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을 위한 기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어머님을 위한 기도...

7 5,047 왕하지


“정 못 있겠으면 오세요. 네 형이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바라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맛있는 것을 가져오고 나한테 참 잘했다. 네 형은 나를 오라고 하고 싶은데 식구들이 반대해서 말 못 하는 거야, 나를 오라고 하고 싶은데... 나 죽으면 한국으로 가져갈 것 없다. 여기다 파묻어 버려라.”

뉴질랜드에서 귀양살이를 하시는 어머니는 오직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형수 같았다. 한 가닥 희망이라고는 큰아들이 ‘한국으로 오세요.’라는 말인데 형님은 언제나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어머니 한국으로 가세요. 내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어머니가 말했다.

“네 형이 오라고 했어? 정말? 친구가 뉴질랜드에서 3년만 살다가 한국 돌아와서 죽으라고 했는데 친구 말이 딱 맞았네.”

몇 달 동안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안 드시던 어머니가 한국으로 가시기로 한 날부터 하루 세끼씩 꼬박 꼬박 잘 드셨다. 너무 신이나 콧노래까지 부르시는 어머니와는 달리 한국의 형님 집은 완전 초상집 분위기였다.

형, 어머니 얼마 못 사실 것 같아, 아마 한국 가시면 곧 돌아가실지도 몰라, 그러니 어머니 가시면 잘 모시라고 전화를 했는데 벌써부터 초상집 분위기라니...

다음날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동생, 어머니 오시면 집사람이 집 나간다는데 어떻게 하냐? 뉴질랜드에 그냥 계시게 좀 해봐.”

“어머니 집이니 형수가 집을 비워주는 방법도 괜찮긴 한데... 어머니 여권 유효기간이 끝나 새로 만드느라고 불법체류가 알려졌으니 돌아가셔야 해, 3년 동안 사신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병원도 못가시고, 형도 여기 와서 한번 불법체류로...”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형님은 전화를 뚝 끊었다. 그리고 며칠 후에 전화가 왔다.

“동생, 집사람이 이혼하자는데 어떻게 하냐?”

내가 무슨 가정법원 판사인가, 이혼 상담까지 하시고... 그럼 뭐, 이혼 하시오~ 라고 판사처럼 말했더니 아주 악담을 하라면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전화가 왔다.

“동생,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시면 어떻게 하냐?”

형님은 여전히 효자였다. 아직 한국에 가시지도 않은 어머니가 아플까봐 걱정부터 먼저 하시고, 그런데 끄트머리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돈 댈 놈 하나도 없는데...’ 과부가 된 여동생은 돈 댈 여력이 없고 돈 댈 놈은 딱 한 놈 있는데 뉴질랜드에 살고 있으니 답이 안 나와 무척 답답한 모양이었다. 답답해하는 형님에게 내가 정답을 알려주었다.

형님이 어머니 재산 팔아먹은 거 토해내던지 갖고 있는 어머니 재산 팔던지 하라했더니 형님은 뉴질랜드에서 잘 먹고 잘 살라고 말했고 형수가 끼어들어 ‘도착하자마자 요양원 차를 대기시켜놨다가 바로 보내버린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과거사 어머니가 얼마나 시집살이를 시켰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린 고사리와 말린 호박, 꿀 초코렛 등 선물을 챙기며 들떠있는 어머니를 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은 그저 침울하기만 했다. 정말 가기 싫어하시는 양로원이라도 보내면 어쩌나... 손자 샘도 증조할머니 가지 말라고 하고 딸도 할머니가 걱정이 되어 안가시게 하면 어떠냐고 물었다.

“어머니, 한국 날씨도 추운데 나중에 가시면 안돼요?”

“안 돼, 빨리 가야돼.”

“어머니, 큰집 식구 간섭하지 말고 입 꽉 다물고 사세요. 경로당에서나 맘껏 떠드시고요. 아셨지요.~”

어머니는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가셨지만 내 마음은 편치 못해 성당에서 난생처음 어머니를 위한 기도를 하였다. ‘주님, 우리 어머니, 편히 계시다가 편히 가시게 하소서...’

