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어리석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광기와 어리석음

icn
0 개 958 김지향

엊저녁에 한국에 사는 언니와 오랫동안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자정을 넘겨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오직 그림을 그리고 수강생들을 가르치면서 살아왔던 나의 큰 자랑거리인 화가 언니. 우리는 가끔 아주 긴 시간동안 전화 통화를 한다.


20년 전에 내가 뉴질랜드에 왔었을 때만해도 이런 시간을 갖게 되리라곤 상상해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얼마나 좋은 시대인 것인가? 스마트 폰 하나만 있으면 거리에 상관없이 채팅과 전화 통화가 자유롭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게 되고, 다 함께 고민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현 시대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우리 자매의 소소한 대화는 서로를 다독여주면서 서로의 꿈을 잃지 않도록 격려를 해준다. 마음의 힘을 알고 있는 우리는 마음의 촛불을 꺼뜨리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품위 있는 삶을 살자고 약속한다.


내가 케이블 TV에서 일하고 있었을 때, 무대 장치와 소품을 위한 공부를 위해서 한 노부부 아티스트를 찾아 갔었던 적이 있다. 미국에서의 생활 중에 늦깎이 아티스트가 되어 설치미술을 하고 있는 분들이었다. 


ae9e06a682607db975c7aab2daff5a4c_1649823696_6537.jpg
 

서초동 아파트 지하의 한 귀퉁이가 그분들의 작업실이었다. 오랜 기간 아무도 돌보지 않은 폐가에서 쓰레기가 되어버린 나무 의자와 문짝 기둥...들을 주워서 자신의 혼이 담긴 독특한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계셨다. 


아파트 주민들의 쓰지 않는 물건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는 건물지하의 한 공간에 오직 촛불로만 조명을 해 놓은 운치 있는 작업실. 흘러내린 촛물을 머금은 초 위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불빛들이 크고 작은 작품들 사이로 일렁이고 있었다. 


대선 막바지로부터 한국에 다시 불이 붙은 촛불시위를 보면서 그때 그 작업실에서의 품위 있는 작품들과 촛불들의 춤사위가 떠올랐다. 


촛불 시위에 참가한 개딸들과 양아들들. 그들이 오공시대에 화염병으로 투쟁했던 우리를 넘어선 발랄하고 품위 있는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20대의 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자, 스스로 공부를 하여 알아내고 깨달아 가면서 평화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개혁의 딸들과 양심 있는 아들들이 되어 뒤로 돌아가려는 역사를 바로 잡으려 한다. 상식과 공정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상식과 공정은 빛줄기와도 같다. 촛불과도 같은 것이다.


민주당원들을 달래면서 검찰과 언론의 정상화를 바라는 촛불시위. 위대한 평화시위를 하는 그들. 국민의 반이 그들을 반기고 있으며 그들을 응원하고 있다.


자신과 국민들의 미래를 위해 직접 나선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친다. 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이다. 그들은 거꾸로 가고 있지 않다.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광기가 극을 달하는 현 시대에 발맞춰 바이러스들까지도 극성이었다. 푸틴의 광기 또한 끔찍한 전쟁을 일으켜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세계 어느 구석을 가나 안정적으로 생활하기가 힘이 드는 시국이다. 


뉴질랜드 또한 경제 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해결점을 찾기 힘이 든다. 치솟아 오른 부동산 가격은 젊은이들과 서민들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빈부의 격차는 점점더 심해지고 있다. 


사이비 종교의 광기까지 합세하여 진실을 가리고 있다.


지난 60여년을 살면서 지금처럼 빠른 광기의 전개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광기는 그 어떤 시대에도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광기를 우리는 어떻게든 현명하게 잘 다스려서 더 좋은 미래를 창출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촛불시위는 훌륭한 행동으로 보여 진다. 현명한 개딸들과 양아들이 앞서서 나아갈 것이며, 그들과 함께 우리 모두 광기와 어리석음이 만들어 놓은 유산의 빚을 잘 갚아나갈 수 있도록 힘을 내야겠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이제껏 해 온 것처럼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인내의 시간에 노력의 시간을 더하여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 온 것처럼, 그 어떤 실패도 좌절의 원인이 되면 안 된다.


