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텐션반, 그 의미와 현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익스텐션반, 그 의미와 현실

0 개 692 전정훈

— 깊이 있는 배움, 그리고 균형의 교육

 

92e76fe3dcf9d32c7123e6f42876bf49_1762289139_0034.jpg
 

다양성이 커진 교실에서


오늘날의 교실에는 학습 방식과 사고의 특성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같은 내용을 배우더라도 어떤 학생은 개념을 빠르게 이해하고 확장하려는 경향이 있고, 또 어떤 학생은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과정을 선호한다. 이러한 차이 속에서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가르치는 수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적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익스텐션반(Extension Class)이다. 익스텐션반은 상위권 학생만을 위한 특별반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 특성과 사고의 깊이에 맞춘 차별화된 수업 구조를 지향한다. 각 학생이 자신의 강점과 학습 리듬에 맞게 사고를 확장하고 이해를 심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영어 익스텐션반에서는 단순히 더 어려운 텍스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시대적 맥락을 분석하고 언어가 지닌 표현의 힘을 탐구한다. 수학에서는 공식을 빠르게 외우거나 문제풀이의 양을 늘리기 보다 공식이 만들어진 원리와 그 개념을 다른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즉, 한 단계 위의 내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깊이 있게 사고하는 것이 익스텐션의 본질이다.


따라서 익스텐션반은 학생의 수준을 구분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다양한 학습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적 다양성과 공정성을 실현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의 시선


익스텐션반은 많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학업 능력을 인정받은 자리로 여겨진다. 선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끼며, 아이가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익스텐션반 교사들의 기대 수준이 높고 학습 분위기도 좋기 때문에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익스텐션반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때로는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학생이 자신의 이해 수준보다 높은 단계로 이끌려가면 무조건적인 암기에 의존하게 되고, 학습의 즐거움과 동기를 잃어버릴 수 있다. 반대로 익스텐션반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은 자신이 평범하다는 인식을 가지며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익스텐션반은 특별한 학생만을 위한 반이 아니라, 학습 접근 방식이 다른 학생을 위한 또 하나의 선택지로 이해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반의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배움이 이루어지는가이다.


익스텐션반의 현실적 운영


뉴질랜드의 여러 중•고등학교는 학교의 규모와 철학에 따라 익스텐션 프로그램을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클랜드 지역의 Westlake Boys High School, Rangitoto College, Auckland Grammar School, Macleans College, Green Bay High School, Belmont Intermediate School 등은 그 중에서도 비교적 체계적이고 발전된 형태의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부 학교는 가속(acceleration) 중심의 모델을 적용한다. 상위 학년 교재를 조기에 배우며 학습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빠른 성취감과 높은 동기를 부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진도에만 치중하다 보면 개념의 이해가 충분히 다져지지 않은 채 넘어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고의 깊이나 응용력은 제한될 수 있다.


반면 확장(extension) 또는 탐구(enrichment) 중심의 모델을 적용한 학교들도 있다. 같은 과목이라도 더 깊이 있고 창의적인 과제를 중심으로 수업을 설계하여, 학문적 사고력과 자기주도적 탐구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다만 진도나 난이도 중심의 성취를 중시하는 학부모의 기대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가속(acceleration) 과 확장(extension) 어느 한쪽이 옳다기보다, 학생의 수준과 목적에 맞는 균형 잡힌 설계를 찾는 일이다.


서로 다른 익스텐션의 방향 - Westlake Boys High School과 Rangitoto College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명문 공립학교인 Westlake Boys High School과 Rangitoto College는 모두 익스텐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접근 방식에는 차이점이 있다.


Westlake Boys High School은 확장(extension)과 탐구(enrichment)에 초점을 둔다. 같은 교과라도 개념의 구조를 더 깊이 탐색하고, 학생 스스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특히 Year 9부터 Scholarship 단계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학습경로(Pathway)를 통해, 학생이 단기적인 성취를 넘어 장기적 성장의 흐름 속에서 배우도록 설계되어 있다.


Rangitoto College는 가속(acceleration) 중심의 모델이다. 학습 속도가 빠르고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에게 상위 학년 과정을 조기에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문적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방식은 진도를 빠르게 진행하고, 학생이 새로운 개념에 일찍 노출되어 높은 수준의 문제를 다루게 하는 장점이 있다.


