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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겪어보셨을 ‘집에서 나는 냄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고,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달라 매우 주관적인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플러머에게 냄새의 원인을 찾는 일은, 때로는 배관 전문가가 아닌 사설 탐정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죠.
최근 제가 실제로 해결했던 몇 가지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통해, 냄새의 원인이 얼마나 예상치 못한 곳에 숨어있을 수 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례 1: 신축 타운하우스 2층 샤워실의 미스터리
얼마 전, 지은 지 얼마 안 된 북쪽 신축 타운하우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2층에 위치한 안방 샤워실에서 불쾌한 냄새가 올라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주인분은 직접 거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들인 상황이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냄새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현장에 도착해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실제로 분명한 하수구 냄새가 느껴졌습니다. 이런 경우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것은 샤워 배수구의 트랩(Trap) 청소 상태입니다. 배수구 덮개를 열어보니 예상대로 상당한 양의 머리카락과 유기물 찌꺼기가 엉켜 있었습니다. 이것이 썩으면서 냄새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깨끗하게 청소한 후 며칠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2주 뒤, 냄새가 훨씬 더 심해졌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배수구 청소는 임시방편이었을 뿐,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었던 것이죠. 새로 지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사(developer) 측은 2년의 하자 보수 기간(warranty)이 지났다는 이유로 어떠한 조치도 취해주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답답해진 집주인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집 타운하우스에도 연락을 해보았는데, 놀랍게도 옆집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옆집은 원인을 찾기 위해 1층 천장을 뜯어보기까지 했는데, 그 결과 2층 샤워실 바로 아래에 있어야 할 P-트랩(P-trap) 이 아예 설치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트랩에 항상 일정량의 물이 고여 있는데, 이 물이 ‘봉수(Water Seal)’ 역할을 하여 하수구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악취와 벌레를 막아줍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부품이 시공 과정에서 누락되었으니, 샤워할 때마다 하수구 냄새가 그대로 역류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확인한 후, 저희는 집주인분의 1층 천장을 조심스럽게 열어 배관을 확인했고, 역시나 트랩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새로 트랩을 올바르게 설치하는 것으로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되었습니다.
사례 2: ‘환풍기를 켤 때만’ 냄새가 나는 집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서쪽 지역의 한 주택에서 비슷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집주인분이 몇 년간 거주하다가 최근 세입자를 들였는데, 세입자분이 2층 욕실에서 샤워할 때마다 냄새가 난다고 호소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트랩 문제일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우선 배수구를 깨끗하게 청소한 뒤,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배관 내시경(CCTV) 카메라를 넣어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전 집처럼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냄새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CCTV로 확인한 결과, 트랩은 규격에 맞게 잘 설치되어 있었고 배관 내부도 비교적 깨끗했습니다. 냄새가 나지 않는 상태에서는 원인을 특정할 수 없었기에, 세입자분께 어떤 특정한 조건에서 냄새가 나는지를 자세히 관찰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철수했습니다.
몇 주일 후 세입자분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원인을 찾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냄새는 샤워를 하면서 동시에 욕실 환풍기를 켤 때만,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죠. 저는 환풍기를 계속 켜놓은 상태로 다시 방문했습니다. 욕실 문을 열자마자 정말 악취가 확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 저는 범인이 샤워 배수구가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냄새의 진원지는 바로 변기였습니다.
이 집의 변기는 바닥과 맞닿는 부분에 과도할 정도로 실리콘이 두껍게 발라져 있었습니다. 평상시에는 이 실리콘이 냄새를 어느 정도 막아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환풍기를 켜면, 환풍기의 강력한 힘이 욕실 내부 공기를 밖으로 빨아내면서 갇혀져 있던 냄새마자 빠져 나오게 됩니다. 변기와 하수관을 연결하는 고무 패킹(Pan Collar Rubber Seal) 이나 왁스 링(Wax Ring) 에 미세한 틈이 있다면, 그 틈으로 하수구 가스가 빨려 들어오게 됩니다. 즉, 평소에는 갇혀 있던 냄새가 환풍기의 흡입력에 의해 실내로 유입되었던 것입니다.
변기를 조심스럽게 떼어내 보니, 아니나 다를까 팬 커넥터 고무 씰이 없었고, 그 주변에는 오랫동안 고여 썩은 물이 악취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팬 커넥터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변기 주변을 깨끗이 소독해서 청소 하고 나니 지독했던 냄새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냄새의 원리를 알고 우리 집을 점검하는 방법
뉴질랜드의 모든 배관 시스템, 부엌 싱크대부터 세탁실, 샤워실, 바닥 배수구까지 모든 곳에는 앞서 설명드린 대로 트랩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트랩에 고여 있는 물, 즉 ‘봉수(Water Seal)’가 하수구 냄새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선입니다.
그런데 이 water seal은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말라 없어지게 됩니다. 만약 욕실이나 샤워실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트랩에 고여있던 물이 자연적으로 증발하여 봉수가 파괴됩니다. 이렇게 되면 하수구 가스가 무방비로 실내로 올라오게 되죠. 오랫동안 집을 비웠을 때 집 전체에서 미묘한 하수구 냄새가 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럴 때는 각 배수구에 물을 충분히 흘려보내 트랩에 다시 물을 채워주기만 해도 냄새는 금방 사라집니다.

만약 집에서 원인 모를 냄새가 난다면, 다음을 먼저 확인해보세요
● 배수구 트랩 청소: 가장 기본입니다. 머리카락, 비누 찌꺼기 등 유기물이 트랩에 쌓여 썩으면서 나는 냄새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배수구 덮개를 열고 내부를 깨끗하게 청소해 보세요.
● 냄새가 나는 특정 조건 찾기: 저의 두 번째 사례처럼, 냄새가 항상 나는지, 아니면 특정 상황에서만 발생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샤워할 때만 나는가?
○ 식기 세척기나 세탁기를 돌릴 때 나는가?
○ 환풍기를 켤 때만 나는가?
○ 위층에서 물을 쓸 때 아래층에서 나는가?
이런 구체적인 조건들을 저희에게 알려주시면, 마치 탐정이 단서를 찾듯 원인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냄새는 단순히 불쾌한 수준을 넘어, 때로는 건강에 해로운 가스(황화수소, 메탄 등) 를 동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만약 불쾌한 냄새 때문에 고생하고 계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저희 Nexus Plumbing 오피스로 연락해 주세요. 저희가 여러분의 배관 탐정이 되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