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는 꽃나무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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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피는 꽃나무의 신화

0 개 946 김지향

기다렸던 손녀가 드디어 세상에 태어났다. 다행히도 내가 오클랜드에 도착한 이후에 출산을 했고, 딸과 손녀는 건강한 모습으로 지금 내 곁에 있다. 이미 딸 바보가 되어버린 사위는 힘든 줄도 모르고 아내와 딸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아기 이름을 유은과 Eden으로 지은 사위와 딸은 아기가 에덴동산의 은혜 속에서 살기를 바랐을 거 같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에덴이며 천국이니 당연한 바람일 것이다.


아기의 탄생과 더불어 반가운 소식이 왔다. 미국 애틀란타에 사는 김준호 시인이 세 번째 시집을 출간한다는 것이다. 김준호 시인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문단에 등단한 시인으로서 지성과 지혜를 겸비한 깊은 영성을 갖춘 시인이다.


뿌리 깊은 기독교인으로서 교회의 높은 성벽을 넘어 우주와 모든 종교와 영성의 총화를 이야기 하는 그의 시들을 읽으면서 감동을 안 할 수 없었다. 


그의 시들에서는 성경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종교적인 색채로부터 벗어나 현대인의 고뇌 속에서 자기완성의 길을 가고 있는 열정이 빛을 발한다.


그가 출판한 첫 번째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을 통해 김준호 시인만의 독창적인 시 세계에 마음이 끌렸지만, 세 번째 출간하는 이번 시집은 특별히 더욱더 커다란 감동과 공감을 갖게 했다.


『늦게 피는 꽃나무의 신화- 밝은 어둠의 노래』라는 제목을 통해 시인의 내면세계가 느껴진다. 


그의 시를 보면 모든 세상이 그의 거울이다. 그의 시 속에는 꽃과 나비 그리고 새들이 등장한다. 산과 나무 역시 그의 시상을 떠오르게 하는 대표적인 자연이다. 시의 소재인 모든 자연의 조각들은 해학적이며 풍자적이다. 연극 무대에서의 배우와 무대 장치 소품들 또한 기발한 소재로 그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의 내면은 그의 것만이 아닌 우리의 내면 그대로인 것이다. 


여신 또한 그의 시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이 시집의 첫 시와 마지막 시에 등장하여, 연극 무대와 함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일단 그의 시들은 재미있다. 시를 읽으면서 영상이 그려진다. 


솔개의 날개를 보고 창공을 나는 나비, 독수리눈을 닮은 참새의 눈, 천재를 닮은 까마귀, 독수리 가면을 쓴 참새, 배 위에서 헐떡거리면서 누워있는 고래, 하늘도 평정하고 싶은 호랑이, 벌레와 나비.......등이 등장하는 시들은 우화 버금가는 재미와 더불어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한다.


산과 강 그리고 바다도 김준호 시인의 훌륭한 시재로, 그를 통해 독특하고 재미있는 도구로 태어난다. 일상에서 늘 함께 하는 개와 고양이들 또한 마찬가지이며, 노숙자와 창녀들 역시 그의 상상력과 지성의 산물이 된다.


벌레, 좀비, 양아치, 지푸라기, 복권......등의 시재들 또한 인간의 본능을 읽게 해주며, 꺼내어 보기 싫어서 깊이 감추어 둔 내면을 들춰내어 보여 준다.


그의 시집을 읽을 땐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연재소설을 읽는 것 같다. 시집 안에 기승전결이 있고, 시작과 끝이 연결이 된다. 길고 긴 서사시 한편을 읽는 것 같다. 그냥 들춰서 딱 한 편만 읽어도, 단숨에 한 권 전체를 읽어도 재미와 더불어 지혜를 전해준다.



인생은 기다림이기에, 꽃나무인 우리는 기다림의 터널을 통과하여 꽃을 피우기 마련이다. 


깜깜한 자궁 안에 자리를 튼 영혼이 어머니의 넥타를 먹으며 열 달의 기다림 속에 골격이 형성이 되고 살이 붙고 오감을 갖춘 인간의 형상이 된다. 이렇게 안락한 어둠의 세상에서 빛 세상으로 나와 나비처럼 날아다니면서 또 다른 기다림에 빠져든다.


첫 시 『어둠의 탄생』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시 『밝음의 탄생』으로 끝나는 이 시집을 읽고 나서 열 달 동안 자궁 속에서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기다린 손녀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었다.


빛 세상에 태어나서 젖을 무는 것부터 앞으로 터득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시 감상은 참 재미있다. 시 해석은 독자의 몫이니 말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것이 시인 것 같다. 그래서 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다.


김준호 시인이 참 대단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부터 시들 전체가 어쩌면 그렇게 많은 것을 담고 있는지. 읽으면 읽을수록 쫀득쫀득해지고, 새롭게 발견이 되는 것들이 많았다. 


그저 재미있게 읽다가 그 안에 들어 있는 깊은 뜻에 감탄을 하게 되고, 각각 다른 시들인데도 그 시들이 연결이 되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되며, 읽는 내내 내 안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았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명이 꺼져 깜깜한 무대 위에서 태어난 아기가 자라나 빛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무대 위에서 여신과 함께 춤을 춘다는 신화. 


여신의 등장이 참 재미있다. 불 꺼진 무대 위에서 태어난 아기가 자라 빛이 쏟아지는 무대 위에 올라왔을 땐, 여신의 짝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신이 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자기완성의 끝판왕인 신이 되었을 걸로 여겨진다.


‘늦게 피는 꽃나무의 신화’란 제목과 빛 속에서 춤을 추는 이야기가 어쩌면 이렇게 잘 매치가 되는지, 


시에 대한 새로운 지평선을 연 김준호 시인에게 축복의 길이 열리길 기대하면서, 시집에 실려 있는 시들 중 한 편을 적으며, 내게 수필형식으로 독후감을 써달라고 한 김준호 시인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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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 피는 꽃


  궁금해

 왜 저 나무는

 수십 년이 지나도

 꽃을 피우지 못할까

 좀 더 기다려야 하나

 한 송이도 피우지 못하고

 망각 속으로 시드는 것을 봐야 하나

 갈릴래아의 예수처럼

 이 世上이 나무에게 너무 작은가

 제자들은 예수의 죽음을

 부활로 장식하고

 神話를 완성했는데

 나도 이 앙상한 나무 몸통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새겨 넣고

 생명을 불어넣어 줄까

 잠깐…

 조금만 더 기다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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