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사랑한 아이스(Ice)와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초콜릿을 사랑한 아이스(Ice)와인

0 개 2,398 피터 황

 9ba4a227394c03cde43a0a53e46d1722_1468460596_1273.jpg

 

사랑을 하게 되면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초콜릿과 와인은 닮은 점이 많다.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빈이 전혀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성질을 가지고 있듯이 와인을 만드는 포도 또한 서로 다른 날씨와 토양으로인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 그래서 ‘최고의 와인은 신이 만든다’고 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닮은 점이 많아 보이는 초콜릿과 와인을 정작 조화시키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초콜릿의 독특한 향과 맛이 입과 코를 마비시키고 나면 제 아무리 최고의 와인이라도 초콜릿의 강한 기에 눌려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초콜릿보다 더 스위트(Sweet)한 와인을 선택한다면 입안에 녹아 드는 그 절묘한 조화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스위트 와인(디저트 와인)은 일반 와인에 비해 그 풍미가 매우 독특하고 매혹적이다. 농축된 와인이기 때문에 와인 병이 일반 병의 절반 크기 밖에 되지 않고 가격도 비싼 편이다. 보통 식후에 마시는 스위트 와인은 신선한 과일이나 치즈, 케이크, 아이스 크림, 쿠키, 초콜릿과 잘 어울린다.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데는 몇 가지의 방법이 있다. 그 한가지로 롯(The Rot, 변질된)의 영향을 받은 포도로 만든 경우인데, 이 포도는 변질되거나 질병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귀부 병(노블 롯, Noble Rot)이라고도 불리는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에 의해 영향을 받은 포도로 와인을 만든 경우다. 포도에만 생기는 독특한 곰팡이(Grey Rot)는 오히려 사람의 몸에는 이로운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 곰팡이로 인해 포도과즙의 90%정도의 수분이 없어지면서 포도들은 건포도와 같이 주름지게 된다. 이렇게 약간의 당분을 잃어버리고 나면 엄청나게 농축된 달콤한 포도즙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위트 와인으로는 프랑스 보르도지방의 소테르네(Sauternes), 헝가리의 토카이(Tokay), 독일의 모젤(Mosel), 잘(Saar), 루베(Ruwer), 그리고 라인가우지역에서 생산되는 베렌아우스레젠(Beerenauslesen), 트로켄 베렌아우스레젠(Troken Beerenauslesen)급의 와인들이 있다. 특히 독일와인의 경우는 아주 이상적으로 변질된(Nobly-Rotted) 리즐링(Riesling) 포도로 만드는데 매우 귀하다.

 

스위트 와인의 또 다른 종류인 아이스 와인(Ice Wine)을 만드는 방법은 포도를 얼리면서 태양 빛에 말린 포도로 만드는 크리오엑스트렉션(Cryoextraction)이라는 기술로 만든다. 포도들이 건포도가 되어 가면서 얼 때까지 기다렸다가 늦게 수확하여 생산하는 와인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와인들은 보트리티스 곰팡이 자체가 갖는 특유의 향은 없다. 다시 말하면 흰눈 쌓인 포도밭에서 수확한 뒤 얼어 있는 상태로 압착, 발효시킨 것이다. 추운 날씨 속에 거센 눈바람을 맞으며 덩굴에서 얼었다 녹았다 를 반복하면서 당분과 산이 농축된 농도로 만들어지는 만큼 색깔과 달콤한 맛이 단연 일품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이태리에서는 포도를 수확한 후 건조시키는 방법으로 당도를 높여 아주 풍부한 맛과 높은 알코올의 와인을 만드는 데, 레치오또디 발폴리첼라(Recioto di Valpolicella), Vin Santo처럼 깊은 여운이 오래 남는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원래 아이스 와인(Eiswein)은 18세기 독일에서 처음 개발되어 이제는 독일 북부, 미국 북부 그리고 캐나다의 온타리오(Ontario)와 뉴질랜드에서도 생산된다.  조금 영리한(?) 와인제조자 들은 포도를 인공적으로 냉동고에 얼려서 아이스 와인을 만들었지만 아주 값싼 ‘냉장고 와인’을 만드는데 그쳤다. 자연적인 진행과정이 없이 무르익은 맛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와인을 ‘자연이 준 선물’이라고 한다.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초콜릿만이 아이스 와인의 복잡한 맛과 향에 견줄 수 있는 음식이다. 식사 전에 아이스 와인을 마시면 즉각적으로 식욕이 샘솟는데 특히 짭짤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만약 식전에 아이스 와인을 먹는다면 아껴 두었다가 식후에 디저트와 함께 하는 것도 좋다. 이럴 경우 식사 중간에는 스파클링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데 이유는 식후에 아이스 와인으로부터 더욱 감미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초콜릿과 아이스 와인의 달콤한 부드러움이 입안을 점령하는 순간, 우리는 긴장을 풀고 유순해지기 시작한다. 초콜릿 속의 카페인은 지친 심신에 활력과 에너지를 제공하고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성분은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 뇌가 분비하는 화학물질과 같아서 심장박동을 높이고 꿈꾸는 듯한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 또한 저녁시간이 아이스(Ice) 와인이 품고 있는 향의 변화를 느끼기에 좋은 시간이라고 하니 사랑으로 잠못 이루는 밤을 지새고 있다면 그대여, 지금이 고백의 타이밍이다. 

