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 파리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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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파리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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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Steve)'라는 평화봉사단원이 있었다.

‘평화봉사단(The Peace Corps)'은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창설되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저개발국(Under Developed Countries)에 미국의 청년들을 파견하여 영어와 미국문화, 최신 기술을 보급하거나 기술교육자로 봉사하게 만든 단체인데 한국에서도 한동안 그 활동과 효과가 대단했었다. 케네디는 1917년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에서 출생, 하바드에서 정치학을 전공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 전야의 유럽을 배경으로 쓴 졸업논문 ‘영국은 왜 잠자고 있는가?(Why England Slept?)'로 베스트 셀러를 만들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직후 해군에 지원, 지휘하던 경비정 PT-109가 일본 구축함에 격침될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면서도 부하 2명을 구해 일약 영웅이 되더니 1946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출마 약관 29세로 하원의원에 당선되었고 1960년 마침내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후보로 출마한다.

‘뉴프론티어'를 케치프레이즈로 공화당 닉슨 후보와의 TV토론에서 격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미 역사상 최연소(43세) 대통령이 되었고 1961년 취임 연설에서 저 유명한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달라”고 역설하면서 미국의 전진과 국가에 대한 헌신을 호소했다. 1962년 10월 쿠바의 미사일 위기때는 핵전쟁을 무릅쓴 해상봉쇄에서 후르시쵸프와 대결, 용기와 배짱으로 승리를 거두었으며, ‘평화를 위한 전략'을 제창하여 미ㆍ소ㆍ영 3국간의 부분핵실험금지조약을 성공시켰다. 1963년 11월 22일 댈러스 유세중 방탄차의 유리를 벗긴 채 군중에 답례하다 오스왈드의 저격을 받고 불과 3년의 재임기간도 못다한 채 미역사상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희망의 대통령은 그렇게 사라져 갔다. 그의 커다란 업적중의 하나인 ‘평화봉사단'은 개발도상국들로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었고 미국이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방법으로 세계평화와 문화발전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세계종주국으로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책이기도 했다.

70년대초 우리 대학에 평화봉사단원으로 파견되었던 20대 후반의 스티브는 매우 핸썸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모두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군대 갔다 온 복학생들과는 나이 차이도 별로 없어서 회화선생님인 동시에 좋은 친구가 되었고 특히 만능스포츠맨이었던 그는 강의보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나와는 자연스레 좋은 친구가 되어 야구장, 축구장, 태권도장, 도봉산 등으로 어울려 다녔다. 그는 한글은 물론 한국영화, 농악 등 한국문화에도 열정적인 관심을 기울였는데 내가 졸업을 하고 회사에 다닐 때에도 그 당시 젊은이들의 아지트였던 명동이나 무교동 등지에서 만나 젊음을 불태우면서 정치, 경제, 미래 등 전방위적으로 열띤 논쟁을 벌이기도하고 동대문운동장에 가서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를 관전하는 등 회포를 풀곤 했다.

개나리,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나던 어느 봄날도 우리는 그렇게 명동에서 만났다. 불고기, 비빔밥은 물론 설렁탕까지도 이미 섭렵했던 그의 제안대로 설렁탕에 소주 한 병을 시켜놓고 대화에 몰두했는데 얼마 안 있어 깎두기와 함께 설렁탕이 나왔다. 그런데 앗뿔사! 막 먹으려는 찰나에 보니 하필이면 그의 설렁탕 속에 파리가 한마리 빠져 퍼덕 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당시 위생환경은 지금에 비하면 형편이 없었고 간혹 비슷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하필이면 외국인에게 그런 일이 발생하고 보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인을 부르거나, 고함을 지르고 음식을 다시 차려오게 하거나, 아예 다른 식당으로 옮겨가는게 예사였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스티브란 친구, 내 당황한 모습은 본채 만채 젓가락으로 허우적거리는 파리를 건져 내며 하는 말이 “Oh, This is a 파리 목욕탕.” 하더니만 껄껄 웃고 있는게 아닌가! 순간 나는 두 가지 점에서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 그가 한국어를 그렇게 능숙하게 익혀 순간적으로 파리와 목욕탕이라는 단어를 합쳐‘파리 목욕탕'이라는 합성어를 만들어 낼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는가 하는 것과 기분 나쁘고 화가 날 상황에서 어쩌면 그렇게 천연덕스럽고도 순발력 있게 기지와 유머를 발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서로 바쁘게 살다 보니 연락조차 끊어져 버린지 이미 오래 되었지만 나는 지금도 그 때 받은 가벼운 충격을 결코 잊을 수가 없으며 때로는 회심의 미소를 띄기도 하고, 순간 순간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거대한 미국이 환락과 마약과 섹스와 온갖 범죄의 부정적 요소들을 안고 있으면서도 세계 초강대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배경에는 그렇게 당당하고 여유로운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교민사회의 우리 젊은이들도 어떤 상황에서든 당당하고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 듬직한 미래의 주인공들로 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360] 적성(適性)과 적응(適應) 그리고 조화(調和)

