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

0 개 2,400 이동온

변호사가 지켜야 할 근본적인 덕목과 윤리 중 수위를 다투는 항목이 의뢰인에 대한 비밀 엄수이다. 모든 변호사는 의뢰인과 변호사의 관계 안에서 알게 된 의뢰인의 모든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말아야 하는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이 비밀 엄수의 책임은 의뢰인과 변호사의 관계가 종료 된 이후에도 계속 지속 되는데, 의뢰인의 업무가 종결된 후에도, 비밀 엄수의 책임은 계속 유지 된다. 의뢰인이 업무 도중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여 더 이상 기존 변호사에게 일을 맡기지 않아도 기존 변호사는 그 의뢰인과의 관계로 인해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할 수가 없고, 그 의뢰인의 사후에도 그 고객의 정보는 비밀이 유지 되어야 한다.

고객의 비밀이라는 것이, 그 고객의 자산 내역일 수도 있고, 새로 만든 유언장의 내용일 수도 있다. 상업적 계약 관련 일이라면, 계약의 내용이 비밀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고객이 변호사의 고객이라는 사실 조차 기밀이 유지 되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간혹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얻게 되는 정보 중에는 스케일이 다른 정보가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변호사 사무실에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 의뢰인은 변호사의 기존 고객은 아니었지만 변호사와 상담을 요청하고, 이 의뢰인은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백하게 된다. 이때 변호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물론 의뢰인의 말이 거짓 일수도 있으니 상황을 살펴보고 판단해야 하겠지만, 만약 의뢰인의 고백이 신빙성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 아니면 살인의 수사를 촉구해야 할 것일까? 경찰에 연락을 한다면 익명으로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의뢰인의 정보까지 밝혀야 할 것인가.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얻게 된 모든 정보는 설사 그것이 살인이라는 중죄의 시인이라 할지라도 비밀이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면, 의뢰인이 시인한 살인의 용의자로 엉뚱한 사람이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그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어 무고한 사람이 처벌을 받게 된다면 그때에도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야 할까?

뭐 그런 드라마 같은 일이 있으려고, 하고 웃어 넘기는 독자도 있겠지만, 이는 실제 1969년에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노부부의 집에 강도가 들어, 노부인이 사망하게 되는데, 이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패트릭 미한이라는 사람이 유죄를 선고 받고 징역을 살게 된다. 

세상은 나중에야 알게 되지만, 실제 범인은 미한이 아닌 윌리엄 맥기네스라는 사람이었고, 맥기네스는 자신의 변호사에게만 살인을 시인하게 된다. 맥기네스의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기에 미한이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지목 되었음을 알게 되지만, 의뢰인의 비밀 엄수라는 책임에 얽매여 당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만약 맥기네스의 변호사가 끝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미한은 평생 살인범으로 남게 되었겠지만, 맥기네스의 변호사는 그의 사후에 맥기네스가 실제 범인이었음을 알리고, 미한의 구제에 힘을 쏟게 된다. 

맥기네스의 변호사는 맥기네스가 살아 있는 동안은 비밀을 지켰지만 맥기네스의 사후에 그가 실제 범인이었음을 알림으로써, 의뢰인의 비밀 엄수의 책임을 어기게 되었고, 이는 의뢰인에게 소송을 당할 수도, 그리고 변호사 협회의 고발을 통해 변호사 면허가 박탈 당할 수도 있는 큰 과실이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정의’라는 큰 시각으로 상황을 판단하여, 일단 미한을 사면하고 맥기네스의 변호사를 딱히 처벌하지 않는다.

패트릭 미한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변호사의 의뢰인에 대한 비밀 엄수 원칙의 해석에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보수적인 뉴질랜드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아마 다른 결과가 나올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어찌되었건 의뢰인에 대한 비밀 엄수는 법과 변호사를 지탱하는 큰 디딤돌이고, 의뢰인의 비밀은 변호사에겐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로 남아야 할 것이다.
 

견공(犬公)의 생존권의 가치

댓글 0 | 조회 1,602 | 2012.10.24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는 개라는 말이 있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학설에 의하면 삼만삼천년 경 전에도 개는 이미 가축화 되어 있었다고 하니, 개는 아마도 인간의 가… 더보기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댓글 0 | 조회 2,718 | 2012.10.10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라는 속담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상대방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법 … 더보기

그래 이거야!

댓글 0 | 조회 1,709 | 2012.09.26
간혹 예고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나 아이템이 떠오를 때가 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란 걸 칠 것 같은 아이템이 떠오르면 다른 사람이 비슷한 아이템을 내놓을까 싶어 재… 더보기

음주운전 - 알코올 인터락

댓글 0 | 조회 4,761 | 2012.09.11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차를 놔두고 그냥 택시를 타고가…? 운전면허를 소유한 애주가라면 한번쯤은 해본 고민이 아닐까 싶다. 음주운전은… 더보기

사색(Ⅲ) - 아저씨의 재발견

댓글 0 | 조회 1,598 | 2012.08.28
얼마 전 고객 한 분과 식사를 하는데, 고객께서는 자녀를 대동하고 나오셨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는 도중, 자녀분이 고객께 “아저씨는 왜 … 더보기

법정 모독

댓글 1 | 조회 1,901 | 2012.08.15
법정 모독(contempt of court)은 법원의 권위를 침해하는 행위, 그리고 그로 인해 법원이 내리는 명령을 뜻한다. 영미법에서는 법원이 그 권위를 유지하… 더보기

