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이방인

1 2,838 코리아포스트
카뮈의 '이방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 뫼르소는 동료의 싸움에 휘말려 불량배 한 명을 사살하게 된다. 뫼르소는 법정에서 '태양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고 진술한다. 그게 말이나 되는 얘기인가? 그렇지만 그건 사실이다. 불량배가 꺼내든 단도에 해변의 강렬한 햇빛이 반사되었다. 뫼르소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고 방아쇠는 당겨진 것이다.

'당신이 말하면 할수록 역효과가 난다. 당신은 법에 대해 잘 모른다. 단어 선택 하나 잘못 해도 재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입 다물고 있어라. 내가 다 잘 알아서 할 테니 나만 믿어라.'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재판은 멋대로 흘러갔다. 뭔가를 호소하고 싶었던 뫼르소는 목까지 차 오르는 말들을 삼키고 삼켰다. 마침내 뫼르소는 자신의 재판을 구경하는 구경꾼이 되어버린다. 이보다 더 부조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당사자는 빠져 버리고 판 검사, 변호사, 증인들이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들은 살인 사건과는 관계도 없는 뫼르소의 사생활을 뒤져내서 '악마 같은 놈'이라는 퍼즐 조각을 일 년에 걸쳐 완성한다. 그리고 뫼르소에겐 사형이 언도된다. 결정적 퍼즐의 한 조각은 '어머니의 장례식날 눈물을 보이지 않았고 여자와 히히덕 거렸고, 밤에는 정사를 나누었다는 것.'

법정에서 설명할 수 없는 뫼르소의 심정은 이랬다.

'죽음 가까이에서 어머니는 해방감을 느끼며, 다시 살아 볼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아무도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

사형 집행 전날, 뫼르소는 감옥 창살 너머에서 풍겨 오는 별, 흙, 소금 냄새를 맡으며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대우주의 품 속에 안기는 충만감을 느낀다. 삶의 부조리는 우리가 반항하고 뛰어넘으려 해도 소멸될 수 없다는 것.

이십 대에 '이방인'을 만났을 때, '뫼르소'의 판사나 배심원처럼 그가 소름끼쳤다. 그 소설책 자체가 정나미가 떨어져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 내팽개 쳐 버렸다.

요즘 나는 다시 옛날 책들을 꼭꼭 씹어가며 읽는다. 좋은 글들일수록 문장은 쉽지만 그 속에 담긴 깊고도 위대한 세계관과 삶에 대한 눈썰미가 대단해서이다. 얼마전 '이방인'을 읽고 그 책을 가슴에 품었다. 우리가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해 하던 삶의 모순과 부조리, 허망함이 얇은 책 속에 모두 담겨 있었다. 카뮈는 설명할 수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무의미한 인간들의 행동을 유리 구슬 같은 눈길로 본다. 그의 눈에 물기는 없다. 그래서 인간은 고독할 수 밖에 없고, 우리 앞에 펼쳐지는 일상은 무척 평온한데 참으로 낯설다. 한 편에서는 무슨 음모가 꾸며져서 옥죄어 오는데 빠져 나올 수가 없다. 삶은 설명할 수 있는 일보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

지난 3월 아본델 칼리지에서 발생했던 정군 사건(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군 이름과 사진이 공개 됐었다)의 정군에게 18개월의 징역형이 떨어졌다. 그 당시 한인 커뮤니티는 조금 들썩거리다가 뫼르소처럼 입 다물게 되었다.

정군 사건이 법정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 고매하고 냉정하신 법조인들께서 일말의 의구심도 없이 법집행을 하려고 많은 고뇌를 했을 것이다. 한인 관계자 여러분도 발품을 아끼지 않으며 다방면으로 최선의 결과를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7세의 정군이 명확히 설명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9월 24일, '피해 교사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범행을 유발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우리 모두는 구경꾼처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그런거지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치명적인 내상(內傷)이 간과되는 부조리함이란!

당시 정군이 찌른 칼(가위라는 설도 있었다)에 치명적이지 않은 상처를 입은 데이브 워렌에 대한 여러 얘기들은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왜 꼭 데이브 워렌이었을까? 결국 퍼즐은 유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아의 소행으로, 1942년 뫼르소의 재판처럼 관찰자 시점으로 완성돼 가고 있다. 카뮈는 소설가라기 보다는 삶의 본질을 꿰뚫는 선지자라는 생각에 경외감이 들 정도다.

이런 가정은 어떤가. 워렌이 남북한 문제를 들먹였다는 몇 줄 기사에 의거한 것이다.