형님 집은 전화도 안 받고 답답하던 중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큰오빠가 여러 양로원을 알아봤는데 돈이 많이 들어 포기했고 집에서 밥 잘 드시고 계시다고, 며칠 후 또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드디어 경로당에 첫 출근을 하셨고 친척들에게 전화도 하고 살판나셨다고.
zute76
오랜만에 효도하셨네요.....ㅎㅎㅎ....
저희 부모님도 여기 오셔서 첨에 좋다고 하시더니 날씨가 오락가락 하니 한국에 2주만에 가시더군요...저는 덕분에 통장을 깨끗이 비우구여....가시는 길에 선물 사드리고 용돈 드리느라....휴우증 한달 가더군요....회복하느라....
암튼 할머니가 젊어져서 돌아오사길 바랍니다.
왕하지
zute76님, 고생 많이 하셨군요.
통장도 가끔 한번씩 청소해주는 것은 별로 안 좋은데...
우리 집 통장은 너무 자주 청소를 해 준답니다. ㅎㅎ,
노인 분들은 외국에 오래 있기가 너무 힘든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또미
한번 왔다가는 인생인데...  사는게 그렇게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저희 어머님도 연세 70넘으셔서 아들 손자보시더니 한국에 있는것
다 정리 하시고 오신다기에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다행히 하루밤 사이에 맘이 바뀌시긴 하셨지만...
저도 어머님의 행복하신 한국 생활을 위해 기도 하겠습니다
왕하지
저희 어머니는 87세 인데 왕가레이 시골이라 귀양살이 하신다 했습니다.
오클랜드만해도 덜할텐데... ㅎㅎ, 저도 이곳에서 힘들다 싶을때가 있어요.
노인들은 한국에 계실 곳 있으시면 한국사셔야겠더군요, 저희 어머니
한국에서 요즘 아침에 경로당 출근해서 온종일 행복하시답니다.
또미님 감사합니다.
달중이
하지님, 왕가레이에서 성당에 다니시는군요. 저도 부모님이 나이지긋이 한국에 살아계신답니다. 아들된 욕심에 이곳에 모셔서 같이 살고싶지만.. 현실이 허락하지 않네요.. 작년에 3개월 계시다 가셨는데, 너무 좋아하셨어요. 또 모시고 싶네요 ㅜㅠ
왕하지
달중이님께서 부모님께 얼마나 잘해주셨으면 너무 좋아셨겠어요.
더구나 부모님이 같이 다니시니까 좋으신 것 같군요.
계속 효도하세요. 달중이님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은하수별
노인들 양로원 시설 좋아도 정말 안 좋아하세요. 저희 아버지도 돌아가시기 전 그랬답니다. 간만에 하지님 글 중 슬픈 사연이었는데 할머니 경로당으로 출퇴근하시면서 지내시니 다행이에요. 부디 부디 가족들과 편히 사시길.. 그런데 성당 나가셔서 부모님을 위한 기도 그동안 안하셨어요? ㅎ ㅎ ㅎ 

오클랜드 식물원에는 지금

댓글 1 | 조회 2,945 | 2009.04.15
어느 도시나 식물원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잘 아시겠지만 오클랜드시도 1번 모터웨이 옆 마누레와에 식물원(www. aucklandbotanicgardens.co… 더보기

뒷마당을 넘겨다보는 옆집 복숭아 나무

댓글 0 | 조회 4,009 | 2009.03.11
옆집에는 우리 뒷마당을 넘겨다 보면서 한창 자라고 있는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나무 옆에는 노폭파인이 심겨져 있어 자꾸만 담장을 넘본다. 지난해 여름 처… 더보기

여름밤에 불어보는 하모니카

댓글 0 | 조회 2,916 | 2009.02.11
여름밤은 길어서 하모니카를 불기에도 좋다. 그러나 하모니카를 불어 본지가 너무 오래되었고, 어디에 두었는지 찾아내기도 쉽지가 않을 거다. 대신에 옥수수 하모니카를… 더보기

잔디 깎는 재미

댓글 1 | 조회 3,447 | 2009.01.13
장난꾸러기 톰(Tom)은 말썽을 부린 벌로 부모로부터 담장에 페인트를 칠하라는 명을 받게 된다. 톰에게는 페인트를 칠하는 것은 지겨운 일인데, 이것을 바라보는 동… 더보기

Permaculture (퍼머컬처)

댓글 0 | 조회 3,164 | 2008.12.10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은 봄이 되면 꽃과 함께 벌 나비 모여들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져 새들이 드나들며, 가을에는 풍성한 열매로 우리와 주변 동물을 포용한다. … 더보기

요리사 곁에 있는 허브 포트

댓글 0 | 조회 3,183 | 2008.11.12
음식물은 나름대로 고유의 향을 가지고 있다. 어떤 때는 이 향에 의해서 끌리게 되지만, 어떤 때는 생선의 비린내 같이 강력한 냄새로 입맛을 잃게 한다. 이러한 음… 더보기

농가월령가와 'Moon Calender'

댓글 0 | 조회 2,953 | 2008.09.10
"솔가지 꺾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장원(담장)도 수축하고 개천도 쳐 올리소.안팎에 쌓인 검불(지푸라기) 정쇄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리니 육… 더보기

뒷마당에 자라는 과일나무

댓글 0 | 조회 5,002 | 2008.08.13
우리 뒷마당에는 피조아, 아보카도, 구아바, 올리브, 복숭아 등 여러 가지 과일나무가 자라고 있어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올해도 과일이 탐스럽게 달려 그런대로… 더보기

[384] 과수원과 까치

댓글 0 | 조회 3,016 | 2008.07.08
한국의 가을철 사과 배 과수원에서는 까치와의 전쟁이 치열하다. 농업인들은 일 년 내내 가꿔온 탐스러운 과일을 지키느라 눈을 부릅뜬 상태이고, 먹을거리가 마땅치 못… 더보기

[382] 한 그루의 장미를 위하여

댓글 0 | 조회 2,916 | 2008.06.10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그루의 장미를 길러 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될 거다. 필자도 여기 와서야 그 꿈을 실현하고 있다. 겨울은 장미를 돌보며 생각… 더보기

[380] 김장을 하시나요?