두 학교의 사례는 익스텐션 교육이 단일한 모델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속도와 깊이의 조화가 진정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생이 빠르게 배우더라도 그 안에서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사고의 폭을 넓힐 때, 익스텐션의 의미는 완성된다.


익스텐션 교육의 본질 - 속도 위에 깊이를 더하다


얼마 전, 한 9학년 학생의 학부모가 상담을 요청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11학년 수준의 수학을 배우고 있는데,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 확신이 없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고민이라는 내용이었다.


간단한 진단 테스트를 통해 학업 수준을 점검해보니, 그 학생은 개념을 빠르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뛰어난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개념의 구조적 이해나 응용능력 면에서는 다소 불안정한 부분이 보였다. 


그래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앞서 배우는 것만으로 그 학생이 충분히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학교에서 빠른 진도를 통해 상위 개념을 익히는 것은 분명 도전의 기회지만, 그 개념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 설명하며,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진정한 배움의 척도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익스텐션반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 수업을 정비하면서 속도를 재촉하기보다, 이미 배운 개념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실제 문제에 적용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공식의 원리를 다시 짚고, 같은 개념을 다양한 맥락에서 탐구하도록 했다. 더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더 깊이 이해하고 연결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목표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앞서 배우느냐가 아니라, 그렇게 배운 것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느냐인 것이다.


전정훈 원장

Edu-Kingdom College, North Shore

newcan119@gmail.com


마나스카 라인의 거대한 지상화, 인류가 하늘에 남긴 수수께끼

댓글 0 | 조회 329 | 2025.11.11
페루 남부의 건조한 사막 지대, 해발 500미터의 고원 위에 펼쳐진 나스카 라인(Nazca Lines).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 곳에는 거대한 새, 원숭이, 거미,… 더보기

매너 좋은 골퍼 vs 이기적인 골퍼

댓글 0 | 조회 485 | 2025.11.11
골프장은 정적 속에서 사람의 본성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소리 없이 걷고, 조용히 기다리고, 말 한 마디도 신중해야 하는 이 스포츠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인격의… 더보기

AI에 탄력적인 50개 직업 목록이 공개되었습니다! (2)

댓글 0 | 조회 922 | 2025.11.11
뉴질랜드 사람들은 AI로 인한 실업의 운명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미래의 직업에 대비하여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세요!지난호에 더 이어서AI 영향에 대한… 더보기

외로움을 위하여

댓글 0 | 조회 267 | 2025.11.11
시인 최 재호그는 보이지 않지만모든 고요의 중심에 계신다나는 새벽의 가장 깊은 틈에서그의 숨결을 듣는다 -말이 아닌, 존재로 말하는 목소리사람들은 외로움을 두려워… 더보기

인공지능(AI)이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댓글 0 | 조회 377 | 2025.11.11
챗GPT를 시작으로 크게 발전한 소위 ‘대화형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최근 몇년 전부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기존에 단순히 ‘구글 검색’등을 통해 직접 찾아봐야… 더보기

감정의 벽을 넘는 대화의 기술

댓글 0 | 조회 222 | 2025.11.11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다. 특히 상대가 쉽게 화를 내거나 감정이 폭발해 대화가 곧 싸움으로 번질 때 우리는 깊은 … 더보기

16. 정령의 길 –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의 전설

댓글 0 | 조회 192 | 2025.11.11
Te Ara Wairua o Tongariro – 통가리로의 정령 길* 대지를 걷는 영혼통가리로 산은 단지 화산이 아니라, 마오리 세계에서 산신(山神)이 깃든 정… 더보기

먹과 잉크

댓글 0 | 조회 144 | 2025.11.11
겸재 정선은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의 대가로, 금강산과 인왕산 등 우리나라의 실제 산천을 독자적인 필법으로 그려 수묵화(水墨畵)의 전통을 확립한 인물이… 더보기

IB Diploma 가 대세인가?

댓글 0 | 조회 389 | 2025.11.10
지난 10월 22일 대한민국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이 대구 IB 교육현장을 방문하였고 “이런 학교가 더 많아야 한다”며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대구 대일리한국 … 더보기

홍역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세요!

