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의 빛, 겨울 공양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청자의 빛, 겨울 공양

0 개 780 템플스테이

a7a56f36946d37338d36ef25aeb8eed7_1647906200_9422.png 

▲ 태안선에서 발견된 발우

사진제공 및 소장처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발우가 있었다


고려 시대, 태안 앞바다에 사나운 풍랑이 몰아치던 어느 날. 강진에서 만든 양질의 청자를 가득 싣고 개경을 향하던 몇 척의 목선들은 끝내 거친 파도를 이기지 못한 채 깊고 푸른 바다에 몸을 묻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대섬 앞바다에 잠들어 있던 천여 년 전 고려의 난파선은 하세월을 지쳐온 듯 2만 5천여 점의 보물을 쏟아냈다.


심해의 푸른 빛을 덧입고 되살아온 고려청자, 그 사이에는 불교의 나라 고려가 만들어 낸 푸른빛 발우가 영속의 시간을 이겨낸 채 자리하고 있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이 2022년 5월 15일까지 개최하는 ‘해저만발(海底萬鉢), 바다에서 만난 발우(Buddhist Alms Bowls Salvaged from the Sea)’ 전시의 엄선된 138개 발우는 그렇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내외의 큰 관심을 받으며 인양된 태안 해저유물, 그 안에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정성껏 합을 맞춰 제작된 대량의 발우들이었다. 비록 정확한 사용처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당시 고려인들의 일상에 불교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귀한 증거다.


발우가 그저 평범한 그릇이 아니듯, 그 안에 담기는 것 또한 단순한 음식이 아니기에.


불가의 정신을 담는 그릇


승가의 공양법을 뜻하는 발우공양은 단순히 먹는 행위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수많은 의미와 불교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발우공양에는 크게 8가지 정신이 전해지는데, 먼저 한 끼의 음식에 담긴 수많은 노고와 과정에 감사와 공경을 담아 그저 식사가 아닌 ‘공양’이라 말한다. 나아가 이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숱하게 이어진 인연들에 자각하는 연기적 세계관을 담는다. 또 맛이 아닌 수행에 필요한 섭취로써 무욕을,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같은 음식을 통해 평등을 담으며, 뭇 생명을 위해 자신의 음식을 덜어내는 헌식으로 나눔의 정신을 담는다. 식전 게송인 오관게의 구절처럼 도업을 성취하여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수행자의 서원이, 음식물 찌꺼기를 배출하지 않음으로써 자연과 공생하려는 의지가, 끝내는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온 우주와 공존하려는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다.


사찰의 공양이 일반 채식과 다른 점은 단순히 육식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 이처럼 모든 생명을 향한 자비심의 발로라는 데 있다. 수확부터 조리과정, 나눔과 섭식까지 불가의 공양은 매 순간이 ‘수행’이다.


a7a56f36946d37338d36ef25aeb8eed7_1647906256_1055.png
▲ 통도사에서 올겨울 김장 채비를 하고 있다


겨울 수행은 울력부터


지난 11월 19일, 전국의 선원과 총림에서 겨울철 석 달간 일체의 외부 출입을 끊고 화두에 매달리는 동안거 정진이 시작됐다. 비단 동안거가 이뤄지지 않는 사찰이라도 겨울을 준비하는 산사의 풍경은 닮아있다. 혹독한 계절, 수행을 이끌어 갈 양식을 함께 준비하는 울력은 겨울 산사의 가장 중요한 의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른 스님들과 일반 신도들까지 며칠씩 힘을 더하는 김장 울력은 가장 고되고, 또 기쁜 일이다. 최근에는 사찰의 김장 울력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김치 나눔이 대중화되어 더욱 그렇다. 


보통 동안거 결제 이전에 치러지는 김장이 마무리되면, 그해 겨울 먹을거리들도 차곡차곡 제 순서를 찾아 들어서기 마련이다. 김장 때 갈무리한 무청은 후원 처마에 차곡차곡 걸려 구수한 시래기로, 가을볕에 말려둔 무말랭이와 온갖 장아찌들도 겨우내 떨어지지 않는 고마운 양식이 될 것이다. 계절이 깊어지면 산속의 짐승들이 혹한의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얼어붙은 계곡에 물구멍을 내주고, 고구마와 곡류 등을 나누는 헌식 또한 이즈음에 자주 볼 수 있다.


