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정말 추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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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은 정말 추웠지

1 3,117 왕하지


내가 설계실 기사로 있을 때 신입직원이 들어왔는데 입사하자마자 직책이 대리였다. 경력자도 아니고 실력자도 아닌데 오자마자 대리라니 기가 찼다. 들리는 얘기로는 고위층의 자제라고 하였다. 우리 회사는 주로 정부공사를 하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가 되긴 하였다. 별로 하는 일이 없는 최대리는 직원들과 자주 어울렸는데 어느 날 나에게도 술 한 잔 하러 가자고 하여 따라가 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콜택시를 잡아타고 고급레스토랑에 가서 최대리는 양주를 시켰고 직원들은 최대리님, 최대리님 부르면서 아양을 떨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 비싼 술값을 가위 바위 보를 하여 진 사람이 내는 것이었다. 나는 최대리가 사는 줄 알고 왔다며 가위 바위 보를 사양한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술값을 내고 온 윤기사에게 내가 물었다.
 
“너 미쳤냐? 술값을 왜 네가 내, 우릴 여기 데려온 최대리님께서 내야지, 너 오늘 술값으로 한 달 생활비 날렸네,”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최대리와 친해지고 싶어서인지 가난한 직원들은 돈을 팍팍 쓰고 다녔다. 최대리는 월급이 용돈도 안 된다고 떠벌리고 다니던 터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최대리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영 떫었다. 실력도 없는데다 나이도 비슷한데 말이야...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여 바로 총무과로 가서 명함을 새로 만들어 달라고 하였더니 사장님 결재가 없어서 안 된다고 하였다. 할 수 없이 내가 인쇄소를 직접 찾아가 명함을 만들어 와서 직원들한테 한 장씩 돌렸더니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짜 대리로 승진했어? 그런 말 못 들었는데...?”

“야, 가짜 대리도 있냐? 아 참, 사장님께도 한 장 드려야지,”

사장실에 들어가 명함을 한 장 드렸더니 사장님은 아무 말씀이 없어 나도 굳이 따지지 않고 월급은 안 올려줘도 된다는 말만 하고 그냥 나왔다. 그 날부터 나는 최대리님을“야, 최대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어느 날, 별로 바쁜 일이 없어 좀 늦게 출근을 해보니 우리 회사 건물에 먼지가 자욱하였다. 설계실에 가보니 엉망이었고 직원들도 없었다. 잠시 후 직원들이 나타났는데 온몸에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모두 질통을 짊어지고 있었다.

“아니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노가다하고 있어?”

팔뚝에 연신 물파스를 발라대던 윤기사가 말했다.

“김대리도 얼른 와서 질통 져, 지금 짤리면 어디 갈 곳도 없어,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단 말이야, 얼른 와~”

“난... 노가다 못해.”

나는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펴 들었다. 상황은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노가다까지 하면서 버티고 싶지 않았다. 1026후 1212사태까지 일어나 미적거렸던 정부공사는 물론이고 한 참 진행 중이던 공사까지 모두 중단되었으며 직원들은 할 일이 없어진 것이었다. 사장님은 사무실을 맨 위층으로 옮기고 나머지 층들은 임대를 주기 위해 보수공사를 하면서 노가다를 시킨 것이다.
 
내가 신문을 보고 있을 때 사장님이 들어오셨다.

“김대리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지금 신문보고 있는 겁니다.”

“신문을 봐? 지금 상황이 어떤 줄이나 알아? 빨리 가서 질통 짊어져~”

“저 질통 짊어지려고 이 회사에 온 거 아닙니다.~”

무척 화가 나신 사장님은 고함을 지르며 나를 사장실로 들어 오라 했고 나도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며 따라갔다. 나는 사장님께 사표를 냈고 사장님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쯧쯔, 저 꼬락서니들을 좀 봐라. 설계하는 놈들이 질통 짊어진 꼬락서니를... 김대리같은 사람은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회사가 얼마나 어려웠던지 총무부장은 내 월급을 모두 어음으로 계산해 주었는데 다음 달 결제가 되었고 그 후 회사는 부도가 났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내가 좀 작은 회사의 실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을 때 윤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김대리 돈 있으면 좀 꿔줘, 몇 달치 월급으로 받은 어음이 몽땅 부도가 났어, 질통 짊어지고 개고생 했는데 제길, 쌀도 떨어지고 연탄도 떨어지고, 아이고 얼어 죽겠어~”
빵과장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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