착한 사마리아인 법 - 방관자 신드롬

댓글 0 | 조회 5,511 | 2012.07.25
피를 흘린 채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방관하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몇 주 전 미국 버지니아주 한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의 CCTV에 찍힌 영상이다. 피를 흘… 더보기

금지된 결혼

댓글 0 | 조회 2,260 | 2012.07.11
‘내가 맘에 들어 하는 여자들은 꼭 내 친구 여자친구이거나 우리 형 애인, 형 친구 애인 아니면 꼭 동성동본’ 요즘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 더보기

버려진 땅

댓글 0 | 조회 2,765 | 2012.06.27
2007년경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의 여파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지금, 은행 융자를 갚지 못하여 강매되는 부동산의 숫자는 여전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보기

사색(Ⅱ)-우리나라

댓글 0 | 조회 1,759 | 2012.06.13
필자에게 한국이라는 단어는 자주 쓰는 단어 중에 하나다. 이 칼럼에서도 뉴질랜드와 대한민국을 비교할 때면 서슴지 않고 대한민국을 한국이라고 말하곤 한다. 한국에서… 더보기

일하는 시간

댓글 0 | 조회 2,727 | 2012.05.23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뉴질랜드에는 11일의 공휴일이 있다. 대부분의 공휴일은 주말과 겹치지 않게, 어느 달 몇 번째 주 월요일 또는 금요일 이런 식으로 지정되어 있… 더보기

Land Information Memorandum(LIM)

댓글 0 | 조회 2,210 | 2012.05.08
얼마전 모 방송사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는 특별한 사전 조사 없이 집을 구입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사람의 이야기가 방영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직접 시청한 방송이 … 더보기

보증(Ⅱ)

댓글 0 | 조회 2,070 | 2012.04.24
보증인의 책임은 보증(계약)서의 조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뉴질랜드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보증은 엄밀히 따지면 guarantee(보증) 이기도 하고 indemn… 더보기

보증(Ⅰ)

댓글 0 | 조회 2,278 | 2012.04.12
보증을 잘못 서서 집이 넘어갔다, 빚더미에 앉았다 또는 망했다더라… 이런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물론 한국 얘기다. 한국에서 청장년기를 보내고 이민… 더보기

법무장관 - 검찰총장

댓글 1 | 조회 3,228 | 2012.03.28
이 칼럼을 쓰기 시작한 이후 번번히 느끼는 고충이 하나 있다. 이 단어는 한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인데, 일례로, 영어로는 익숙한 단어 depreciation이… 더보기

성가신 소송

댓글 0 | 조회 2,148 | 2012.03.14
뉴질랜드 권리장전이라 불리는 New Zealand Bill of Rights Act 1990의 스물일곱 번째 조항은 정의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특히 법원… 더보기

뒷담화

댓글 0 | 조회 2,639 | 2012.02.28
‘뒷다마를 깐다.’ 일상생활에서 들으면 아무런 생각 없이 넘어가게 되는 말인 듯 한데, 매거진을 통해 발행되는 칼럼에서 사용하기에는 무언가 … 더보기

법정 최고 이율

댓글 0 | 조회 4,043 | 2012.02.15
한국에는 법정 최고 이율이란 것이 존재 한다. 이자 제한법 상의 최고 이자율은 현재 연 30%로 알고 있고, 대부업법이라 불리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더보기

과실(過失)–음식을 먹다가 나온 이물질

댓글 0 | 조회 2,011 | 2012.02.01
어느 늦은 일요일 오후, 운전을 하다가 새로 생긴 피자 체인점을 보고 생뚱맞게 십여 년 전 신문기사가 생각 났다. 모 피자 체인점에서 치즈 피자 등 채식주의자를 … 더보기

Surcharge - 할증

댓글 0 | 조회 2,599 | 2012.01.18
할증이라는 단어는 뉴질랜드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필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아주 가끔 한국을 방문하여 늦은 저녁 택시를 탈 때나 들어보는 단어인데, 이와 반… 더보기

나의 소원

댓글 0 | 조회 2,485 | 2011.12.24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라고 대답할 것이다.그 다음 소… 더보기

부르카, 장옷 그리고 피우피우

댓글 0 | 조회 3,273 | 2011.12.13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던 2011년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그리고 뉴질랜드 제일당의 당수 윈스턴 피터스는 또 한번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했다. … 더보기

소송펀드 - 소송 자금의 원조(援助)

댓글 0 | 조회 4,841 | 2011.11.23
오래된 영미 불문법에는 maintenance와 champerty 라는 개념이 있다. 역사를 뒤돌아 볼 때, 부유한 개인이 자신의 정적(政敵)이나 경쟁자에게 경제적… 더보기

현재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

댓글 0 | 조회 2,401 | 2011.11.10
변호사가 지켜야 할 근본적인 덕목과 윤리 중 수위를 다투는 항목이 의뢰인에 대한 비밀 엄수이다. 모든 변호사는 의뢰인과 변호사의 관계 안에서 알게 된 의뢰인의 모… 더보기

알몸으로 달리는 사람

댓글 0 | 조회 2,708 | 2011.10.26
월드컵 열기가 절정에 달해 있는 이 시점, 필자의 사무실 밖에서는 아침부터 하루 종일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다. 제목을 알 순 없지만, 나이를 떠나서 모두 따라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