 넘긴 주제에 사람 관계가 하루살이의 하루만큼이나 덧없다는 사실을 아는 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물론 내가 … 더보기

종이에 대고 외치기

댓글 0 | 조회 1,003 | 2013.04.10
코리아 포스트에 450자짜리 수필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개월이 지난 것 같다. 1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시간 관… 더보기

Tea - the drink of my heart

댓글 0 | 조회 1,152 | 2013.03.26
매일매일 즐기는 날마다의 일과 중에 차를 마시는 것이 있다. 다도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거창하거나 엄숙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티타임&rsquo… 더보기

Piano - about music

댓글 0 | 조회 1,254 | 2013.03.13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거의 이십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잘 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듣는 노래도 악보를 두고 꾸준히 연습하면 썩 들… 더보기

어느 해 겨울, 등교길

댓글 0 | 조회 1,328 | 2013.02.27
겨울의 등교길은 언제나 머릿속에 남아 있다. 매일매일의 시작이 똑같기에 한 덩어리로 엉겨 거대한 공이 되어 버린 식으로, 겨울 아침들은 그렇게 일체화되어 구분할 … 더보기

시네마 - 은막의 마력

댓글 0 | 조회 1,046 | 2013.02.12
언제 가도 즐거운 장소 중엔 영화관이 있다. 동네의 비교적 작은 영화관도, 시골 구석의 박물관 같은 시네마도, 최신형 기계들과 대형 스크린을 갖춘 번화가의 영화관… 더보기

스마트폰 - 디지탈과 아날로그

댓글 0 | 조회 1,209 | 2013.01.31
디지털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변화를 거부하고 ‘전화는 통화와 메시지만 보낼 수 있으면 장땡’이라고 여기던 내게, 얼마 전 커다란 변화가 일어… 더보기

동물들 - 우리의 친구

댓글 0 | 조회 1,256 | 2013.01.16
동물 애호 사상이 강한 서양권 국가에 살고 있는 만큼, 거리를 걷다 보면 동물을 데리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띈다. 주로 개나 고양이들이다. 크고 작고, 털이… 더보기

Going Out

댓글 0 | 조회 1,175 | 2012.12.24
나는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내향성인 것이다. 여러모로 훌륭한 히키코모리의 기질을 타고 났다며 빈정거릴 지도… 더보기

회색 도시 - 향수(Ⅱ)

댓글 0 | 조회 1,089 | 2012.12.11
그렇게 안간힘을 다해 겨우 오르막길을 올라왔건만, 그 위에 있던 풍경은 나를 허탈케 했다. 언덕 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잠시 내가 잘못 찾은 건 아닌가 싶었다… 더보기

회색 도시 - 향수(Ⅰ)

댓글 0 | 조회 1,121 | 2012.11.28
2008년, 나는 가족 방문을 위해 한국에 와 있었다. 겨울이었고, 매우 추웠다. 눈은 오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그럴 것처럼 흐린 날씨였다고 기억한다. 예전에 살… 더보기

엘더플라워 - 향과 맛

댓글 0 | 조회 10,165 | 2012.11.13
누구에게나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플레이버(flavour) 보다도 단박에 자신을 사로잡는, 무슨 맛을 제일 좋아하세요? 라… 더보기

내 마음의 든든함

댓글 0 | 조회 1,811 | 2012.10.24
<강철의 연금술사>의 작가인 아라카와 히로무는 자신의 단행본에서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국립 도서관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책! 원 … 더보기

레몬 나무 - 행복의 상징

댓글 0 | 조회 2,021 | 2012.10.09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 중에 레몬 나무가 있다. 물론 빈약한 나무는 안 된다. 적어도 몇 년은 묵어서 완전히 크게 자란 것, 해마다 한 번은 열매가 주렁… 더보기

Keep Calm and Carry On

댓글 0 | 조회 2,381 | 2012.09.25
좋아하는 문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 원래 영국에서 세계 2차 대전 동안에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프로파간다로 쓰이던 슬로건이었는데, 재발견되어 새롭게 … 더보기

완벽과 자기 만족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493 | 2012.09.11
나는 그다지 여성스러운 편이 아니다. 외모를 가꾸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다. 학교에 츄리닝을 입고 가거나 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화장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