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 레잉가→왕가레이(Ⅱ)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케이프 레잉가→왕가레이(Ⅱ)

0 개 1,731 코리아포스트
걷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인 우리 일행은 카우리나무 숲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 숲의 촉촉한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셨다. 새로 생긴 인공 조림지들과는 달리 수백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와이포우아 숲은 오래된 적포도주 향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고 안정된 기운을 내뿜는다. 숲은 송곳처럼 날카로운 마음을 둥글게 하고 스트레스도 누그러뜨린다. 자연이 주는 풍요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한다. 와이포우아 숲 속은 바닥의 이끼부터 하늘을 찌르는 듯한 나무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다채롭다. 울창한 나뭇잎 틈새로 햇빛이 흔들리며 친근하게 따라온다. 숲 속을 걸으며 눈길 닿는 대로 주변을 살펴보면 수천 종의 나무들과 넝쿨들이 무질서하게 엉켜 있는데, 그 속에 정교한 질서가 있다.

그 질서의 시작은 바로 타네마후타(Tane Mahuta: God of forest)라는 카우리나무다. 2000년이 넘도록 살았기 때문에 이 땅에 마오리 족이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숲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낳았다는 전설을 갖고 있기도 하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면서 가장 크고 무거운 생명체인 17층 건물 높이의 타네마후타의 위용에 모두 놀라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는다.

"가로로 잘라도 20인용 식탁 100개는 나오겠다."

"저런 나무 자르면 제명에 못 죽을걸?"

"내가 단지 나무 한 그루를 보고 이렇게 감격하다니."

"이 싹이 돋았을 때가 삼국시대가 막 시작될 때여."

왕가레이에서 두 번째 낚시 도전

뉴질랜드에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이 많다. 와이포우아 숲도 그런 곳이라 숲을 나와서 작은 마을에 접어들자 상석에게서 온 문자가 뒤늦게 울렸다. 오늘 저녁 물때가 좋으니 낚시를 한 번 더 가자는 내용이다. 만장일치로 왕가레이로 향했다. 멀미가 날 정도로 꼬불꼬불한 12번 도로를 부리나케 지나 왕가레이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도 30분을 더 들어가 한적한 부두 위를 보니 상석이 이미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다. 며칠 전에 한치 두 마리로 허탕을 친 곳인데 과연 다시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상석의 경험에서 나오는 육감은 정확했다. 초반에는 거의 고기가 물지 않아 포기하고 돌아가려 했는데, 해가 저물고 날이 어두워 지면서 점점 입질이 늘더니 자정이 가까워지자 낚싯대가 크게 휘지며 줄이 끊어지기 두어 번.

결과부터 말하자면 박영석 대장이 드디어 사고를 쳤다. 박영석 대장의 15kg짜리(한국에서는 무척 두꺼운 줄이지만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얇은 줄에 속한다) 낚싯줄에 뭔가 무시무시한 놈이 걸린 것이다. 낮의 피곤과 바다모기에 물려 시름시름 하던 일행 모두 깜짝 놀라 박영석 대장에게 다가갔다. 낚싯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당기고 미는 사투를 30분 남짓 하고 있을 때, 하얀 지느러미 밑이 펄럭거리며 어둠 속에서 뭔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자 봉주 형님이 소리르 지른다.

"저저저....저거.... 엄청난 가오리다."

이때부터가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다. 낚싯줄은 길게 늘어지지 않고 탄력이 없기 때문에 덩치 큰 가오리가 단 한 번 몸부림을 쳐도 줄이 끊어질 수 있다. 하지만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박영석 대장의 끈질기고 집요한 릴 감기로 전세는 가오리에서 박영석 대장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따라오지 않으려고 수면을 철퍽대는 가오리와 매콤한 가오리찜에 군침을 흘리는 우리들과의 전쟁은 결국 우리의 승리로 끝이 났다.

허영만 화백과 박영석 대장은 가오리 꼬리 어디엔가 독침이 있으니 우선 꼬리 먼저 칼로 잘라야 한다고 하고, 그러다 공격당할 수도 있으니 완전히 죽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 꼬리를 자르자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가오리 등에서 급소일 것 같은 부분을 상석이 찔러 죽인 후, 꼬리를 자르고서야 가오리 낚시는 결말을 맺었다. 우리 일행은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뿌듯함을 느끼며 오늘 일정을 끝마치기로 했다.

