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정리하면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겪은 경험들 중 힘들었던 점, 도전해야 할 것들 혹은 건의할 사항 등등에 대해 보고서를 쓰면서 다시 한번 한국학생들이 직면하고 있는 이슈에 대해 들여다보니 가정에서 겪는 체벌 즉 필자가 감히 붙이는 가정폭력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음을 절감했다. 몇 개월 전에도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것 처럼 산에서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참으로 영향력을 미치기 어려운 노력임을 절감한다. 왜냐면 이미 한국에서 조차도 체벌이 금지되어 있지만, 아직도 가정 내에서의 체벌은 교육의 일환으로 자연스레 여겨지고 당하는 아이들 조차도 원래 한국부모들은 체벌을 하는 구나 생각한다.
너무나 참기 어려운 모욕감을 느끼면서 서러움에 터진 눈물을 들켜서 일교시부터 상담실로 보내진 학생도 선생님께는 아침에 부모님과 갈등이 있어서 속상해서 운다고 말했지만, 오분도 안되어서 아침부터 부모님께 맞고 등교를 한 얘기를 꺼낸다. 키위선생님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한국인 상담선생님은 우리 문화를 이해하니까 편하게 느끼는 것이리라. 아주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파트에 살아서 맞는 소리가 다 들려서 신고한 이웃에 의해 경찰이 왔지만 영화를 보는 데 너무 소리를 크게 해서 그렇게 들렸나 보라고 돌려보낸 이야기며 매일 듣는 욕의 수위는 언어폭력이라 불러 마땅할 만큼 사람의 자존감을 무너뜨릴 정도이다. 이런 디테일을 말하지 않으면서 자주 맞지요, 어려서부터 계속 잘못하면 맞아요, 아무거나 보이는 걸 집어들고 때리세요….골프채로 맞았어요…하는 아이들은 부지기수이다. 이런 상황들이 폭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혹은 나는 이 정도는 아니라고 위로하는 분은? 머리를 쥐어박고 책이나 공책등으로 머리를 치고 빰을 때리는 정도? 아니면 점잖게 회초리로만 때린다고 난 감정적이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이 모두가 가정폭력입니다.
하물며 말로 하는 언어폭력도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상대를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정폭력의 범주에 드는 데, 육체적으로 가하는 모든 체벌은 폭력이 된다. 어떤 용감한 부모들은 경찰이 와도 내가 내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나는 체벌을 할 거라 말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은 정말 신고를 해서 그런 생각들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왜냐면 신고가 들어가고 경찰이 조사에 들어가면 CYFs라는 곳에서 상담과 교육을 병행하면서 그런 잘못된 생각들을 고치는 과정에 무조건 집어넣기 때문이다. 그런 잘못된 사고를 버리지 않는 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아이들은 병들어 가기 때문이다.
예전에 가끔 부모에게 많이 맞고 자라서 잘 자랐다고 하는 분들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맞어, 말 안 듣는 아이는 매 밖에 없어 라고 말한다. 오래 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라는 프로그램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자기 엄마를 때리고 욕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설치된 카메라에서 아버지가 그 아들에게 똑 같이 행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결국은 아버지의 폭력이 아이에게 불안감과 극도의 스트레스를 심어주고 그것을 아빠가 없는 사이에 엄마에게 그대로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엄마도 기가 약해서 아빠에게나 아들에게나 주눅들어 계신 분이었기에 아들의 그런 폭력에도 맞서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정폭력을 당한 분들이 다 가정폭력을 자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정폭력을 행하는 분들은 모두 가정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이다. 이 점을 한 번 깊이 새겨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