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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렁덩덩신선비
옛날 어느 마을에 자식도 없이 가난하게 사는 한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마을 장자네 집에 가서 베를 짜거나 밭을 매며 얻어먹고 살았는데 어느 날 밭을 매다가 새하얀 알을 하나 발견하게 되어 그것을 삶아 맛있게 먹었다. 그 후 할머니는 임신을 하게 되어 아이를 낳았으나 그 아이는 사람이 아닌 구렁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할머니는 구렁이를 뒤주 안에 넣고 삿갓으로 덮어 놓았다.
그때 장자네 집의 딸 삼형제가 차례로 할머니를 찾아와 낳은 아이를 보여 달라고 했다. 가장 먼저 찾아온 큰딸에게 할머니는 미역국과 쌀밥을 끓여다 주면 보여주겠다고 했고 큰딸이 음식을 가져다주자 할머니가 삿갓을 들어보라고 말했다. 그러자 큰딸은 기겁을 하며 도망가 버렸다. 둘째 딸도 큰딸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막내딸은 미리 음식을 차려와 할머니를 잘 대접한 후 아기를 보고 “구렁덩덩신선비님을 낳으셨네!” 하고는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막내딸이 집으로 돌아가자 구렁이는 할머니에게 막내딸에게 장가를 들고 싶으니 가서 얘기를 넣어달라고 했고, 어렵겠다는 할머니에게 칼과 불을 들고 어머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겠다고 협박했다. 할머니는 마지못해 장자의 집으로 찾아갔으나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장만 얻어 그냥 돌아왔다. 두 번째로 찾아가서도 김칫거리만 얻어 그냥 돌아오니 구렁이 아들이 화를 내며 당장 달려들 듯이 야단을 했다. 할 수 없이 다시 장자네 집에 가서 사실을 말하니, 장자 내외가 딸들을 불러 물어보았다.
위로 두 딸은 징그럽다며 거절했으나 막내딸이 가겠다고 하여 결국 구렁이 아들과 혼례를 치르게 되었다. 구렁이가 잿물에 목욕을 한 다음 바지랑대를 타고 장자네 담에 올라 빨랫줄을 타고 초례청에 이르자 사람들이 뒤로 물러서서 손가락질을 하며 수군거렸지만 막내딸은 태연히 예식을 치렀다.
밤이 되자 구렁이는 옥 같은 선비가 되어 나타나더니, 하늘에 죄를 지어 구렁이 탈을 쓰고 세상에 태어났으나 당신을 만나 허물을 벗게 되었다며 구렁이 허물을 각시한테 건네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길을 떠나야 하니 허물을 잘 간직하라고 하며 그것을 잃어버리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각시는 구렁덩덩신선비가 건네준 허물을 고이 접어서 품속 깊이 간직했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