낚시 가방에는 오늘 잡은 한치, 도미, 바닷장어가 들어 있고, 그 옆에는 50명이 먹고도 남을 가오리 한 마리가 가방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커다란 교자상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이보다 더 좋은 수 없다! 혹시나 뉴질랜드에서 우리 같은 행운을 만나는 사람을 위해 간단한 가오리 요리법을 소개한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웨일베이→오클랜드(Ⅱ)

댓글 0 | 조회 1,891 | 2009.05.14
오클랜드로 귀환 화려한 아침 겸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클랜드로 향했다. 좋은 음식을 먹어서인지 더 이상 피곤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 … 더보기

웨일베이→오클랜드(Ⅰ)

댓글 0 | 조회 1,942 | 2009.04.29
박영석 대장에게는 독특하고 훌륭한 성품이 하나 있다. 힘들어하는 대원을 보면 협박과 구박을 번갈아 하다가도 막상 도저히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이 오면 모… 더보기

현재 케이프 레잉가→왕가레이(Ⅱ)

댓글 0 | 조회 1,732 | 2009.04.16
걷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인 우리 일행은 카우리나무 숲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 숲의 촉촉한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셨다. 새로 생긴 인공 조림지들과는 달리 수백… 더보기

케이프 레잉가→왕가레이(Ⅰ)

댓글 0 | 조회 2,960 | 2009.03.25
캠퍼밴에서 맞는 뉴질랜드의 아침은 날마다 새롭다. 맑은 날은 눈부신 햇살처럼 마음도 화창하고, 비가 오면 귀찮은 듯 늦잠을 자고, 안개가 끼면 신비한 세상에 남겨… 더보기

세계 4대 자동차 경주(Ⅱ)

댓글 0 | 조회 2,032 | 2009.03.11
지난 호를 통해 세계 4대 자동차 경주 중, 르망 24시와 F1을 소개하였고, 이번 호는 나머지 두 경주인 WRC와 NASCAR 대회를 소개 하도록 하겠다.WRC… 더보기

베이 오브 아일랜드(Ⅲ)

댓글 0 | 조회 2,378 | 2009.03.25
뉴질랜드의 육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품질이 우수한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같은 종류의 채소라도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것보다 밭에서 아침에 부는 찬바람과 서리를 … 더보기

베이 오브 아일랜드(Ⅱ)

댓글 0 | 조회 1,620 | 2009.02.25
베이 오브 아일랜드는 안전하고 풍요로운 바다이기 때문에 유럽인이 오기 훨씬 전부터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마을이 번성했고, 나중에 이곳에 도착한 유럽인에게도 … 더보기

베이 오브 아일랜드(Ⅰ)

댓글 0 | 조회 2,178 | 2009.02.11
왕가레이에서 출발해서 북쪽으로 20분쯤 올라가면 카휘티 동굴(Kawhiti Cave)이 나온다. 마오리 종족인 카휘티족의 소유인 동굴은 자연 그대로의 원형을 거의… 더보기

왕가레이(Ⅱ)

댓글 0 | 조회 1,788 | 2009.01.30
바위가 많은 낚시터에는 바위 사이나 움푹 파인 구멍에 커다란 물웅덩이가 생기는데, 잡은 물고기를 그 안에 넣어 두면 낚시가 끝날 때까지 팔팔하게 살려서 보관 할 … 더보기

왕가레이(Ⅰ)

댓글 0 | 조회 2,371 | 2009.01.14
아침에 일어나니 십년지기 친구 상석이 도착해 있었다. 상석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교민으로 왕가레이 최고의 낚시꾼이다. 교민 사이에서는 "생선을 잡고 싶으면 상석… 더보기

우리들의 애마 캠퍼밴(Ⅱ)

댓글 1 | 조회 1,906 | 2008.12.24
캠퍼밴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여행지가 벼랑 끝이든 바닷가든 깊은 숲 속이든지 간에 아늑하고도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내에는 운행 중에도 180도… 더보기

우리들의 애마 캠퍼밴(Ⅰ)

댓글 0 | 조회 2,165 | 2008.12.10
요란했던 전야제 탓에 오전 9시쯤이 되어서야 모두 밖으로 나왔다. 허영만, 김봉주, 박영석, 김태훈 이렇게 네 명이 여행 엔트리이다. 우리가 이용할 캠퍼밴은 20… 더보기