댓글 0 | 조회 2,893 | 2007.07.09
IQ가 사람마다 다르듯 적성(適性:Aptitude)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렇게 사뭇 다른 사람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사회를 만든다. 나는 살아 오면서 비교적 재… 더보기

[359] 조용한 아침의 나라

댓글 0 | 조회 3,111 | 2007.06.25
학창 시절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요,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다"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 보면 예의지국은 모르겠으나 조용한 나라는 결코 아니었던 것 같다.… 더보기

[358] 돈이 많다고 다 부자는 아니다

댓글 0 | 조회 3,001 | 2007.06.12
돈이 너무 없어도 불쌍하지만, 돈이 있는데도 쓸 줄 모르는 사람 또한 불쌍하다. < 20대 초반에 논산에서 단 돈 5천원으로 상경한 P라는 친구가 있었다. … 더보기

[357] 정(情)과 의리(義理)

댓글 0 | 조회 3,244 | 2007.05.23
한국인의 특장점은 '정(情)과 의리(義理)' 였다. 현지화에 방해 되고 알량한 영어나마 퇴보할까봐 한국 TV를 전혀 보지 않았었는데 최근에는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 더보기

[356] ‘키다리 아저씨’의 긴 다리

댓글 0 | 조회 2,816 | 2007.05.08
긴다리는 저력이었다. '진 웹스터(Jean Webster)’ 의 ‘키다리 아저씨Daddy-Long-Legs)’ 는 1912년 작품이다. 그녀가 30대 중반에 쓴 … 더보기

[355] 이런 분 어디 계세요?

댓글 0 | 조회 2,469 | 2007.04.24
한인회장을 처음 맡은 것은 2002년 9월이었다. 당시 한인회는 혼미를 거듭했고 한인회장 또한 개인사정으로 일선에서 떠난 ‘보궐상태’ 였다. 어려운 시절 아무도 … 더보기

[354] '오클랜드에 살으리랏다'

댓글 0 | 조회 2,687 | 2007.04.11
배위에서 보는 오클랜드의 야경은 진정 아름다웠다. 지난 3월 모 법률회사가 주관하는 선상 파티에 초대 받아 간 적이 있다. 서울에서는 잠실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 더보기

[353] 지와 사랑

댓글 0 | 조회 2,807 | 2007.03.27
요즈음은 ‘지와 사랑’이 아쉽다. ‘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대표작이라할 ‘지와 사랑’을 한글로 만 써 놓으면 인터넷 세대들은 ‘G씨와의 사랑’으로… 더보기

[352] 신 뢰

댓글 0 | 조회 2,939 | 2007.03.12
민주사회에서 신의와 신뢰는 중요하고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이재철 목사는 “왜 많은 집에 KAL 담요가 있습니까? 이는 절도행위입니다.”하고 탄식했다. 언제부턴가 … 더보기

