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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오 민석
삼선짬뽕을 먹다가 문득 당신이 생각난다
생각은 안 보이는 바다를 떠다니지 않는다
가령 해 저무는 몽산포에
기우뚱 정박해 있던 나룻배처럼 오거나
애인이여, 쓴 소주로 당신은 온다
문풍지를 울리는 바람으로 오거나
서리를 뒤집어 쓴 무덤의 시린 이마
눈 내리던 젊은 밤
여인숙 흐린 백열등 아래
미래를 잃고 섞이던 몸으로 온다
내 손을 잡던 또 하나의 온기와
한동안 잊을 수 없었던 욕설
딸기 냄새 같은 것
부두의 기적소리
이를테면 칼 같은 분노
임신한 배와 실직과 횡재의 꿈 같은 것
폴로 향수냄새를 맡을 때마다 떠오르던
플로리다 해변의 군청색 바다냄새
신촌 포장마차의 떡볶이
예물을 팔러 나가던 쓸쓸한 뒷모습
링거를 달고 있던 푸른 팔뚝
냄비에서 끓고 있던 황금빛 라면
당신을 잃는 것은
두 살결의 떨림을 잊는 것
삼선짬뽕을 먹다가
문득 당신이 생각나는 것은
오지 않는 당신을 내가 만나는 방법
기다리는 방식
유물론적 연애
애인이여, 내 손을, 잡아, 다오
◆ 시인 오민석
충남 공주 출생.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학교 영미인문학과 교수로 문학 이론, 현대사상, 대중문화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며 평론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 <<그리운 명륜여인숙>>, <<기차는 오늘밤 멈추어 있는 것이아니다>>, 문학이론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연구서 <<저항의 방식: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학 연구서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 서 <<아침 시: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문학평론집 <<몸- 주체와 상처받음의 윤리>> , 산문집 <<경계에서의 글쓰기>>, <<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등을 냈다. <단국문학상>, <부석 평론상>, <시와 경계문학상>, <시작문학상>등을 수상하였다.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ndliterary20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