사는 내내 지난 5년처럼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던 적도 없다. 기나긴 역사 속에 이렇듯 한국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이 영광을 지속적으로 누리면서 살기만을 바라면서 어제 도착한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소개하고 글을 마친다.
 

  광기와 어리석음

  나는 인류가
  어느 시대건 똑같은 양의 광기와 어리석음을
  분출하도록 만들어졌다고 굳게 믿는다.
  광기와 어리석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열매를 맺어야 하는 자본이다.

  - 아나톨 프랑스의《에피쿠로스의 정원》중에서 -

  * 놀랄 일이 아닙니다.
  광기는 언제나, 어느 시대나 있습니다.
  어리석음도 언제나, 어느 시대든 흘러넘칩니다.
  불처럼 타오르는 광기를 열정으로, 에너지로 바꾸고
  어리석음을 현명함으로, 지혜로 전환하는 것이
  그 시대가 추구해야 할 사회적 열매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나의 해방일지

댓글 0 | 조회 1,195 | 2022.05.25
비가 온다. 가을을 미처 즐기기도 전에 겨울이 온 거 같다. 재즈 음악을 틀어놓고 고즈넉한 겨울의 운치를 맛보고 있다. 삶에 대한, 계절에 대한 해방감이 온 몸을… 더보기

이래저래 다 축복이다

댓글 0 | 조회 1,179 | 2023.08.23
유은이의 남동생이 태어났다. 출산 예정일보다 일주일 늦게 태어난 아기. 새카맣고 긴 머리카락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 아빠를 꼭 빼다 박은 모습이다. 사위의 꿈… 더보기

복중의 복이 늦복이리라

댓글 0 | 조회 1,164 | 2022.05.11
파미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갈수록 파미 날씨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파미 생활에 익숙해져서 모든 것이 다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꼭 … 더보기

크로스오버 인생

댓글 0 | 조회 1,156 | 2021.11.23
큰애가 UCOL Whanganui에서 디자인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데, ‘유쾌한 도깨비’ 프로젝트를 연말 전시회에 출품하게 되었다.‘유쾌한 도깨비’ 프로젝트는 … 더보기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댓글 0 | 조회 1,142 | 2022.09.14
페로의 나이는 15살이다. 고양이의 나이로 친다면 80은 족히 넘고도 남았을 것이다. 구미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는다. 어디 사람들뿐인가? … 더보기

코비드도 내 꿈을 막지 못한다

댓글 0 | 조회 1,115 | 2021.10.13
요즘 내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코비드로 인하여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잘 모르겠지만, 내 안의 행복을 빼앗아 갈 능력은 없다.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더보기

고독이 주는 선물

댓글 0 | 조회 1,100 | 2022.11.22
이달 초에 한국에서 오클랜드로 이사 온 동생이 한국 화장품을 보내 왔다. 그 화장품들 중에는 지인에게 선물할 화장품도 있었다. 동생 심부름도 할 겸 오클랜드에서 … 더보기

고구마 꽃이 피었습니다

댓글 0 | 조회 1,096 | 2022.04.27
몇 달 전에 고구마 한 개를 땅에 심었는데, 그 고구마에서 제법 많은 줄기가 자라났다. 도시에서만 살았기에, 텃밭을 가꿀 줄도 모르고, 진득하니 식물을 잘 가꿀 … 더보기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댓글 0 | 조회 1,091 | 2022.03.23
푸르른 하늘부터 반겨 준 웰링턴 여행길. 그날은 무척 행복했다. 대선 투표를 마치고 한인 마트에 들려서 파미에서 살 수 없는 물품들을 사고, 해변 가의 멋진 레스… 더보기

꿈은 꼭 이뤄진다

댓글 0 | 조회 1,087 | 2022.07.13
꿈은 꼭 이뤄진다. - 이 비밀을 알고만 있다면유은이의 돌잔치는 오미클론 때문에 많은 차질이 생겼다. 세 모녀가 오클랜드로 가는 도중 만년설이 눈앞에 펼쳐져있는 … 더보기

지옥의 끝

댓글 0 | 조회 1,079 | 2021.12.08
우리의 삶이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내 의지에 의하여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죽음마저도 내 의지대로 맞이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 인간들은 초자연적인 상… 더보기