[351] 비교는 상처를 부른다

댓글 0 | 조회 2,838 | 2007.02.26
21세기는 희망의 시대가 될 것이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미개척 분야, 불확실성의 문제들이 새천년초에는 해결 되거나 업그레이드 되리라 예측하고 기대했… 더보기

[350]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댓글 0 | 조회 2,984 | 2007.02.13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마찬가지이다. 선진국이라해서 행복만 가득찬 것도, 못 사는 나라라고 해서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세계 최강이요, 선진국 중의 선두… 더보기

[349] 조개 줍는 아이들

댓글 0 | 조회 9,157 | 2007.01.30
‘조개 줍는 아이들’- 내가 가장 아끼는 책 중의 하나이다. 책은 때때로 친구이자 스승이자 독자의 분신이 되기도 한다. 사람마다 취미가 있고 독서라는 항목은 많은… 더보기

[348] 모란꽃 피는 언덕

댓글 0 | 조회 2,852 | 2007.01.15
모란은 소담스럽고 귀티가 나지만 안타깝게도 향기가 없다. 2007년 새해가 되었다. 교민지들이나 한국 메스컴에서 ‘황금돼지해’라고 떠들썩하다. 으례 연초가 되면 … 더보기

[347] 씁쓸한 교민간담회

댓글 0 | 조회 2,977 | 2006.12.22
노무현 대통령과의 교민간담회는 뒷맛이 씁쓸했다. 특별한 이슈나 현안문제가 없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국가 원수의 국빈 방문이었기에 관심들이 많았다. 그… 더보기

[346]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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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부동산은 말이 없다

댓글 0 | 조회 2,874 | 2006.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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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꽃구름과 한국환상곡

댓글 0 | 조회 2,810 | 2006.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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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공포불감증(恐怖不感症)

댓글 0 | 조회 2,854 | 2006.10.24
10월은 우리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의 ‘유엔 사무총장(Secretary General)’피선과 북한의 ‘핵실험… 더보기

[342] 꿈과 욕심

댓글 0 | 조회 2,961 | 2006.10.09
골프에서 “버디 하려다 보기한다”는 말이 있다.그린에서 퍼팅 할 때 ‘파’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리인데 ‘버디’ 하려고 욕심 내다 파도 못하고 ‘보기’를 하게 … 더보기

[341] 천국도 지옥도 내 마음 속에

댓글 0 | 조회 2,671 | 2006.09.25
뉴질랜드의 봄은 목련과 함께 피어난다. < LA에 자식들 따라 이민 온 경상도와 전라도 출신 할머니가 있었다. 늘 붙어 다니던 어느 날 경상도 할머니가 화장…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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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536 | 2006.09.11
‘바다이야기’는 쓰나미이다. 수년전 아메리칸컵 대회에서 2연패한 ‘팀뉴질랜드’가 퀸스트리트를 시가행진 할 때 수십만 인파가 몰려 최고의 축제분위기를 연출했었다. … 더보기

[339] 지도자

댓글 0 | 조회 2,676 | 2006.08.21
국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안정과 성장, 국민의 행복을 이끌어 내는 리더쉽이다.세종대왕은 안정과 성장과 행복이라는 3박자를 이끌어 낸 성군이었다. 그는 총… 더보기

[338] 버릴 줄 아는 삶

댓글 0 | 조회 2,363 | 2006.08.07
사람들은 어느 한 가지도 가져가지 못하면서 모든 것을 가져갈 것처럼 욕심부리며 산다. 몇일 전까지 한국에 폭우가 쏟아졌다. ‘물폭탄’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만큼 줄… 더보기

[337] 정말 가난한 사람

댓글 0 | 조회 2,538 | 2006.07.24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박사를 만난 것은 1990년 7월 루브르 박물관에서였다. 우연히 마주쳤다는 게 바른 표현이겠는데 호킹박사는 그해 한국… 더보기

[336] 오클랜드의 겨울나기

댓글 0 | 조회 2,649 | 2006.07.11
오클랜드의 겨울은 삭막하다.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라는 김종서 시조가 떠오른다. 인간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라는 오클랜드-여름엔 사실 그말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