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
2,918
26/01/2010. 17:02 코리아포스트 (219.♡.51.6)
지구촌 평화 특명대사 유엔UN
시골 버스 터미널처럼 어지럽게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가나 아크라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연착되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전쟁 고아가 많은 이 나라에 고아원을 돕기 위하여 김혜자 선생님께서 약 1주일간의 여정으로 오시는 것이다.
밖은 무진장 덥다.
잠시 차안에서 시에라레온에서 처음 만난 선생님과의 짧았던 만남을 기억한다.
퓨리타운에서 현지인 선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한국인 선교사와 월드비젼 사무실로부터 한국에서 김혜자 선생님이 아이들과 부녀자들을 돕기 위하여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가 나오라고 하지 않았지만, 도착하신다는 시각에 맞추어 시에라레온 유엔 본부 옆에 있는 파라마운트라는 개인이 운영하는 헬기장으로 갔다.
룽기 국제 공항에서 내려 퓨리타운으로 오기 위해서는 헬리콥트를 타야 한다.
월드비젼 차도 보이고 꼬마 여자 아이가 정중히 꽃을 들고 기다리는 것을 보니 필시 한국의 유명 배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헬리콥터가 밤하늘을 가르며 착륙한다.
사람들이 제각기 기다리던 사람을 찾고자 어깨를 비집고 모여든다.
한국인 일행들이 나오는 것 같았다. 아까부터 기다리던 소녀는 한국인 일행 중 한 분에게 꽃을 정중히 건넨다.
그분은 잠시 아이를 앉아 주고 몇마디 말을 소녀에게 건네더니 내가 서있는 출구 쪽으로 나오신다.
나는 얼른 다가가서
“안녕하세요? 먼길 오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한국 분이세요? 또 한국 사람이 오나요 ?”
전혀 생각지도 않은 사람으로부터 이 낯은 땅에서 인사를 받으시니 놀라신 모양이었다.
“예, 저는 이곳 유엔 평화유지 미션에 근무하는 한국 사람입니다. 선생님이 오신다기에 이렇게 나왔습니다.”
이 내전국에 한국 사람으로 유엔에 근무하는 나를 보신 선생님은 매우 반가우시면서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함께 동행한 오지 여행가로 유명한 한비야씨와 월드비젼 그리고 SBS 방송팀도 만날 수 있었다. 갑자기 한국에서 온 많은 분들을 만나니 외롭게 지내는 내 생활에 몇일간 큰 활력이 되었다.
한국을 출발하여 몇일을 걸려 여기 도착하시기까지 지칠대로 지치신 몸이지만 조금도 피곤함을 내색하지 않으시고 또박 또박 말씀하시는 모습은 TV에서 본 그냥 좋은 이미지와는 또 다른 기품을 지닌 이지적인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 모습은 아름다우시며 사랑스럽고도 똘망똘망한 소녀처럼 보였다.
이틀 후, 선생님과 일행은 내전의 가장 큰 피해 지역인 코노로 가시게 되었다.
우리 본부는 월드비젼 라이베리아로부터 유엔 헬리콥트를 제공해 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접수했지만 너무 많은 인원이 벌써 대기자 명단에 있었다. 규정상 유엔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탑승 시키기 때문에 선생님을 포함한 일행들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되었다. 만약 자동차로 간다면 약 7시간이 걸리는 너무 힘든 여정이었다.
공문을 접수할 때부터 관여하게 된 나로서는 너무 미안했다.
결국 일행 전원은 태울 수 없었지만 선생님과 방송팀은 간신히 협조가 가능했다. 이를 알고 계시는 선생님은 헬리콥터를 타시기 전에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가볍게 안아 주셨다. 몇일 후, 선생님과 일행은 아쉽게도 좋은 기억들을 퓨리타운에 남겨 두시고 서울로 떠나셨다.
<다음호에 계속>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