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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왕비는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운명의 힘을 이길 수 없으니 세상의 모든 모이라들이 다 모인 멀고 높은 산꼭대기를 찾아가 운명을 바꿔달라고 말하라고 했다.
그리고 빵을 줄 테니 모이라가 해를 끼치더라도 절대 그곳을 떠나지 말고 손에 빵을 들고 있는지 주의해서 살펴보라고 말했다.
공주는 왕비가 시킨 대로 빵을 들고 길을 떠나 험한 산길을 따라 힘들게 걸어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공주가 정원 문을 두드리자 세련되고 아름다운 한 소녀가 걸어 나와 자기 손님이 아니라며 들어가 버렸다.
이후 여러 소녀들이 나왔지만 누구도 공주를 알아보지 못했고, 드디어 머리 빗질도 하지 않고 다 해진 누더기를 입은 더럽기 짝이 없는 여자가 정원 문에 나타났다. 그러나 그 여자는 저주받은 게 왜 왔냐며 썩 꺼지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말했다.
공주가 빵을 주면서 운명을 바꿔달라고 부탁했지만 그 여자는 엄마에게 가서 다시 한 번 낳아달라고 해서 그때 다시 오면 혹시 운명을 바꿔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변의 다른 모이라들 조차 험한 산길을 고생하면서 찾아온 공주를 도와주라고 했으나 그는 공주의 머리를 향해 빵을 던지며 꺼지라고 말했다. 공주가 빵을 들어 올려 다시 부탁했으나 모이라는 돌을 던지며 공주를 쫓아냈다.
모든 모이라가 애원하고 공주가 참을성 있게 다시 빵을 건네자 못된 모이라는 마음을 바꾸어 빵을 받더니, 비단실뭉치를 주며 잘 보관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실뭉치 무게만큼 나가는 사람 이외에는 절대 누구에게도 그 실뭉치를 주어서는 안 된다며 네 운명을 잘 풀어 보라고 말했다.
공주는 실뭉치를 들고 왕비에게 돌아왔다. 어느 날 이웃나라 왕이 결혼식을 치르려 하는데 신부의 옷에 필요한 비단실이 부족했다.
하인들이 옷감에 잘 맞는 비단실을 알아보고 다니다가 공주에게 가서 그 실뭉치가 옷감에 잘 맞는지 보자고 말했고 그 비단실은 옷감에 꼭 맞았다.
그러나 공주는 실뭉치를 사겠다는 그들에게 팔지는 않을 것이며 단지 달아보게만 하겠다고 말했다. 그들이 실뭉치를 저울 한 편에 놓고 다른 편에 금화를 놓았으나 저울의 눈금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더 많은 금화를 올려놓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때 왕자가 저울 위로 올라가겠다고 자청했고 그러자 결국 무게가 똑같이 나가게 되었다. 이후 왕자와 공주는 함께 비단실뭉치를 간직할 수 있도록 결혼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