오클랜드-드디어 뭉치다

댓글 0 | 조회 2,050 | 2008.11.25
컴퓨터로 전 세계의 절경을 순식간에 불러오고 저장할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가슴 가득 들이마시는 신선한 공기와 눈이 시리도록 멋진 경치, 발끝으로 느껴지는 모래사… 더보기

오라케이 코라코(Ⅳ)

댓글 0 | 조회 1,625 | 2008.11.12
소다 파운틴 (Soda Fountain)소다 파운틴은 아마도 오라케이 코라코에서 가장 활동이 활발한 곳이 아닌가 한다. 약 2m 폭의 뜨거운 연못인데, 수온이 8… 더보기

오라케이 코라코(Ⅲ)

댓글 0 | 조회 1,515 | 2008.10.30
아티스트 팔레트 (Artist's Palette)골든 플리스 테라스에서 한 층 더 올라오니 작은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 뒤쪽에서 바람이 불 때는 상쾌한 숲속 바… 더보기

오라케이 코라코(Ⅱ)

댓글 0 | 조회 1,819 | 2008.10.14
에메랄드 테라스페리를 타고 호수를 건너면 작은 부두 옆에 거대한 산호초 같은 것이 보인다. 호수 속으로 굽이 쳐 들어가는 형상 이것이 에메랄드 테라스다. 배에서 … 더보기

오라케이 코라코(Ⅰ)

댓글 0 | 조회 2,109 | 2008.09.24
오라케이 코라코(Orakei Korako), 혹은 숨겨진 계곡(Hidden Valley)이라고 불리는 이 곳은 북섬의 로토루아와 타우포, 그리고 해밀턴의 중심점에… 더보기

90마일 비치(Ⅳ)

댓글 0 | 조회 2,144 | 2008.09.11
테와카테하우아 섬 ~ 후카테레테와카테하우아 섬에서 몇 가닥의 실개천을 지나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니 주변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숲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더보기

90마일 비치(Ⅲ)

댓글 0 | 조회 1,663 | 2008.09.10
이윽고 바닷가에 다다르면 무한함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장관이 펼쳐진다. 해변으로 나온 우리 차량의 전면 유리 저편으로 보이는 파노라마-. 폭 150m가 넘는… 더보기

90마일 비치(Ⅱ)

댓글 0 | 조회 1,770 | 2008.08.27
거대한 모래산이 있는 테 파키 스트림테 파키 스트림으로 가는 비포장도로에는 좌우에 유칼립투스 나무가 즐비하게 서 있다. 호주의 코알라들이 먹이로 삼는 이 나무는 … 더보기

타마레이크 트랙(Ⅳ)

댓글 0 | 조회 1,484 | 2008.08.01
토카아우 온천과 오아시스 레스토랑온몸이 떨리는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우리가 해 보는 행복한 상상이 있다. 바로 온천과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 그리고 따듯한 잠자리… 더보기

90마일 비치(Ⅰ)

댓글 0 | 조회 1,552 | 2008.08.01
뉴질랜드의 북섬 최북단 케이프 레인가 (Cape Reinga)-. 외딴 이 곳 뉴질랜드에서 다른 세계와 가장 가까운 지점이자 마오리의 전설이 살아 숨쉬는 곳이며,… 더보기

[383] 타마레이크 트랙(Ⅲ)

댓글 0 | 조회 1,223 | 2008.06.25
호수에 구름 내려와 신비경 연출 타마 레이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조그만 시내가 불어서 건너기 어려워 보인다. 날씨가 워낙 차서 시냇물에 발을 적시고 싶지 않았기… 더보기

[382] 타마레이크 트랙(Ⅱ)

댓글 0 | 조회 1,245 | 2008.06.10
1만5천 년 전 루아페후 폭발시 생긴 타라나키 폭포 화카파파 비지터센터에서 100여m 아래의 나우루호에 플레이스라고 부르는 길을 따라 트랙의 시작점으로 갔다. 걷… 더보기

[381] 타마레이크 트랙(Ⅰ)

댓글 0 | 조회 1,449 | 2008.05.28
뉴질랜드를 통틀어 필자가 가장 자주 가본 곳이 루아페후(Mt. Ruapehu·2,797m), 나우루호에(Mt. Ngauruhoe), 통가리로(Mt. Tongari…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