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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기 한판

0 개 2,312 왕하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잘 퇴원했다고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원무부장님도 병실에 다녀가시고 의사들도 참 잘해줬어요. 그리고 병원비가 조금 나왔다고 큰 오빠가 너무 좋아하네요.”

형님께서는 어머니를 모시고 종합병원에 가면 병원비가 많이 나온다고 꺼려했는데 이번에 병원에 다녀온 후 병원비가 부담이 없다며 어머니를 자주 병원에 모시고 간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빠, 큰오빠가 원무부장님께 너무 고맙다고 선물을 한대요. 오빠가 원무부장님께 전화 좀 해 달래요. 어머니가 계속 병원에 다니시고 나중에 또 여러 신세를 져야한다면서...”
 
여동생의 이야기가 길어지자 아내가 전화를 바꿔달라고 하였다.

“고모, 그게 다 작은 오빠가 닦아놓은 거예요. 우리 이민 올 때도 외국가면 병원가기 힘들다고 우리부부 종합검진 해줬어요. 공짜로 말예요. 그리고 우리가 어머니 병원비 안내도 많이 할인해주니까 낸 거나 마찬가진 줄 알아요.”

“에이 그런 말은 뭐 하러 해~”

“맞지 여보~ 고모부도 병원에 있을 때 얼마나 많이 도움 받았어. 그게 다 예전에 당신이 도와줬기 때문에 돌아오는 거잖아~”
 
병원친구는 참 성실하고 변함없이 좋은 친구였는데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친구부인이 돈을 모은다고 계를 하다가 계가 깨지고 사채를 끌어다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눈덩어리처럼 엄청나게 불어난 후에야 친구가 알게 되었다. 친구의 아파트와 재산이 모두 압류당하고 더욱 힘들었던 것은 사채업자들이 매일같이 병원으로 찾아와 돈 갚으라고 괴롭히는 것이었다. 친구는 어느 날 나에게 전화를 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면서 돈 좀 보내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갚는다는 약속은 못한다고 하였다.
 
그때 내가 놀란 것은 친구가 그렇게 견디기 힘든 고통과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부인에게 짜증 한번 안내고 자신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나 같았으면 어찌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이 여편네,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 뉴스도 안 봐~ 계하다 망해서 감방가고, 사채 쓰다가 신세 망치고, 그런 얘기도 못 들었어. 눈뜨고 왜 사냐고~”
 
병원친구와 함께 자주 어울렸던 경찰친구가 있었다. 경찰친구는 내가 이민 올 즈음에 경찰서장으로 승진하였다. 나는 이 친구들 때문에 주변사람들을 많이 도와 줄 수가 있었다. 붙잡혀가는 사람이 있으면 경찰친구가 꺼내주고 몸이 아픈 사람은 병원친구가 의료비를 깎아주었다. 경찰친구는 불합리한 일을 봐준다기보다는 억울한 일을 바로 잡아주는데 애를 많이 써 주었다. 한 번은 아는 동생이 간단한 접촉사고로 교통경찰에게 운전면허증을 빼앗겼는데 이백만 원을 가져와서 찾아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친구에게 이야기하자 바로 전화해서 사고 경위를 묻고는 면허증을 돌려주라고 말하였다.
 
우리 여직원이 울고 있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의 가해자는 사고처리 팀까지 있는 전문꾼들이었으니 제자리로 돌려놓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교통계 간부도 뒤집을 수가 없다고 하였고 친구도 나에게 답답함을 토로하는데 나는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뒤집기 한판은 씨름판에서만 어려운 게 결코 아니었다. 친구가 원위치로 돌려놓는데 고생을 많이 하는 것을 보고 한국사회에서 백 없이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서러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병원을 그만 두고 작은 사업하나 시작했다고 한다. 요즘 조금씩 나아져가는 재미와 시집 간 딸내미가 손자를 낳아서 그 재미로 살아간다고 한다. 병원에는 친구 밑에서 있던 후배가 원무부장으로 있는데 이 또한 변함없이 좋은 친구이다.

