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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semester) 제도를 하는 대부분의 미국 대학은 봄 학기가 끝나는 5월에 전체 대학 차원의 졸업식을 한다. 졸업식의 백미(白眉)는 졸업 축하 연설이다. 누구를 모시느냐도 관심사다. 지난 5월 17일에 있었던 UC-Berkeley 대학의 졸업식 연설을 들어보았다. 길어도 짧아도 안 좋다는 연설의 시간은 얼마라야 좋을까? 재어 보니 16분 정도 걸렸다. 동문 선배 중에서 성공한 사람이 아닌가 했는데 이웃의 라이벌인 스탠퍼드 법학대학원(law school)에서 법학을 공부한 사업가, 다니엘 루베츠키(Daniel Lubetzky)란다.
그의 아버지가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있었는데 미군의 도움으로 해방되었다고 한다. 그는 멕시코계 유대인으로 미국에서 성장하면서 아버지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전쟁과 평화, 자유와 인권, 그리고 친절은 죽다가 살아난 아버지의 모든 것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 그는 영어 발음에 스페인어와 히브리어 억양이 섞여 있겠지만 잘 들어봐 달라는 주체 겸양의 농담으로 너스레를 떨었다.
법을 공부한 사람이 어떻게 해서 사업가가 되고 크게 성공했을까? 그 사업의 시작은 연설에서 곧 드러난다. 그는 젊은 졸업생들에게 인생에서 성공하고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할 수 있는 네 가지 초능력을 받았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도 태어나며 받았다면서, 그것이 불굴의 의지(Grit), 대담함(Fearlessness), 창의성(Creativity), 그리고 잔소리 같겠지만 사랑하고 용서하는 힘이라고 하였다. 어려서 천재적인 수준의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도 성인이 되면서 그걸 다 살리지 못하기에 성공한 사람들은 극소수다. 그는 성공해서는 사랑하고 용서하며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해서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하였다.
특별하게도 그는 “KIND 바” 2개를 담은 작은 주머니를 준비했는데 그것을 졸업생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라고 했다. 카인드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캐러멜, 땅콩이 들어 있고, 겉은 밀크초콜릿으로 코팅된 손가락만 한 간식거리, “스니커즈(Snickers) 바”와 비슷하다. 운동하거나 등산 중에 허기를 채우기에 좋은 비상식품인데 KIND 바는 2004년에 그가 설립한 견과류 기반의 건강 간식 바(snack bar)란다. 견과류(nuts), 통곡물(whole grains), 그리고 과일을 주재료로 하고 인공 감미료나 설탕, 알코올, 과당이나 옥수수 시럽 등은 사용하지 않는단다. 졸업 축하 연설에서 제품 선전을 하는 건가?
‘카인드’는 낯선 사람들의 친절 덕분에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아버지를 생각하여 지은 이름이란다. 카인드 바 하나는 도움을 준 사람에게, 다른 하나는 관계가 끊어진 사람에게 전달하란다. 그렇게라도 ‘친절한 행동(Kind act)’을 실천해 보라는 것이다. 루베츠키의 순자산은 약 23억 달러(약 3조 원 이상)라고 한다. 그가 얼마나 지갑을 열까?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을까? 그가 만든 일자리는 얼마나 안전하며 몇 명이나 먹여 살릴까? 하루에 3천 원 정도로 사는 극빈층이 세계 인구의 8%인 6억 5천만 명이고, 세계 인구의 절반이 1만 원(약 7불) 이하로 살아간다. 생활비가 하루에 30불(약 4만 원), 한 달에 900불(약 120만 원)을 넘는다면 이 세상에서 상위 15%에 든다.
CBS, NBC와 함께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의 하나인 ABC에는 “샤크 탱크(Shark Tank)”라는 장수 프로그램이 있다. 2009년에 첫 방송을 시작하여 지금 시즌 17을 방영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획기적인 상품을 만든 창업가(entrepreneur)를 발굴하여 샤크(상어)라는 투자가(venture capital)가 이를 지원하도록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창업가는 자본이 달려 죽음의 계곡을 넘기 어렵다. 그걸 성공해서 돈과 경험, 플랫폼이 있는 선배 사업가(샤크)가 밀어주는 것이다. 여러 샤크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창업가는 연결이 되면 꽃길을 걷게 될 것이다. 샤크, 루베츠키가 그걸 해오고 있다.
사업을 하고 또 성공하려면 창의성을 살려 불굴의 의지와 대담함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모방은 잘하지만 창의적이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창의성은 커녕 불굴의 의지도 대담함도 없어서 내가 그냥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졸업 축하 연설을 해 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왜 하는 건지...
* 출처 : FRANCEZO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