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생과 함께 대학로에 크로스오버 앙상블인 새바밴드의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새바밴드와 인연이 된 지는 8년째인데, 밴드 구성한지 10년을 넘긴 여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밴드입니다.
6월에 동생과 함께 공연을 보았는데, 그 공연을 통한 감동이 동생에게 남아 여고시절 친구들에게 전달이 되었네요. 어제 공연은 주말이 아니라서 공연 시작 시각이 저녁 8시더라고요. 그 덕에 나까지 동생 친구들과 합세를 하게 되었습니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식사를 하면서 우리들은 자신들이 키우는 반려 견 이야기를 하면서 각자 자신이 키우는 반려 견의 사진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천안 대학가에서 커피숍을 하고 있는 친구도 활짝 웃으면서 자신의 반려 견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하얀 쌀강아지인데, 코믹하게 생긴 것이 얼굴에 “나 순둥이”라고 쓰여 있더군요. 아파트에서 키울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덩치가 큰 데, 생후 9개월 된 강아지라고 하더라고요. 이름은 ‘별이’네요. 그때부터 별이가 그 친구 가족의 반려 견이 된 사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아들이 집에 들어가려 할 때, 길 잃은 강아지처럼 보이는 쌀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왔답니다. 누군가 개를 잃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녀석과 눈을 맞추고 잠시 놀다가 집으로 들어왔답니다.
그 다음날 아침에 남편과 아들이 집을 나서는데, 트럭 밑에서 그 녀석이 쏙 튀어나오더랍니다. 아들은 아빠한테 어제 이야기를 하면서 주인을 찾아보라고 하였답니다.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 그녀의 남편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소시지를 하나 샀다네요. 그 녀석을 만나면 주려고요.
그 마음을 알았는지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 녀석이 소시지를 비닐 째로 냉큼 먹어 버리더니 쫄래쫄래 따라오더랍니다. 배가 많이 고파 보여서 생선 통조림에 밥을 비벼서 주었는데, 며칠은 굶은 듯 허겁지겁 먹더니, 집에서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누워서 잠이 들어버리더랍니다.
개 주인을 찾기 위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하여 방송 좀 해달라고 하니, 그 개는 주인을 잃은 개가 아니라 주인이 버린 개라고 하면서 동물 보호소에 보내라고 했다더군요. 그런데 동물 보호소에 간다고 안전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답니다. 동물 보호소에서 주인을 못 찾던지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를 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집에 온 첫날밤에 컹컹 거리고 울더랍니다. 덩치가 크니 울음소리가 컸겠지요. 목에는 진드기가 까맣게 모여 있는데 그냥 둘 수가 없어서 동물병원도 다녀오고 목욕도 시키면서 이틀 밤을 동물 호텔에 보냈다가 데려오고 하면서 절대로 그냥 죽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밖에 그냥 두게 되면 집 앞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잡아먹힐 게 뻔해서 밖으로 내몰 수도 없었고, 그 녀석이 온 며칠 동안 온 집안 식구에게 커다란 숙제가 생긴 것이었지요.
결국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앞으로 별처럼 아름답고 밝게 반짝이라고 ‘별이’라고 이름을 지었답니다. 마침 남편이 전원생활을 위해 강화도에 정착할 꿈을 갖고 허름한 집 한 채를 사두었고, 그 집을 개조하여 자신의 꿈대로 살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별이가 합세를 하게 된 것이지요.
마을 이장님과 상의를 하였답니다. 집 공사가 마무리 되어 이사를 하기 전까지 별이를 맡아 달라고요. 자주 별이를 보러 갈 것이며, 매일 별이 산책도 좀 시켜 주고 잘 돌봐달라면서 수고료를 주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지금 별이가 이장님 댁에 있는데, 내일 별이를 보러 가는 날이라고 하더군요.
대학가에 방학만 되면 유기 견들이 늘어난답니다. 대학생들이 반려 견으로 키우다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게 될 때 그냥 버려 버린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사랑을 아주 쉽게 유기해 버리는 것이지요. 빠르게 사랑에 빠지는 속도만큼 사랑을 유기해 버리는 속도도 그만큼 빠른 가 봅니다. 그러나 별이 가족의 따스한 사랑을 보면서 그래도 아직은 사랑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