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 작은 연못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364] 작은 연못

0 개 2,348 KoreaTimes
  '깊은 산 오솔길 옆'으로 시작되는 양희은의 '작은 연못'. 이 노래처럼 슬프고 절망적인 가사를 나는 알지 못한다. 운동권에서 많이 불렀지만 작사,작곡가인 김민기는 사회성을 띤 노래가 아니라고 말한다. 어찌보면 서정적이다. 살이 썩고 물도 썩어 생명이 고갈되는 상황을 어찌 그리 시침 뚝 떼고 탱탱볼 같은 멜로디에 담았는지.양희은은 한술 더 떠 가을하늘처럼 청아한 목소리로 불렀다. 그래서 더 아프다.

  신기하게도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떤 노래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 때가 있다. 떨쳐 내려 해도 무의식으로부터 플레이 되어 내 의식을 온통 사로잡는 노래.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 너무 예쁜 붕어 두 마리.숲, 솔바람, 연못, 지느러미를 살랑이며 헤엄치는 붕어. 청명한 여름날, 싸우다가 붕어 한 마리가 죽는다. 그놈 살이 썩어 들어가 연못의 물도 썩는다. 연못은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된다. 자책감에 가슴이 저릿하다. 붕어는 바로 내가 상처 낸 당신이고, 당신이 상처 낸 나다.

  뉴질랜드 교민은 3만여 명 남짓이다. 작은 연못에 불과하다. 누가 오염물질이라도 떨구면 삽시간에 호흡곤란에 시달리게 된다. 이민 문호가 커튼 콜처럼 잠깐 열렸다 닫히면 부영양화 현상이 생겨 오염물질이 더욱 많아지게 된다. 물을 잔뜩 흐려놓고 나 몰라라 하는 사람, 야반도주하는 사람들도 수시로 출몰한다. 자식을 키우고 생활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에겐 정말 치명적이다.

  어느 사회의 가치 평가는 투명도와 비례한다. 이민자들이 사는 물은 더욱 깨끗해야 한다. 다른 소수 민족들은 어떤 여과장치를 마련해 놓았을까?

  <유대인---랍비>오클랜드 갑부인 유대인 J는 청소를 맡긴 K에게 몇 달째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K는 법에 호소하고, 신문사에 알리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J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랍비'에게 얘기해 보라고 했다. K는 '랍비'를 찾아가 그 동안의 사정을 얘기했다. 랍비의 호령은 약효가 정말 빨랐다. 6개월 밀린 임금을 며칠만에 받을 수 있었다. 법과 언론 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랍비'라니.

  랍비는 유대인에게 스승이며 재판관, 어버이,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다. 유대인이 2천년 동안의 유랑생활을 버틴 것도 '랍비'와 그들이 만들어 낸 지혜의 처세술 탈무드 덕택이다. 문제를 빠르고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원로가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중국--- 체면과 관계를 중시하며 의리를 지키는 민족성>동업 형식으로 사업을 해도 절대 배신하거나 뒤통수치지 않는다. WIN- WIN 전략으로 주요 상권을 휘어잡고 있다. 뉴마켓 요지의 건물이 중국인 몇 명의 합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부러워하던 교민 L. L은 동업자의 배신으로 사업이 죽도 밥도 안되게 되어 집을 내놓은 상태였다. 미국, 캐나다 등 이민 사회도 마찬가지다. 동업을 한다는 것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한인 이민 사회는 언제나 구멍가게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일본---합리적, 이성적이며 준법 정신과 시민 의식이 높다>일단 파벌 싸움이 없다. 소신이 분명하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고 있어, 뉴질랜드 키위들이 가장 좋아하는, 존경해마지 않는(?) 아시안이다.

  중국인 다음으로 이민자가 많은 인도인은 처세술이 뛰어나고 부지런하다.

  물론 나는 지금 다른 나라들의 장점만을, 우리의 단점만을 부각시켜 얘기하고 있다.그들의 장점을 배우자는 바람으로. 뉴질랜드 교민 사회는 점점 '작은 연못' 꼴이 되어가고 있다. 더러운 물에는 또 다른 더러운 물이 흘러 들어온다. 누군가가 쓰레기를 버리고 독극물을 흘려 보내도 할 말이 없다. 원래 그랬으니까.

  미국 한인 이민 사회는 2년 전쯤 원로회를 조직했다. 크고 작은 이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결집하자는 것이다. 베트남은 교민수가 5만이 넘는데, 호치민 원로회에서 교통정리를 잘 하고 있다고. 서로에게 우호적이며 협조적이어서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인 교민 사회로 꼽히고 있다.