사람이 재산이다

댓글 0 | 조회 1,071 | 2021.06.23
고구마 잎줄기가 아이비처럼 장식하고 있는 부엌 창문 너머로 가는 겨울 빗줄기가 사선을 그으면서 지나간다. 남편은 커피 원두를 곱게 갈아 에스프레소 커피를 내리고 … 더보기

작은 거인들

댓글 0 | 조회 1,060 | 2022.07.27
유치원에 들어간 유은이는 장염도 걸려보고 감기도 걸려 보고 유치원에서 유행하는 병은 다 걸려 가면서 생활을 한다. 이번에는 세기관지염이라고 한다. 세기관지염도 잘… 더보기

날자! 날자! 날자꾸나!!!

댓글 0 | 조회 1,038 | 2021.03.24
치매가 온 아버지는 요양원에 들어가셨다. 당신께서 치매란 사실을 전혀 모르시는 아버지께서는 요양원에서 청일점으로 호강을 단단히 하신다고 들었다.나는 매주 아버지와… 더보기

내 사랑 파미

댓글 0 | 조회 1,019 | 2022.06.14
오월을 어찌 보냈는지 기억도 없는데 6월이 한 주를 훌쩍 넘어버려 열흘이라는 시간을 삼켜버렸다.어제부터 무섭게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과 번개까지 동원이 되어 한… 더보기

미친 2023년! 축복으로 시작한다!

댓글 0 | 조회 1,013 | 2023.01.17
갑자기 격한 폭풍이 다가왔다. 빛나는 황금빛의 바람을 몰고 온 폭풍이 내 온 몸의 세포 곳곳으로 파고든다. 황금의 물결이 출렁이는 세상이 나를 감싸 안고 춤을 추… 더보기

하느님의 자유의지를 커닝했다

댓글 0 | 조회 1,011 | 2022.02.10
음력 설날에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했다. 얼마 전의 통화와 달리 아버지께서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계셨다. 한참을 아버지의 기억을 위해 애를 썼는데… 더보기

아가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1,003 | 2022.01.12
까르르르~~ 유은이의 웃음소리가 우리 집 전체에 울려 펴졌다. 유은이는 둘째 딸이 작년 6월 말에 낳은 아기이다. 코비드가 잠시 종식이 되었을 시기에 태어난 덕분… 더보기

여행이 주는 기쁨

댓글 0 | 조회 975 | 2022.06.29
바람이 사납게 불어도 비만 오지 않으면 강가로 여행을 떠난다. 겨울비로 불어난 흙탕물이 거세게 흘러가지만, 그 소리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요즘 나는 … 더보기

환골탈태

댓글 0 | 조회 971 | 2023.04.11
석 달이 다 되어가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갑자기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전갈을 시작으로 예정에도 없었던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아버지는 내… 더보기

우주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댓글 0 | 조회 970 | 2022.12.20
나는 매일 우주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주는 나에게 선물을 보낸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을 물건으로든 돈으로든 마음으로든 성의표시를 꼭 한다. 우주… 더보기
Now

현재 광기와 어리석음

댓글 0 | 조회 959 | 2022.04.13
엊저녁에 한국에 사는 언니와 오랫동안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자정을 넘겨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오직 그림을 그리고 수강생들을 가르치면서 살아왔던 나의 큰 자… 더보기

늦게 피는 꽃나무의 신화

댓글 0 | 조회 958 | 2021.07.14
기다렸던 손녀가 드디어 세상에 태어났다. 다행히도 내가 오클랜드에 도착한 이후에 출산을 했고, 딸과 손녀는 건강한 모습으로 지금 내 곁에 있다. 이미 딸 바보가 … 더보기

끌어당긴 2030년

댓글 0 | 조회 950 | 2023.08.09
월드엑스포가 2030년에 부산에서 열린다. 월드엑스포가 개최되면 세계의 인적·물적 자원의 교류가 엑스포 개최지로 향하면서, 개최국의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한다.월… 더보기

복이 복을 낳는구나!

댓글 0 | 조회 946 | 2023.06.28
올 한 해는 여행의 한 해가 될 거 같다. 2월 중순부터 시작한 여행이 아직도 진행 중이며, 10월 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상태이다. 지금 잠시 집에 돌아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