 

샴페인과 삑사리 철학

댓글 0 | 조회 8,898 | 2015.10.14
고향에선 추석명절이면 오랜만에 모인 식구들이 화투(花鬪)를 하곤 했다. ‘꽃으로 싸운다’는 뜻의 화투는 그 이름에서 이미 심오한 철학의 무게가 느껴진다. 48장의… 더보기

웰컴 투 보르도(Bordeaux)

댓글 0 | 조회 2,492 | 2015.11.12
세계와인의 표준, 프랑스. 와인 하면 어째서 프랑스를 세계 제일로 여기는 것일까? 이유는 와인을 만들어 온 역사가 깊다는데 있다. 로마인들이 갈리아를 정복하고 포… 더보기

요강을 뒤엎는 술, 복분자(Black Raspberry)

댓글 0 | 조회 3,998 | 2015.12.09
대충 약 30년 전의 서울시 시민들의 이야기가 리얼하다. ‘연탄불, 성문종합영어, 골목길, 카스텔라’. 응답 받고 싶은 1988년도, 나의 대학시절이기도 한 그 … 더보기

나의 첫 사랑, 피조아(Fejoa)

댓글 0 | 조회 3,360 | 2016.01.14
남자는 첫 사랑을 못 잊어 또다시 닮은 사랑을 하고 여자는 첫 사랑을 잊기 위해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한다고 했던가. 내가 그를 만난 것은 대략 20년 전, 데본포… 더보기

육각형의 방, 코르크(Cork)의 정체

댓글 0 | 조회 3,052 | 2016.02.11
와인은 오래될 수록 좋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숙성이 되면서 풍미가 풍부해지는 와인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와인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코르크(Cor… 더보기

청국장과 치즈는 누가 다 먹었을까

댓글 0 | 조회 3,998 | 2016.03.10
카메라 앞에만 서면 무뚝뚝하게 서있는 나에게 사진사는 간절하게 김치를 외쳐댄다. 그래 봐야 마지못해 억지웃음을 만들어내자 이번엔 치즈를 부르짖는다. 입가에 웃음을… 더보기

청주(淸酒) VS 사케(Sake)

댓글 0 | 조회 6,700 | 2016.04.13
아버지와 여러 겹의 노끈으로 손잡이를 만든 백화수복을 들고 고향에 내려 올려다본 밤하늘엔 별들이 빼곡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더보기

엄친아 아버지, 카베르네 프랑

댓글 0 | 조회 2,913 | 2016.05.11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공부 잘하고 부모 말씀에는 무조건 순종한다는 무시무시한 존재,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이제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더보기

나폴레옹과 술의 황제, 코냑(Cognac)

댓글 0 | 조회 7,294 | 2016.06.09
프랑스의 지명이기도 한 코냑(Cognac)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최고급 브랜디(Brandy)인 코냑이 와인을 증류해서 만든 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 더보기
Now

현재 초콜릿을 사랑한 아이스(Ice)와인

댓글 0 | 조회 2,399 | 2016.07.14
사랑을 하게 되면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초콜릿과 와인은 닮은 점이 많다.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빈이 전혀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성질… 더보기