댓글 0 | 조회 344 | 2025.11.07

파킨슨병과 파킨슨 증후군

댓글 0 | 조회 379 | 2025.11.07
필자의 국민학교(초등학교) 동창생 중 건설회사 임원을 역임한 옛 친구가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으로 5년 이상 투병하고 있다. 또한 80세까… 더보기

편견과 선입견, 우리 안의 작은 벽

댓글 0 | 조회 279 | 2025.11.05
예전에 사회복지기관에서 실습을 하던 시절의 일이다.수퍼바이저와 상담 내담자의 허락을 받아 상담장면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상담이 끝난 후에 수퍼바이저와 함께 상담… 더보기
Now

현재 익스텐션반, 그 의미와 현실

댓글 0 | 조회 693 | 2025.11.05
​— 깊이 있는 배움, 그리고 균형의 교육다양성이 커진 교실에서오늘날의 교실에는 학습 방식과 사고의 특성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같은 내용을 … 더보기

STEAM 이야기 - 배움의 이상과 현실의 한계

댓글 0 | 조회 566 | 2025.10.30
“스팀반 수업은 재미있어요. 그러나 내년에는 익스텐션반에 가고 싶어요. 거기는 좀 더 공부 중심이잖아요.”얼마 전 한 학생이 내게 한 말이다. 현재 학교의 STE… 더보기

15. 통가리로의 맹세 – 신성한 화산의 사랑과 전쟁

댓글 0 | 조회 219 | 2025.10.29
Tongariro National Park의 마오리 전설* 신령이 깃든 산들태초에 뉴질랜드 북섬의 중심에는 네 개의 위대한 산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그들은 단순한… 더보기

정부기관 상대로 소송하기

댓글 0 | 조회 347 | 2025.10.29
부패한 독재정권이 있는 국가, 강력한 대통령제를 도입한 국가, 복지국가 등 여러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향이 다르고 또한 그에 따라 그 대소여부에 차이가 있을 … 더보기

집 안에서 ‘끼익’ 이상한 소리, 범인은 누구일까요?

댓글 0 | 조회 650 | 2025.10.29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오늘은 우리 집의 혈관과도 같은 수도 배관을 보호하고, 매일 사용하는 물을 편안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더보기

하단, 중단, 상단의 관계

댓글 0 | 조회 254 | 2025.10.29
상중하 단전은 모두 연결된 하나로 보면 된다. 윗 저수지에 물이 고이면 저절로 내리 흐르게 되어 모두 연결되는 것과 같다. 기가 모여 흐르는 순서는 하단전 → 중… 더보기

배에서 꿈꾸고 배에서 배운다

댓글 0 | 조회 281 | 2025.10.29
대한민국 해군 순항훈련전단 ‘한산도’ 함 이 입항하던 날이었다.젖지 않을만큼 부슬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그만하면 다… 더보기

오클랜드 의대 입시, MMI 인터뷰의 실질적 중요성 분석

댓글 0 | 조회 372 | 2025.10.29
- 당락을 결정하는 25%의 무게▲ 이미지 출처: Pixabay free image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 더보기

시월(十月)

댓글 0 | 조회 141 | 2025.10.29
시인 황 동규1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석양이 짙어 가는 푸른 모래톱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2지난 이야기를 … 더보기

스털링 실버 (Sterling Silver)

댓글 0 | 조회 195 | 2025.10.29
금·은·동으로 나누는 메달은 아시다시피 은메달이 2등이다. 은(銀)은 눈부시지 않고 은은하다. 깨끗하고 깔끔하다. 은수저, 은장도, 은하수가 떠오른다. 은수저를 … 더보기

마추픽추, 잃어버린 공중 도시의 비밀

댓글 0 | 조회 204 | 2025.10.28
1911년, 한 젊은 미국인 탐험가가 잉카 제국의 전설을 찾아 안데스산맥을 따라올랐다. 이름은 하이럼 빙엄(Hiram Bingham). 그는 “잃어버린 잉카의 도… 더보기

AI에 탄력적인 50개 직업 목록이 공개되었습니다!

댓글 0 | 조회 382 | 2025.10.28
뉴질랜드 사람들은 AI로 인한 실업의 운명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미래의 직업에 대비하여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세요!최근 몇 년 동안 AI(인공지능) 개… 더보기

간절함을 시작으로, 간절함 자체가 되어

댓글 0 | 조회 169 | 2025.10.28
-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충주 석종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졌으나, 전망이 황홀하리라는 것은 달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템플스테이관에서 펼쳐지는 전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