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인터넷을 통하여 서유석의 ‘넌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란 노래를 들었습니다. 서유석의 나이가 70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서유석의 어머니셨으며 성악을 전공한 분이셨으니 그의 음악적인 재질은 아마도 어머니를 닮았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소프라노와 달리 그의 목소리는 걸쭉하고 매력적이었으며 어쩌다 어머니를 찾아 학교에 오기만 하면 학교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곤 했었습니다. 목소리만큼이나 훤칠한 키에 약간은 반항적으로 생긴 외모에 건들거리는 걸음걸이는 여학생들을 홀리고도 남았었으니까요.
이 노래 덕분에 여고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들과 친정어머니와의 대화까지도 떠올랐습니다. 어머니께서 딱 지금의 내 나이 때 나한테 “너도 늙어 봐라.”라고 하셨는데, 노래 제목에 엄마의 그 말씀이 그대로 들어 있어서 빙그레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리듬과 멜로디 안에 담겨 있는 노랫말을 음미하니 열심히 살아 온 지난 세월의 보상을 자신 스스로 받으려는 의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사느라 잃어버리고 잊고 지냈던 것들을 노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누리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읽히더군요. 내 마음이 딱 그 마음인걸 보니, 요즘 대중의식의 추세 같아 보입니다.
세상이 삼십년간 나를 속였다고 하면서, 이제부터 새 출발을 선언하는 부분은 내 가슴이 다 시원해지더라고요. 돋보기를 쓰고, 보청기를 하고, 지팡이를 짚고......, 늙으면 당연히 이렇게 되어야 하겠지만, 90세의 나이라고 이렇게 꼭 늙지 않고 젊게 살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도 같았습니다. 가능한 일이지요.
우주에서의 모든 삼라만상은 늘 생성하고 소멸하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우주는 확장을 하고 있죠. 우주 법칙 중의 한 가지 법칙으로 우주가 성장하기 위한 생성과 소멸이죠. 대우주의 일원이면서 소우주인 우리 생각과 몸 역시 우주의 법칙 속에서 움직입니다.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생각과 세포들은 늘 새롭게 태어나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겠죠.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라는 후렴부분은 옛 선조들의 노년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나려는 노력이 들어 있습니다. 길어져 버린 노년을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죽지 못해 산다면 그 얼마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일까요?
우리 할머니께서 82세에 돌아가셨습니다. 2년 동안 다리를 쓰지 못하셔서 누워만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오래 사셨다고 호상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내 주위에는 모두들 80세를 거뜬히 넘기시고 계십니다. 모두 건강한 삶을 누리시는 것은 아니지만, 천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에 100세 시대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낼 모레면 환갑인 나이인데도 내 마음은 늘 소녀입니다. 소녀 때 들었었던 음악을 아직도 그때 그 순간의 가슴으로 듣고, 요즘 유행하는 음악들도 패션들도 부담감 없이 즐기고 있으며, 자연에 대한 감수성 역시 그때 그대로입니다.
살면서 때가 묻어 찌든 것들이 있다면 이제부터는 그 찌든 때를 벗길 수 있는 시기로 보입니다. 노년은 자신을 다시 재점검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며, 용서를 할 수 있는 관용과 내적 관조가 생겨나니까요. 때로는 가슴 속 깊이 한으로 맺혀 있는 것도 있습니다만, 그 일 역시 내 성장을 위한 도구였기에 감사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음과 달리 몸이 늙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어쩌면 이제껏 살아온 관습대로 나이가 들면 늙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몸이 자신의 그 생각을 따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 세포의 수명은 적게는 3개월에서 6개월까지이고, 길게는 7년이라고 합니다. 각 세포는 수명을 다하면 분해가 되어서 배설이 되는 데 그 과정에서 새 세포가 생겨나서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합니다. 우리 몸은 이렇게 늘 새로 태어나면서 살아가는 데 말이죠.
요즘 나는 3일의 기적을 체험하면서 삽니다. 아플 때마다 사흘이면 낫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될 수 있으면 약에 의존하지 않고 나 자신의 자연치유력을 믿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 달 동안 고생했었던 이명이 사흘 만에 사라졌고, 내가 사흘이라는 암시를 한 것들마다 사흘 째 되는 날이면 괜찮아지는 것입니다. 몸이 생각을 따른다는 의식의 확신이 기적을 낳는 것이죠.
100세 시대는 이미 지금 이 순간에 있습니다. 어느 대중가요의 노랫말처럼 ‘지금 이 순간 나는 새 출발이다,’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노후를 즐기는 것도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훌륭한 자세로 보입니다. 아무튼 100세 시대를 각자의 지혜대로 행복하게 풍요롭게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