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초(seaweed)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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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seaweed) 이야기

0 개 2,280 조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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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메네즈앙 해변에서 한 여성이 바구니와 가위를 들고 바닷가로 향한다. 긴 장화를 신고 걸어가는 발걸음이 낯설지 않는 행동이다. 갯벌로 바다 채소로 불리는 해초를 따러 가는 중이다. 물론 물 때를 맞춰 지금은 썰물로 들어난 갯바위에는 온갖 해초가 널려있다. 이것 저것 살펴 보더니만 파래(sea lettuce), 다시마, 톳 등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낸다. 아주 조금씩 가위로 잘라내면서 필요한 만큼만 수확한단다. 그러면 바위에 붙어 있는 해초는 다시 자라게 되고 내일 또 한번 필요한 만큼만 수확하면 된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일부 해초는 말리기도 하지만 곧바로 요리에 들어간다. 막 따온 해초를 잘게 썰어 양푼에 담는다. 거기에 양파, 계란, 치즈를 넣고 버무려서 오븐에 굽니다. 서양인이 즐기는 간편식 타트를 만드는 것이다. 구워낸 파이는 한 조각씩 접시에 담는다. 그녀의 해초를 이용한 손쉬운 요리다. 

 

이 여성과 달리 서양 사람들은 바닷 속에서 자라는 해초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좋아하는 김, 미역, 다시마, 톳, 파래 같은 구분이 없이 해초(seaweed)로만 불리운다. 물론 학명적인 분류와 이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대중들이 쉽게 부르는 이름은 이렇게 단순하다. 우리가 다시마로 알고 있는 kelp 정도만 이름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nori(김) wakame(미역) 같이 일본어 이름으로 통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지어낸 이름은 아직 없다. 이로 미뤄보아 그들에게는 해초의 식품으로 이용에는 절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달리 한국과 일본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해초를 세분해서 각자의 이름을 붙어 주었다. 그래서 인지 서양에서는 kelp는 농작물 재배에 쓰이는 비료로 가공해서 사용해 오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일부의 해초를 가축의 사료로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제는 서양 사람들도 해초를 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 인구가 70억명이 되는 시점에는 인류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방법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과학자들의 밝지않은 전망이다. 그 시기는 머지 않아 닥치게 될 것이고, 이때에는 해초가 식량자원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한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이 때가 되면 육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만으로는 지구상의 인구를 감당하기 벅차다. 또한 농산물 증산을 위한 비료, 농약의 추가 사용으로 인한 환경의 부담도 막중하게 된다. 이로 인해 동북아 나라들에서 예전부터 주요한 식품으로 이용하던 해초에 대하여 관심을 쏠리게 된 것이다. 가축의 사료이든 아니면 인간을 위한 식품이든 아주 유용한 영양 공급원 임이 틀림이 없다. 해초는 이미 입증된 수퍼푸드의 대열에 진입한 것이다. 

 

한국인의 김과 미역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 꼭 비축해 두어야 하는 서민의 필수 월동식품이다. 가족의 생일날이면 어김없이 미역국이 밥상에 오른다. 미역국 없이는 생일을 챙겼다는 얘기를 듣기가 힘들지 않는가. 물론 제사상에도 미역국은 필수 목록에 속한다. 또한 일본 음식 가운데 이미 세계화된 미소 수프에도 미역이 반드시 들어 간다. 한국에서 생산된 특산품 김은 모두 일본으로 수출되었지 않았던가. 이러다 보니 해외여행의 자유화 시작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국인의 출장길에는 꼭 챙겨가야 하는 것이 김이었다. 혹시 김이 일찍 떨어질 경우에는 우편으로 배달해서라도 밥상에 올렸다. 요즈음의 젊은 유학생들 마저 김자반으로 해외생활의 적적함을 달래지 않던가.

 

서양인들의 견해는 단순하면서 확실해 보인다. 아시아 지역을 비롯해서 이미 중요한 식품으로 자리매김한 해초들인데, 이 지역의 해역이 점점 오염되어 간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아시아의 나라들은 인구 과밀지역이고, 그들의 경제성장을 위해 무수한 공해물질을 바다로 흘려 보내고 있다. 이 지역의 해안은 머잖아 오염될 것이고 더 이상 해초를 채취하지 못하게 된다면, 안전한 해초를 찾아 나설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아메리카 해안에서 미래 전략을 세우는 사업가들은 이미 해초의 대량생산을 위한 기지 개발이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아마도 아메리카산 해초 제품이 아시아 시장을 노크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올 봄 망가와이(Mangawhai) 해변에서 바다 톳을 만났다. 한국의 해초 맛을 그리는 주변 사람들의 톳 사랑 덕분이다. 오랜만의 느껴본 황홀감이었다. 입안에서 비릿하게 씹히는 톳 가지의 그 맛은 가히 일품으로 고기 씹는 맛을 방불케 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오래전에 읽었던 어느 여류작가의 수필이 생각나게 한다. 어릴 적 고향에서 맡았던 생미역 냄새에 대한 추억 얘기다. 이 수필가의 힘든 유학생활 속에서 고향 강릉의 생미역 냄새가 그렇게도 그러웠단다. 바람결을 타고 드는 비릿한 그 냄새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아무튼 필자도 봄날 톳의 발견으로 어떤 시련이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같은, 이제 여기서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편안한 생각이 들었다면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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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랫동안 해초와 함께 해온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전통 음식문화는 세계를 앞서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이런 식문화는 내일에도 지속되길 바래본다. 그렇지만 이런 희망을 지키는 일도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인간의 욕심에서 촉발한 해양 오염원으로 해초의 보금자리가 날로 위협받고 있다. 여때껏 바다는 넓은 아량으로 우리가 함부로 버리는 오염원을 잘도 정화해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한계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편리함을 추구 하는 일회성 플라스틱으로, 경제성장은 필연적이지 않느냐고 말하는 산업 폐기물로, 그리고 이상적인 전력 생산에 필연적이라는 원자력 발전의 볼모로 발생한 재앙적인 방사능 유출로 바다는 지쳐가고 있다. 게다가 태풍을 핑계로 방사능 오염수를 함부로 처리하고자 하는 이웃과 함께 살고 있다. 바다가 오염되면 우리의 식탁은 위험하고, 더 나아가서 우리의 생존도 위태롭게 하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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