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는 요리 프로그램이 아주 다양하다. 그런대로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서양 요리는 어찌하나 하는 관심으로 자주 보게 된다. 전국의 지방을 돌아가면서 그 곳을 특산물을 가지고 즉석요리를 선보이는가하면, 전문 요리사가 직장을 방문해서 단체급식에 메뉴를 선보이고 평가를 받는 프로도 있다.
또한 입담 좋은 요리사의 설명에 의한 아주 간편한 요리가 있는가 하면, ‘마스터 세프’ 선발 콘테스트도 나라별로 방영한다. 게다가 텔레비전 선전의 일부지만 대형마트에서 추천하는 마스터 세프의 요리를 보고 영감을 얻으란다. 아주 특이하게도 영국에서 제작한 프로에서는 일반사람들이 팀을 만들어서 돌아가면서 만찬에 초대하고 평가를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요리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은 걸까?
우선 요리 프로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 않은가. 또한 맛있게 먹고 편안하게 살려는 현대인의 욕구에 잘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먹는 거야 누구에게나 중요하지 않는가. 그래 텔레비전 시청률을 높일 수 있고, 아울러 식품 소비에 대한 상업화 전략에 맞아 떨어져 스폰서를 찾기도 쉬우리라 생각된다. 그 밖에 다른 이유는?
산업사회가 성장하면서 그전에는 가정에서 가사를 돌보던 주부도 이제는 직장에 나가야 한다. 이런 현상이 가장 먼저 시작된 영국의 얘기다. 이제 주부는 반 조리 또는 완전 조리된 식품을 마트에서 사서 가정에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졌단다. 어떤 전문가에 의하면 이런 추세는 이미 두 세대가 넘었고, 이로 인해 앞으로 의료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리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다는 예로는 미국에 파견되었던 한국의 신문 특파원은 반 조리 상태의 냉동식품이 풍성한 미국의 대형마트를 동경하기도 한다. 그저 간편하게 데우거나 전자레인지를 사용해서 세끼를 해결할 수 있어, 바쁜 생활에 요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좋았다고. 이래 저래 현대 주부들의 집안 요리의 중요성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가정요리에는 재료의 확보와 준비, 그리고 식사 후 설거지 등에 너무 많은 가사노력이 소요된다. 현대의 맞벌이 주부는 요리를 점점 기피하게 되었고, 주말외식은 이제 자연적인 현상이 되었으며, 가족들도 이런 추세를 묵인하게 되었다. 가족들의 입맛은 현란한 주말외식과 공장 조리식품의 첨가제에 길들여져 간다. 우리의 보수적인 입맛도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하고, 어머니의 손맛으로 대를 이어 온 우리의 전통음식의 맛은 아련한 추억 속에 갇혀 버렸다.
한국의 전통음식 전문가는 ‘현대인이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식품에 대한 안전성과 조리의 편의성을 추구함에 따라 이제 식품선택은 백인백색의 시대로’ 칭한다. 서로 다른 자신의 입맛을 찾으려는 노력이 점차 늘어간다.
이런 현상으로 가정주부도 요리책을 냈고, 유명배우도 요리 비법을 텔레비전에 소개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도 요리책을 발간했다. 유명 여배우는 자신의 건강한 미모는 자기 손으로 직접 해 먹는 요리에서 찾는다. 이렇게 개인의 다양한 식성을 자신이 직접 채우는 시대인가 보다.
세계적인 전문요리사 두카스 (Alain Ducasse)는 자신의 요리 비법을 좋은 재료에서 찾는다. 우선 소금 기름 식초 같은 기본 조미료를 세계 최상의 것으로 준비하고, 나머지 요리재료는 지역에서 생산한 제철식품에서 찾으며, 동물성 단백질 사용을 절제하는 단순한 요리를 강조한다.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의 덕분에 아들도 아버지도 요리에 뛰어든다. 어린이들도 백화점 요리 이벤트에 줄을 서서 머핀을 굽는다. 수퍼맘은 이제 지쳐 가정요리에서 관심이 멀어지는 데, 다른 가족들은 자신의 입맛을 맞추려 혈안이다.
옛말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는데, 요리사가 많은 집 요리는 어디로 갈는지. 우리가 그리도 애타게 찾고 있는 맛있는 음식은 인류 요리사에 의한 현란한 미각의 자극에 있는 게 아니라, 어머니 손맛으로 이어온 전통의 음식에 있는 게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