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의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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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의 형님

1 2,844 왕하지


쉬는 날이라고는 일요일뿐인 아내는 성당에 다녀온 후 냉장고 청소며 집안청소를 하느라고 부산을 떤다. 아, 내가 좀 도와주어야 하는데...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비염에다 먼지 알레르기까지 있으니 도와주기는 커녕 밖으로 피신을 해야 한다. 특히 카펫청소를 할 때면 잽싸게 나가야 약값이라도 좀 줄일 수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원래 청소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특히 중학교 때는 우리분단이 청소하는 날만 돌아오면 나는 갈등이 생기곤 하였다. 청소를 안 하고 그냥 가자니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청소를 하자니 아이들에게 더더욱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반에는 싸움을 잘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싸움으로 치면 전교 1등이었다. 작은 키에 따악 벌어진 어깨, 깔끔한 차림새에 단정한 학생 같아 보이지만 싸움을 할 때면 훨훨 날아다녔다. 그런 친구가 나를 형님이라고 불렀다. 물론 농담조였지만, 언젠가 우리 분단이 청소당번이었는데 그 친구가 나를 빵집으로 오라고 하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해 청소를 빨리 도와준 후 가려했는데 친구가 교실로 찾아오더니 아이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 누가 우리형님 청소 시켰어~ 너희들 죽고 싶어~”

그 뒤로 내가 빗자루만 들으면 아이들은 벌벌 떨면서 사정하였다. 제발 청소하지 말고 그냥 가라고,
 
친구는 나에게 부탁을 할 때마다 빵집으로 불러내 빵을 사주었다. 친구가 여학생에게 보낼 편지내용을 불러주면 내가 예쁜 글씨로 문장을 다듬고 게다가 한쪽에 꽃그림까지 그려 넣으면 친구는 감탄 또 감탄을 하였다. 여학생에게 답장이라도 오는 날엔 또 나를 끌고 빵집으로 달려가 빵을 사주곤 하였다.

사업을 열심히 하던 젊은 시절, 몇몇 사장들이 모여 법인을 만들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나 시작하였다. 그런데 계획대로 되지 않아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사장들 모두 손해를 감수했으니 별 이의가 없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최사장은 홍이사라는 사람과 같이 다녔는데 출자금이 홍이사 돈이었고 홍이사는 조폭두목이라는 얘기가 들렸다. 최사장이 홍이사에게 끌려간 후 연락이 안 되었는데 며칠 후 최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김사장님, 저 아주 죽다 살아났습니다. 일주일 안에 돈 갚기로 하고 일단 풀려났는데 걱정입니다. 홍이사가 다른 사장들도 가만 안 둔답니다. 내일 김사장님 만나러 간다니 조심하십시오. 아이고~ 아파~”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걱정이 되었다. 홍이사가 덤비면 어떻게 하나, 두목하고 맞장 뜰 수도 없고...

다음날 홍이사가 왔고 나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데 애써 진정하고 있었다.

“김사장님, 우리 각시가 손 씻고 착하게 살라고 하여 그래서 정말 착하게 살려했는데... 최사장 이자식이~ 우와 열 바쳐~”

“홍이사, 참고 기다려봐. 최사장이 돈 마련해 준다잖아,”

“그 자식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일주일 안에 돈 안 가져오면 묻어버린다 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덤빌 것 같았던 홍이사가 내 앞에 엎드리는 게 아닌가,

“사장님, 사장님을 형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으잉, 이게 무슨 소리야? 홍이사 이야기는 이러했다. 언젠가 지방에서 사장들 모임이 있었는데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술을 많이 마신 최사장을 태우고 가는 홍이사 차를 얻어 타고 오는데 나는 뒷좌석에 탔고 운전하는 홍이사 옆자리에 탄 최사장은 퍼질러 자고 있었다.

“그때 형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최사장 일어나게, 옆에 운전하는 홍이사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가, 나는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어도 직원이 운전을 할 때는 절대 자지 않아, 밤늦게 운전자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러면서 형님은 도착할 때까지 두어 시간동안 저와 대화를 해주셨는데 그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사장님 같은 분을 형님으로 모셔야겠다고,”

“아, 그거... 상식 아닌가,”

“형님이 저를 동생으로 인정하신다면 그 옥 반지를 저에게 선물로 주십시오. 제가 끼고 다니면서 늘 형님의 말씀을 거울삼고 싶습니다. 그리고 혹시 형님에게 까부는 놈이 있으면 언제나 명령만 내리십시오. 제가 손 볼 테니까요, 이래봬도 제가 전국구입니다.”

나는 옥 반지를 빼주면서 생각했다. 야, 이런... 맞장 한번 뜨지 않고 두목의 형님이 되다니...
 
그 후 나는 한 번도 명령을 내린 적은 없지만 늘 든든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두목의 형님으로서...
zute76
한국 가면 홍이사님 한번 만나셔야겠네요....혹시 홍회장이 되어 있을수도...
저도 몇년 전 알게 된 동생이 여기선 보통 사람인었는데, 한국 가고 나니 제주도 사업가 아들이었더군요...놀러오라는데 이거원...바빠서..놀러오면 숙식 다 해준다는데...내년에 한국 함 가고 싶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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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4,009 | 200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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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에 불어보는 하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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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깎는 재미

댓글 1 | 조회 3,447 | 200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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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maculture (퍼머컬처)

댓글 0 | 조회 3,164 | 200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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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곁에 있는 허브 포트

댓글 0 | 조회 3,183 | 200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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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와 'Moon Calender'

댓글 0 | 조회 2,953 | 2008.09.10
"솔가지 꺾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장원(담장)도 수축하고 개천도 쳐 올리소.안팎에 쌓인 검불(지푸라기) 정쇄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리니 육… 더보기

뒷마당에 자라는 과일나무

댓글 0 | 조회 5,002 | 2008.08.13
우리 뒷마당에는 피조아, 아보카도, 구아바, 올리브, 복숭아 등 여러 가지 과일나무가 자라고 있어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올해도 과일이 탐스럽게 달려 그런대로… 더보기

[384] 과수원과 까치

댓글 0 | 조회 3,016 | 200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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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한 그루의 장미를 위하여

댓글 0 | 조회 2,916 | 200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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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 김장을 하시나요?

댓글 0 | 조회 2,570 | 2008.05.13
가을이 깊어 가고 초겨울이 다가오면 '김장 하셨나요?'가 인사말이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소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바쁜 … 더보기

[378] 사돈집 사과 먹는 법

댓글 0 | 조회 3,158 | 2008.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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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406 | 200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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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801 | 200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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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조회 3,035 | 201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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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속의 레즈비언

댓글 2 | 조회 2,888 | 201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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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중국집까지....

댓글 0 | 조회 3,123 | 2012.11.13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큰 딸이 대학교 전체수석에다가 교사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야 대단하군, 정말 자네를 안 닮았어. 우리 딸내미도 수석이지...… 더보기

양고기와 아보카도

댓글 2 | 조회 3,782 | 2012.10.24
어느 날 우리 집 길목에 앞집 양 한마리가 돌담을 넘어 길가에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우두머리 양이 돌담을 넘자 다른 양들도 따라 돌담을 넘어 풀을 뜯어먹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