가장 혹독하기에 가장 따뜻한 연대가 이루어지는 시간, 바로 산사의 겨울이고, 창창한 빛을 잃지 않은 청자처럼 천 년을 넘어 은은하게 전해오는 우리의 미덕이다.


a7a56f36946d37338d36ef25aeb8eed7_1647906285_6239.png 

▲ 고구마를 법당 바닥 위에 말리고 있다. 겨우내 귀한 식량으로 거듭날 고구마를 위해 스님은 법당 마루를 깨끗이 닦고 한 조각 한 조각 고구마를 정성스레 펴놓았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만큼이나 고귀한 여정이다.


자비로 피어나는 공양 


옛 백제와 신라에서는 불교 문화가 피어남과 함께 살생을 국법으로써 금하고, 고려에 이르러서는 채식을 권장하며 채소를 재료로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한 식물성 기름과 향신료가 발달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다양한 채식 요리에는 그 근간에 불교의 자비 사상이 자리한다. 


자비는 이른 새벽 수행자들의 속을 부드럽게 달래줄 죽을 쑤는 보살의 손끝에,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김치를 담는 봉사자의 발걸음에, 작은 배춧잎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귀히 여기는 마음에 있다.


천 년 전 깊은 바다에 잠시 몸을 뉘었던 푸른 발우 그 안에도 어느 고려인이 꿈꾸었을 영원한 자비의 나라, 불국토의 꿈이 살아 숨 쉰다.


■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하루 10분 가벼워지고 날씬해지는 운동과 명상 루틴

댓글 0 | 조회 728 | 2022.04.13
몸과 마음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는 사실..경험으로 다들 아시죠? 생각과 고민이 많고 스트레스 받는 날에는 머리도 아프고 몸도 쉽게 지치고, 속도 불편하고…… 더보기

천천히 다지면서 가지 뭐~~

댓글 0 | 조회 774 | 2022.04.13
만약에.. 2012년 어느날.이렇게 해서 공을 만들면 슬라이스도 덜나고 퍼팅도 정확해지고 고객에게 어필할 마케팅 포인트도 있으니 글로벌 브랜드와 팩트로 싸워 볼 … 더보기

내 자녀의 온라인 게임 중독, 어떻게 해야 할까?(2)

댓글 0 | 조회 1,001 | 2022.04.13
부담 없이 게임을 하는 것은 긴장을 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에 너무 집착하여 게임이 자녀의 삶을 장악하고 있는… 더보기

고마운 마음으로 골고루 먹기

댓글 0 | 조회 674 | 2022.04.13
어떤 분이 밥만 보면 눈물이 나온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너무 맛있어서 그렇대요. 그리고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 간식은 일체 안 한다고 얘기하더… 더보기

세계물의 날 “물을 잘 쓰는게 가뭄을 이겨내는 방법입니다” - 아프리카 케냐스토리

댓글 0 | 조회 758 | 2022.04.13
매년 3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최근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아 물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특히,… 더보기

100년은 지나야 뿌리 깊은 나무가 된다

댓글 0 | 조회 972 | 2022.04.12
1976년 발표된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는 드라마로도 전 세계인들에게 방영된 바 있는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1767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노예로 팔려… 더보기

물소리, 바람소리 경전에 혼자라는 돌멩이를 줍다

댓글 0 | 조회 899 | 2022.04.12
▲ 한국문화연수원사진: 한국문화연원·하지권​천하명당, 심산유곡(深山幽谷)의 물소리4년 전 몸과 마음이 녹아내려서 삶의 뼈대가 모빌처럼 흔들리던 시간.한 자루 촛불… 더보기

최고 세율 회피를 단속하는 IRD

댓글 0 | 조회 2,365 | 2022.04.12
IRD는 2021년 최고 세율을 39%로 인상하였습니다. 소득이 $180,000 이상으로 추정이 되면 최고 세율이 적용될 것입니다. 이 세율은 기업의 28% 세율… 더보기

4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799 | 2022.04.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십자가의 4월이지만힘에 겨운 십자가는지고 싶지 않습니다부딪칠 일 없는 인적 없는 곳에서원래 선한 사람인 듯이미워할 사람조차 없는 곳에서의인인… 더보기

효과적인 공부을 위한 10가지 주요 팁

댓글 0 | 조회 850 | 2022.04.12
지난 호에 이어서,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위하여 필요한 10가지의 주요한 팁 중에서 3개를 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4. 새로운 내용은 학교에서 배운 당일에 복습하십… 더보기