나에게도 아들이 있다. 아들은 조국에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나보다 훨씬 걱정한다. 나에겐 익숙한 국회의원들의 몸싸움도 참으로 창피해 한다. 조국에 대한 의협심과 애국심이 충만하다. 어린 시절 이민 왔음에도 그렇다. 반면 본인에게 일어난 불합리한 일들은 별 일 아닌 데 뭘 그러냐면서 날 위로한다. 정군도 자신이 받은 설명할 수 없는 모욕적인 언사나 눈길, 묘한 분위기는 사소하게 넘겼지만, 국가에 대한 모욕은 참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조국애와 의협심에 불타는 십 대 청소년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그의 행동이 정당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이것 뿐이다.나는 구경꾼에 불과하므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영어가 아니다. 우리가 유학생을 바라봐야 하는 시선은 돈벌이 대상이 아니다. 삶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지뢰밭을 어떻게 피해가야 하는가? 그 지혜를 가르치고 보호해주고 함께 길을 떠나는 일이다.

<3월 24일자 컬럼 '도대체 누가'에 이어 쓴 글입니다. 지난 컬럼은 www.nzkoreapost.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전 대학때 이 문구로 지금의 아내에게 편지를 쓴적이 있습니다.

내용: 당신이 됬든 저 하늘의의 태양이 됬든 하나는 없어야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없에자니 온통 암흑뿐이구려.

이 때 아내는 고삼이였습니다. 전 대학일년차..

좀은 유치 하지만 엣사진 뒷장의 감긴 먹물을 빼며

겨우 옮겨 적었습니다.

여우난골에서 온 편지

댓글 9 | 조회 3,273 | 2011.08.16
옛날 옛적에, 여우가 캥캥 울어대는 골짜기(여우난골)에 사람들(여우난골 族)이 모여 살았습니다. <얼굴에 별자국(곰보)이 솜솜났지만 재주가 좋아 하루에 베 … 더보기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댓글 30 | 조회 6,443 | 2010.09.28
나의 꿈을 얘기하겠습니다. 침대 칸이 있는 대륙 횡단 열차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몇 날 며칠, 기차는 벌판을 달리고 풍경은 끝없이 물러나고 시작되고… 더보기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댓글 5 | 조회 7,905 | 2010.09.20
사랑은, 결혼은 뭐하러 하나? 뉴질랜드, 한국 불문하고 집집마다 절벽 위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늙어가는 아들 딸들이 있다. 그네들은 사랑과 결혼이 두렵다고 한다. … 더보기

회전 목마를 떠나지 않고 있는 노인들?

댓글 2 | 조회 4,480 | 2010.08.24
오클랜드의 지인이 내게 하소연했다. 그녀와 나는 1남 3녀 중 장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르다면 그녀의 1남은 동생이고 나의 1남은 오빠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 더보기

옛날 남자 친구

댓글 2 | 조회 4,291 | 2010.08.10
나의 20대는 박스 안에 갇혀 있었다. 짐 정리를 하다가 나는 곰팡내 나는 눅눅한 박스 안에 들어 있던 나를 끄집어냈다. 뭐라고 되지도 않는 말들을 씨부려 놓은 … 더보기

Ebony & Ivory 그리고 Yellow

댓글 1 | 조회 3,538 | 2010.07.27
공원을 반 바퀴쯤 돌아설 무렵, 가시처럼 눈을 찌르던 햇살이 짱짱함을 잃고 서쪽 하늘에는 석양이 드리워졌다. 매일 찾아오는 시간이지만, 브라운 색 필터로 한 번 … 더보기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선물

댓글 2 | 조회 3,387 | 2010.07.13
우연히 들른 것인지 영역을 넓히려 온 것인지, 어느날 고양이가 우리 집에 왔다. 진한 갈색의 야성적인 무늬가 매력적인 ‘삵’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첨 보는 녀석이… 더보기

보이지 않는 감옥

댓글 3 | 조회 3,164 | 2010.06.22
호주 시드니의 ‘경제평화 연구소 (IEP)’는 지난 8일 ‘2010 세계 평화 지수(GPI)’를 발표했다. 전쟁이나 사회 정치적 갈등, 테러 위험, 폭력 범죄 등… 더보기

누드 쇼라도 할까요?