  뉴질랜드 한인 교민 사회의 정신적 지주는 없다. 긍정적이며 합리적인 선에서 정당하게 비판하고 수용하고 고쳐 나가면서 발전하는 일들이 요원하다. 사분오열 싸우고 헐뜯는다.그 꼴이 보기 싫어 잠수 타고 있는 냉소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티끌 같은 명예욕, 사리사욕 때문에 우리 2세들의 삶의 터전이 오염되고 있다. 자성(自省)해야 한다. 정화작업이 안된다면, 더 늦기 전에 원로회를 만들어야 한다. 원로들은 이민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지혜를 더해주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나 가치도 이민 사회에 접종해주어야 한다. 때로는 따끔한 회초리도 들어야 한다.

  유토피아는 없다. 유토피아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유토피일 뿐! 나는 오늘도 안도하고, 분노한다. 작은 연못이 낙원이 될지 썩어 들어갈지---

어깨 힘 좀 빼시죠 ? - 베이징 올림픽 유감

댓글 0 | 조회 2,994 | 2008.09.10
베이징 올림픽 기간 내내 행복하셨는지? 자유, 평등, 선의의 경쟁이 만들어 내는 명승부와 진기록, 숨겨진 이야기들에 박수 치며 감동하고 눈물 흘렸는지? 나는 불편… 더보기

얼어죽을 놈의 낭만!? - 2. 소라, 동백, 고구마

댓글 0 | 조회 4,115 | 2008.08.27
가스 히터가 피식피식 푸헬헬 소리를 내다가 꺼져 버렸다. 하필 억수로 비가 쏟아지고 기온이 뚝 떨어진 겨울밤이었다.가난한 잡가(작가 아님)는 손, 발, 코가 시려… 더보기

얼어죽을 놈의 낭만!? - 1. 겨울비

댓글 0 | 조회 3,224 | 2008.08.13
하늘에 해가 있기나 한 것인가. 이번 겨울은 참으로 수상하다. 비가 두어 달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린다. 주택가 곳곳이 침수되어 대피 소동을 벌이고 폭풍우에 쓰… 더보기

[385] 제로 톨레랑스(Zero Tolerance) - Ⅱ

댓글 0 | 조회 2,546 | 2008.07.22
어떤 여자가 먹을 것을 훔치다가 걸렸다. 경찰이 여자 차의 트렁크를 열었다. 바나나, 빵, 야채 등이 박스 가득 담겨 있었다. 돈으로 따지면 3, 40불어치나 될… 더보기

[384] 제로 톨레랑스(Zero Tolerance) - Ⅰ

댓글 0 | 조회 3,137 | 2008.07.08
범죄란 '사회의 질병'이다. 질병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병이 발생했다면 주저없이 완치시키고, 아예 질병이 얼씬 못하도록 체질과 환경을 … 더보기

[383]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Ⅳ)

댓글 1 | 조회 2,594 | 2008.06.23
2년 전, 오클랜드 사이먼 스트리트의 한 건물에 큰 입간판이 걸렸다. 벌거벗은 여자가 무릎과 팔을 이용 네 다리로 서 있고 유방에는 유착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여… 더보기

[382]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Ⅲ)

댓글 0 | 조회 2,648 | 2008.06.10
세계 제3차 대전은 식량 전쟁이다. 대한민국은 그 전쟁 중에 이미 핵폭탄을 두어 방 맞았다. 미국산 쇠고기로 한방 맞고, 5월 1일, 미국산 유전자 변형(GM)옥… 더보기

[381]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Ⅱ)

댓글 0 | 조회 2,908 | 2008.05.27
미식 축구 선수였던O.J.Simson은 94년, 전처와 그녀의 동거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지문, 혈흔, DNA, 발자국, 모발 등 CSI 수사의 모… 더보기

[380]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Ⅰ)

댓글 1 | 조회 2,441 | 2008.05.13
내 아들의 유아 시절, 입이 짧아 2Kg 정도 체중 미달이었다. 나는 아들과 무던히도 머리싸움을 했다. 사과, 귤 주스를 만들어 우유병에 넣고 빨게 하다가 슬쩍 … 더보기

[379] 샴 트윈(Siamese Twin)의 비극

댓글 0 | 조회 2,824 | 2008.04.22
아주 오래 전에, 그러니까 한 20년쯤이나 되었을까, 나는 신문을 읽다가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충격에 빠졌다. 1811년, 당시 태국의 이름은 '샴(sia… 더보기