와인 디자인, 블렌딩(Blending)의 세계

댓글 0 | 조회 3,806 | 2016.08.11
언제나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맛 집들은 대부분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창적인 비법으로 대를 이어가면서 전통의 맛을 변함없이 지켜가기… 더보기

속도중독, 느리게 살 수 있는 용기

댓글 0 | 조회 2,149 | 2016.09.15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 느리게 따라가다 보면 상위무리에서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이 모두를 괴롭힌다. 근면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지금의… 더보기

와인의 몸무게, Body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2,215 | 2016.10.11
살찐 고양이 한 마리가 봄 햇살을 즐기며 풀숲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Fat Cat, 이 그림이 그려진 와인을 마신 후에 느껴지는 느낌이 상상이 되는가? 이 그림을… 더보기

호스트 테이스팅(Host Tasting)을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3,642 | 2016.11.09
허물없이 친한 사람들끼리의 자리라면 그다지 매너를 따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형식이나 절차가 편안한 분위기를 너무 학문적(?)이고 딱딱하게 만들 수도 있기 … 더보기

광화문에서 나는 숲을 보았다

댓글 0 | 조회 1,977 | 2016.12.06
세상 모든 것이 모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겠냐고 들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굶을 때면 제일 무서운 것이 그 목구멍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먹을 수만… 더보기

파리(Paris)로 떠난 모나리자

댓글 0 | 조회 1,596 | 2018.09.11
프랑스 VS 이탈리아 (Ⅰ)카톡이나 안부를 먼저 보내주는 사람이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늘 당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툰 후에 … 더보기

욕쟁이할머니 맛의 비밀

댓글 0 | 조회 1,563 | 2018.10.10
신의 선물 와인의 초대 (67)​퇴근한 후에 산동네를 오르는 동네아저씨들은 길목에 있던 우리집 구멍가게를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한 동네 모두가 이웃이었고 … 더보기

빈치(Vinci) 마을의 천재, 레오나르도

댓글 0 | 조회 1,671 | 2018.11.15
프랑스 VS 이탈리아 (II)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화가일 뿐 아니라 위대한 발명가였다. 자동차, 비행기, 헬… 더보기

프로세코여~. 아직도 로맨스를 꿈꾸는가?

댓글 0 | 조회 1,598 | 2018.12.12
벼락처럼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는 로맨스를 우린 평생 몇 번이나 해볼 수 있을 까? 어떤 이들은 유치한 드라마 속 이야기 라고도 한다. 삶의 절정을 지나버린 나이가… 더보기

판타스틱 듀오, 커피와 와인

댓글 0 | 조회 1,622 | 2019.01.16
요즘 카페에서는 커피와 함께 와인이, 와인바에서는 와인과 함께 커피가 메뉴 판 리스트에 적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들이 실제로 … 더보기

검은 순수 VS 황홀한 지옥

댓글 0 | 조회 1,603 | 2019.02.13
커피와 와인을 마시는 것은 곧 자연을 마시는 것이다. 처음에 이 둘은 약으로 사용됐다. 기원 전 에티오피아 부족들은 커피나무 잎을 씹거나 줄기 끓인 물을 마시며 … 더보기

향기(香氣)를 잃으면 독(毒)이 된다

댓글 0 | 조회 1,632 | 2019.03.13
화학약품의 조합으로 실험실에서 와인이 만들어지고 콘크리트 빌딩에서 컴퓨터로 채소와 과일이 만들어진다. 덕분에 우리의 식탁은 향을 잃은 식재료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더보기

상식을 깨는 돌연변이

댓글 0 | 조회 1,789 | 2019.04.10
피노(Pinot)라는 말은 솔방울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그러니 프랑스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인 피노누아(Pinot Noir)는 검은 솔방울이라는 뜻이 되… 더보기

잡종의 생존법칙

댓글 0 | 조회 1,654 | 2019.05.14
와인의 품질은 포도 품종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개성에 크게 지배된다. 결국 품종이 같다면 재배지가 다르더라도 품질 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 더보기

나의 혈액형은 카베르네

댓글 0 | 조회 1,681 | 2019.06.11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혈액형이 같은 사람은 같은 종류의 유전인자를 갖게 돼 성격, 행동, 질병이 비슷해진다고 한다. 피는 신선한 산소, 맑은 공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