댓글 3 | 조회 4,307 | 2010.06.09
미국발 서브 프라임 사건에 이어 유럽발 금융 위기로 지구촌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5월 6일,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실업률은… 더보기

세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댓글 1 | 조회 4,081 | 2010.05.25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식장은 포도 농원이었다. 오클랜드 남쪽으로 두 시간쯤 달려간 뒤 구불구불 구절양장(九折羊腸)같은 산 길을 20분도 넘게 또 갔다. 이런 곳에… 더보기

살아온 1만여일, 살아갈 2만여일

댓글 1 | 조회 3,890 | 2010.05.11
세계 지도 속 한국은 풍만한 가슴에 붙어 있는 젖꼭지만하다. 그나마 온전하면 다행인데 반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손바닥만한 땅을 난 잘 알지 못한다. 몇 년 전… 더보기

어디로 가나?

댓글 5 | 조회 8,370 | 2010.04.28
조그만 음식점을 운영하던 K씨가 오클랜드를 떠났다. 비싼 가게세를 내면서도 근근이 버텨오던 음식점은 지난 해부터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에는 거의 개점 휴업 … 더보기

재외 국민 보호법이 시급하다

댓글 2 | 조회 6,615 | 2010.04.13
대한민국 정부가 재외 동포들에게 참정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뉴질랜드 한인 언론 매체들은 벌써부터, 투표 방법에 대한 안내문을 게재하고 있다. 1천만에 육박하는 전… 더보기

별나라로 간 스님

댓글 2 | 조회 3,334 | 2010.03.23
법정 스님이 입적하고 난 후 두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죽게 되면 말없이 죽을 것이지 무슨 구구한 이유가 따를 것인가"로 시작되는 한 통의 메일은 스님이 마… 더보기

혹등 고래의 세레나데

댓글 2 | 조회 4,399 | 2010.03.10
<유튜브 동영상 'Migaloo the White Whale Speaks' 2010년 3월 2일 캡쳐 화면> 합리적이고 친절하며, 결점 없는 이미지로 … 더보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

댓글 1 | 조회 3,407 | 2010.02.23
인품 좋고 점잖은 신사의 나라 영국이 과거 아프리카 등 식민지에서 자행했던 일들은 악마의 짓이었다. '지킬 박사'가 약을 먹고 '하이드'로 변해 온갖 추악한 일을… 더보기

Safety Line

댓글 1 | 조회 3,705 | 2010.02.09
오클랜드 공항에서 짐을 찾기 위해 luggage claim area에 서 있을 때였다. 반입 금지 품목이나 마약 등을 탐지하도록 훈련 시킨 비글 종 개가 나타났다… 더보기

아이티여, 줄을 서라!

댓글 1 | 조회 3,918 | 2010.01.26
앞으로 2년 후, 지구가 멸망한단다. 과학자들은 고대 마야 문명 때부터의 예언이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가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땅이 쩌-어억 갈라지고 그 구덩… 더보기

Blue Ocean에 뛰어들어라

댓글 1 | 조회 3,948 | 2010.01.12
오클랜드 시내, 골목 모퉁이에 호떡 집이 있다. 그 집에 가면 항상 줄을 서서 호떡이 노릇하게 익어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호떡 집에 불났다’라는 표현이 딱 실감… 더보기

무지개 나라

댓글 1 | 조회 3,065 | 2009.12.22
2010년 월드컵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개최된다. 뉴질랜드는 11월 14일, 바레인과의 예선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 더보기

화양연화 (花樣年華)

댓글 3 | 조회 3,654 | 2009.12.08
나는 내 목적지가 어딘지 모른다. 나는 무시로 떠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수년 전부터 더욱 심해졌다. 세상의 부대낌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이 견디기 어… 더보기

Spring In The Box

댓글 1 | 조회 2,945 | 2009.11.24
내가 이사 간다고 하자 친구 S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치커리는 어떡하구---.” 그녀가 어디선가 얻어다가 내 집에 심어 주었던 치커리는 흔히 구할 수 있는 종… 더보기

Ball Boy

댓글 1 | 조회 2,779 | 2009.11.10
봄인데 전혀 봄날 같지 않은 날씨군요. 식구들이 온돌 매트에 등 바닥을 붙이고 좀처럼 일어나지를 않네요. 따끈한 생강차에 꿀을 한 술씩 타 먹인 후 등 떠밀어서 … 더보기

현재 이방인

댓글 1 | 조회 2,839 | 2009.10.27
카뮈의 '이방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 뫼르소는 동료의 싸움에 휘말려 불량배 한 명을 사살하게 된다. 뫼르소는 법정에서 '태양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 더보기

Open Home ; 두 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3,163 | 2009.10.13
수선화에 이어 모란과 벚꽃이 피었다. 붉은 철쭉도 피었다. 뒤란의 수국은 새 잎이 푸른 구름 모양 둥실둥실 돋아났다. 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지는 동안 우리도 다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