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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겨울 끝보다 먼저 온 봄볕을
혼자만 쬐고 싶어
봄이 왔다고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날이 있었습니다
종일 남의 노래만 불러댄
빤짝이 옷이어서 더 궁색한
시골 오일장터 삼류가수는
선풍기 도는 어느 여인숙에서
쉰 목을 달래고 있는지
잠자리에 누워 안쓰러워한 날이 있었습니다
강의실 밖 가을볕에 끌려
그녀 앞에 빈 책상을 남기고
먼 기차역에 내려
그대 생각하며 엽서를 쓴다고
그렇게라도 마음을 내보이고 싶은 날이 있었습니다
이쯤에서는
한 뼘짜리 돌마리 고향 집 마당에
한줄기 바람 되어 찾으면
어머니 닮은 누이가
날 보듯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길 때
휜 눈이라도 내려 주면 좋겠습니다
겨울이 점점 깊어져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