친구가 어려울 때에 돈을 조금 줬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더 줄 돈이 남아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있을 때 건강검진은 물론이고 어디 몸이 조금만 이상하면 즉시 병원에 달려갔던 것, 그리고 내 가족들에게 도움을 줬던 것을 생각한다면 아마 내가 갚아야 할 돈이 더 많을 것 같다.

오클랜드 식물원에는 지금

댓글 1 | 조회 2,945 | 2009.04.15
어느 도시나 식물원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잘 아시겠지만 오클랜드시도 1번 모터웨이 옆 마누레와에 식물원(www. aucklandbotanicgardens.co… 더보기

뒷마당을 넘겨다보는 옆집 복숭아 나무

댓글 0 | 조회 4,009 | 2009.03.11
옆집에는 우리 뒷마당을 넘겨다 보면서 한창 자라고 있는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나무 옆에는 노폭파인이 심겨져 있어 자꾸만 담장을 넘본다. 지난해 여름 처… 더보기

여름밤에 불어보는 하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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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은 길어서 하모니카를 불기에도 좋다. 그러나 하모니카를 불어 본지가 너무 오래되었고, 어디에 두었는지 찾아내기도 쉽지가 않을 거다. 대신에 옥수수 하모니카를… 더보기

잔디 깎는 재미

댓글 1 | 조회 3,447 | 200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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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maculture (퍼머컬처)

댓글 0 | 조회 3,165 | 200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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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곁에 있는 허브 포트

댓글 0 | 조회 3,184 | 2008.11.12
음식물은 나름대로 고유의 향을 가지고 있다. 어떤 때는 이 향에 의해서 끌리게 되지만, 어떤 때는 생선의 비린내 같이 강력한 냄새로 입맛을 잃게 한다. 이러한 음… 더보기

농가월령가와 'Moon Calender'

댓글 0 | 조회 2,953 | 2008.09.10
"솔가지 꺾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장원(담장)도 수축하고 개천도 쳐 올리소.안팎에 쌓인 검불(지푸라기) 정쇄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리니 육… 더보기

뒷마당에 자라는 과일나무

댓글 0 | 조회 5,002 | 2008.08.13
우리 뒷마당에는 피조아, 아보카도, 구아바, 올리브, 복숭아 등 여러 가지 과일나무가 자라고 있어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올해도 과일이 탐스럽게 달려 그런대로… 더보기

[384] 과수원과 까치

댓글 0 | 조회 3,016 | 200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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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한 그루의 장미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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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 김장을 하시나요?

댓글 0 | 조회 2,570 | 2008.05.13
가을이 깊어 가고 초겨울이 다가오면 '김장 하셨나요?'가 인사말이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소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바쁜 … 더보기

[378] 사돈집 사과 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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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한국인이 찾는 순한 매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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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배, 감 같은 우리에게 낯익은 과일에서부터 브로콜리 비트 같은 낯선 채소까지 넘쳐 나는 마트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쇼핑을 하나요? 이제는 시설재배가 일반화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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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인데 인사는 드려야지요

댓글 0 | 조회 2,746 | 20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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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하나 잘 사귀면...

댓글 4 | 조회 3,035 | 2012.12.11
엘렌 할아버지가 배낚시를 가자고 했다. 날씨가 샤워링이라는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도 없는 작은 보트인데 찝찝했다. 어쨌거나 비가 왕창 쏟아지면 감기 걸릴 확률… 더보기

그림속의 레즈비언

댓글 2 | 조회 2,891 | 2012.11.28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오는 여자가 있다. 초롱초롱한 눈가에 흰 분칠을 하고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야들야들한 몸매에 나를 만나면 몸 둘 곳을 모르고 … 더보기

걸어서 중국집까지....

댓글 0 | 조회 3,123 | 2012.11.13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큰 딸이 대학교 전체수석에다가 교사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야 대단하군, 정말 자네를 안 닮았어. 우리 딸내미도 수석이지...… 더보기

양고기와 아보카도

댓글 2 | 조회 3,782 | 2012.10.24
어느 날 우리 집 길목에 앞집 양 한마리가 돌담을 넘어 길가에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우두머리 양이 돌담을 넘자 다른 양들도 따라 돌담을 넘어 풀을 뜯어먹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