댓글 0 | 조회 739 | 2022.04.12
소년은 엉덩이 끝이 간지러웠습니다. 양 무릎뒤의 옴폭패인 자리도 간지러웠고 왠지 옆구리도 간지러운것 같았습니다. 피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간지러움은 몸 속에서 … 더보기

보시 유감

댓글 0 | 조회 884 | 2022.04.12
아침에 조금 일찍 집을 나서며 목련꽃 사진을 찍는다. 매일 반복하는 일이다. 나날이 눈곱 반 만큼씩이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지가 거의 한 달이다. 물이 오르니 두… 더보기

흙의 날

댓글 0 | 조회 752 | 2022.04.09
‘흙의 날’은 흙의 소중함과 보전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정부는 2015년에 3월 11일을 법정 기념일로 제정했다. 3월 11일로 정한 이유는 ‘3’은 3농(농업•… 더보기

지난 3월 25일부터 완화 변경된 Covid19 업데이트

댓글 0 | 조회 4,298 | 2022.03.30

코로나 자가격리 지원 서비스(개인/가족)

댓글 0 | 조회 2,383 | 2022.03.29

코로나19 후유증(後遺症)

댓글 0 | 조회 1,789 | 2022.03.2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진자 3명 중 1명은 발병 후 4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치료 후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더보기

운전 좀 한다는 사람들은 정말로 운전을 잘할까? 방어운전!

댓글 0 | 조회 1,829 | 2022.03.23
운전을 해야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방어 운전’을 해야 한다는 말일 것입니다.방어운전 이라 함은 소극적인 운전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오히려 그와는 반… 더보기

효과적인 공부을 위한 10가지 주요 팁

댓글 0 | 조회 1,376 | 2022.03.23
최고의 학생들을 살펴보면, 어떤 학생들은 복잡한 개념을 잘 이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고, 또 어떤 학생들은 커가는 과정에서 이것을 깨우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더보기

누가 감히 우크라이나를 조롱하는가

댓글 0 | 조회 1,612 | 2022.03.23
“여기저기서 기관총을 조준사격하고 있었다. 거리에 쓰러진 시민을 구하기 위해 얇은 양철 방패에 의지해 이동하던 시민군에 또 사격이 가해졌다. 임시로 설치된 야전병… 더보기

만들고 싶은 것 만들 수 있는 골프 추구

댓글 0 | 조회 1,159 | 2022.03.23
길었던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다시 돌아오고 코로나 상황도 곧 끝나갈 것 같습니다.사업을 하는데 쉽지 않은 시간들 이었고 고객분들의 입소문에 다이아윙스는 승승장구… 더보기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댓글 0 | 조회 1,078 | 2022.03.23
푸르른 하늘부터 반겨 준 웰링턴 여행길. 그날은 무척 행복했다. 대선 투표를 마치고 한인 마트에 들려서 파미에서 살 수 없는 물품들을 사고, 해변 가의 멋진 레스… 더보기

길상사

댓글 0 | 조회 866 | 2022.03.23
시인 이산하절로 가는 길은 성당을 거쳐야 하고성당으로 가는 길은 절을 거쳐야 한다.성당 마당에는 목련과 은행나무가 서 있다.목련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있고… 더보기

우크라이나 전쟁 월드비전 긴급구호 현황

댓글 0 | 조회 877 | 2022.03.23
2월 24일 러시아의 본격적인 군사작전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의 많은 사람들이 위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민간인 25명이 사망, 102명이 부상을 입었고… 더보기

백신접종 의무화 명령 무효 판결

댓글 0 | 조회 1,784 | 2022.03.23
작년 말 칼럼에서는 뉴질랜드 정부가 백신을 맞아야만 일을 할 수 있는 백신접종 의무화 명령 적용 직업군을 확대하고 있으며 경찰과 군인이 추가되었다고 설명드린 바 … 더보기

매일하지 않아도 뱃살 쏙 빠지는 5분 플랭크

댓글 0 | 조회 1,001 | 2022.03.23
며칠 방심하고 운동을 게을리하거나 평소보다 조금 많이 먹으면 쉽게 툭 나와버리는 우리들의 이 정직한 아랫배.. 특히 뱃살은 쉽게 빠지지 않는 부위 중 하나인데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