[378] 타마릴로가 익는 계절

댓글 0 | 조회 3,110 | 2008.08.13
수년 전 집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고 다닐 때였다. Open home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어느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당 한쪽에 붉은 열매를 조랑조랑 매달고 있… 더보기

[377] 나는 걷는다

댓글 1 | 조회 2,727 | 2008.03.26
기차가 얼마나 게으름을 피웠던지,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이고 들고 앞장섰고, 나는 무섬증에 솜털이 보소송 일어나서 그 뒤를 … 더보기

[376] Sparkling과 100% Pure

댓글 1 | 조회 2,640 | 2008.03.11
한국 관광 홍보 영상 '코리아 스파클링'이 1월 31일, 세계 3대 영상제인 '뉴욕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양방언씨의 모던 한 가야금 연주에 전통과 현대… 더보기

[375] 성형 부작용

댓글 0 | 조회 2,632 | 2008.02.26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된 P씨, 그녀는 얼굴에 팩이라도 붙인 듯 웅얼웅얼거린다. "일주일 됐어, 수술한지." "아이고, 조막만한 얼굴에 칼 댈 때가 어딨다고?" … 더보기

[374] 남 섬에서 만난 세 남자

댓글 0 | 조회 2,708 | 2008.08.13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머리카락, 호방한 웃음, 그가 오른 산 만큼이나 우뚝한 콧날---뉴질랜드 지폐 5달러짜리에 인쇄된 남자, 에드먼드 힐러리경이다. 그는 1953… 더보기

[373] 무진기행(霧津紀行)

댓글 0 | 조회 2,750 | 2008.01.30
무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Ⅰ. 스무살 무렵,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만났다. 주인공 윤희중, 그는 산업화가 막 시작된 1960년대의 전형적 인물이다. … 더보기

[372] 꽃들에게 물어 봐

댓글 0 | 조회 2,481 | 2008.01.15
요즘 나는 어쩔 줄 모르겠다. 사방에서 나를 향해 프로포즈를 하는 바람에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는 말이다. 내 집 정원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고흐의 팔레트'다. … 더보기

[371] 우연(偶然)의 선물

댓글 0 | 조회 2,548 | 2007.12.20
12월이 되면 나는 두렵습니다. 엊그제 1월이 시작됐는데 벌써 12월이라니---. 나는 어린 시절 심부름을 가다가 돈을 잃어버려 망연자실 할 때처럼 당황스럽습니다… 더보기

[370] 영혼의 지팡이(Ⅱ)-Secret Sunshine을 보다

댓글 0 | 조회 2,401 | 2007.12.11
며칠 전 도마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나는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둘둘 감았다. 다정한 이들은 내 손가락을 보고 틀림없이 위로의 말을 건넨다. “어머! 다치셨… 더보기

[369] 영혼의 지팡이(Ⅰ)-마두금 연주를 듣다

댓글 0 | 조회 2,801 | 2007.11.27
거짓말처럼, 어미 낙타의 눈에서는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아기 낙타를 품에 들이고 젖을 물렸다. 며칠 전, 어미 낙타는 새끼를 낳았었다. 오랜 시… 더보기

[368] 하버브리지

댓글 0 | 조회 2,671 | 2007.11.12
오클랜드 하버브리지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06 베카 엔지니어링의 보고서는 클립온(바깥 상하행 2개 차선)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Transit … 더보기

[367] 천국의 가장자리

댓글 0 | 조회 2,312 | 2007.10.24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혹은 살고 싶은 나라는? 이런 질문에 뉴질랜드는 단연 수위를 차지한다. 나도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는 문구에 마음이 혹했었다.… 더보기

[366] 비상 배낭 꾸리기

댓글 0 | 조회 2,957 | 2007.10.09
몇달 전, 우체통에서 'Household Emergency Checklist'라는 제목의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상 용품을 준비해 놓으라는 것이… 더보기

[365] 봄날은 간다

댓글 1 | 조회 2,335 | 2007.09.25
욕심이 과하셨어요. 봄이 온다고 뭔들 달라지나요? 왜 설레이죠? 풍선처럼 빵빵하게 차 오르는 가슴에서 바람일랑 모두 빼내세요. 당신의 심장을 쭈그려 트리세요. 봄… 더보기

현재 [364] 작은 연못

댓글 0 | 조회 2,349 | 2007.09.11
'깊은 산 오솔길 옆'으로 시작되는 양희은의 '작은 연못'. 이 노래처럼 슬프고 절망적인 가사를 나는 알지 못한다. 운동권에서 많이 불렀지만 작사,작곡가인 김민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