댓글 0 | 조회 2,570 | 2008.05.13
가을이 깊어 가고 초겨울이 다가오면 '김장 하셨나요?'가 인사말이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소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바쁜 … 더보기

[378] 사돈집 사과 먹는 법

댓글 0 | 조회 3,159 | 2008.04.08
사과의 계절이 다가온다. 그런데, 아직도 사과를 깎아서 드십니까? 한국에서 들여진 습관이 잘 바뀌지 않아서 그럴 수 밖에 없다면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런지… 더보기

[376] 여름철 과일과 채소

댓글 0 | 조회 3,945 | 2008.03.11
여름은 과일과 열매채소의 계절이다. 기온이 높고 낮 시간이 길며 햇빛이 강렬해서 모든 식물들이 왕성하게 자라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이러한 풍요로운 열매들이 있기… 더보기

[374] 유기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

댓글 0 | 조회 2,406 | 2008.02.12
여러분은 유기 농산물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요? 배부른 사람들의 사치스런 행각으로 보나요? 아니면, 사보지만 왠지 값이 비싸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생… 더보기

[372] 한국인이 찾는 순한 매운 맛

댓글 0 | 조회 2,719 | 2008.01.15
해외여행을 다녀와서는 얼큰한 것이 먹고 싶다고 한다. 김치 고추장 매운탕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과연 한국인이 찾는 이 얼큰한 맛은 무엇일까? 누구나 쉽게 짐작이… 더보기

[370] 푸드 마일(Food Miles)

댓글 0 | 조회 2,801 | 2007.12.11
지난해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에서 유기 농산물 취급을 늘린다고 발표함에 따라 유기 농산물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 졌다. 그래서 시사주간지 타임(Time, 2… 더보기

[368] 서양채소와 향신채 허브

댓글 0 | 조회 3,299 | 2007.11.13
서양채소, 한국채소의 분류는 기준이 모호한 면이 있다. 서양채소는 원산지가 서양으로 주로 서양인들이 즐겨 먹는 채소류로 정의하는 것이 문안할 것이다. 세계 여행이… 더보기

[366] 채소와 과일 색깔로 즐겨라

댓글 0 | 조회 2,375 | 2007.10.09
빨간 사과, 노란 레몬, 자주색 포도 소리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인다. 여태껏 이들 원예 농산물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영양원으로만 강조해 왔었다. 그런데 이제는 섬… 더보기

[364] 원예작물의 품질과 제철

댓글 0 | 조회 2,366 | 2007.09.26
사과, 배, 감 같은 우리에게 낯익은 과일에서부터 브로콜리 비트 같은 낯선 채소까지 넘쳐 나는 마트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쇼핑을 하나요? 이제는 시설재배가 일반화되… 더보기

늙은 암탉

댓글 1 | 조회 2,702 | 2013.01.30
더운 날씨에 내가 데크에 나가 바람이라도 쏘이고 있으면 우리 집 개는 네다리 쭉 뻗고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고개를 슬쩍 들고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마치… 더보기

새해인데 인사는 드려야지요

댓글 0 | 조회 2,745 | 2013.01.15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보니 새해가 되었어도 인사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해가 바뀌고 올해 환갑을 맞는 친구가 몇이 있고 손자를 본 친구가 누군지... 밥들은… 더보기

할아버지 하나 잘 사귀면...

댓글 4 | 조회 3,035 | 2012.12.11
엘렌 할아버지가 배낚시를 가자고 했다. 날씨가 샤워링이라는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도 없는 작은 보트인데 찝찝했다. 어쨌거나 비가 왕창 쏟아지면 감기 걸릴 확률… 더보기

그림속의 레즈비언

댓글 2 | 조회 2,888 | 2012.11.28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오는 여자가 있다. 초롱초롱한 눈가에 흰 분칠을 하고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야들야들한 몸매에 나를 만나면 몸 둘 곳을 모르고 … 더보기

걸어서 중국집까지....

댓글 0 | 조회 3,123 | 2012.11.13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큰 딸이 대학교 전체수석에다가 교사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야 대단하군, 정말 자네를 안 닮았어. 우리 딸내미도 수석이지...… 더보기

양고기와 아보카도

댓글 2 | 조회 3,782 | 2012.10.24
어느 날 우리 집 길목에 앞집 양 한마리가 돌담을 넘어 길가에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우두머리 양이 돌담을 넘자 다른 양들도 따라 돌담을 넘어 풀을 뜯어먹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