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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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江(Ⅰ)

0 개 1,606 박지원
등산이 인생이다,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때때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혐오하는 습성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산을 못 오르는 편은 아니고, 오히려 아주 잘 오르는 축에 가깝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별 건 없었다. 등산로는 이렇게 평탄하고, 아무 생각없이 오르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왜 이걸 인생이라고 할까. 낮은 곳에 올려다보면 정상에서 평지로 내려오는 아주 아름다운 선을 자랑하던 산이, 내 발 밑으로 오면 볼 수 없는 것도 슬펐다. 이렇게 경치를 볼 거면 헬기를 타겠다. 즉, 어떤 보람도 느낄 수 없었다. 아마 산을 인생에 비유하고 싶다면 히말라야를 가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린, 아마 조금 철없고 어린 나로써는 익스트림 스포츠가 오히려 인생이라면 인생일 수 있겠다. 죽음과 물리적 고통에 대한 공포와 맞서 싸우며 쾌감을 느끼는 순간순간. 그 순간이 모여서 하나의 그림이 되고 스스로가 풍경으로 뛰어 들어가는 인간의 의지. 오히려 이러한 것이 인생에 “가까워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하지만 익스트림 스포츠를 할 기회는, 아직은 내 두려움이 떡하니 막아서고 있다.

강. 북섬의 왕가누이 강(아마 퐝가누이라고 표기해야겠지만)을 요번 연말여행지로 택한 것은 실은 인생 운운 따위 이유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江은 물과 소리 음이 만나서 표기된다. 나는 잔잔한 소리가 나는 물을 상상했고, 여자친구 N 또한 그러했다. 정말 한강에서 한가로이 노를 저으며 가끔 새들한테 밥 주고 배 위에 나란히 앉아 도시락 까먹는 것을 떠올렸다. 우선 가격도 저렴했고, 5일 간 장소를 옮겨가며 강가에서 캠핑을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약간의 자료조사와 예산정리 후 클릭 몇 번으로 예약을 마친 후 우리는 성탄절 휴가를 기다렸다.

기다림의 중간에, 뉴질랜드에서 캠핑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예행연습 겸 키위친구들과 하루 캠핑을 떠났다. 음식들, 술들, 한가로움, 한밤 중 포썸의 눈빛들.. 모든 것은 완벽했다. 우리는 다시 성탄절 휴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 날이 왔다. 텐트와 큰 배낭 두 개를 각자 메고 N과 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유럽인들은 어떻게 이걸 메고 걷는 거지? 툴툴거리던 N과 나는 무사히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에 짐을 싣고, 버스가 출발했다. 불스라는 곳에 들러서 버스를 갈아타고, 오하쿠니에 도착하기까지 총 다섯 시간이 걸렸다. 졸다가 눈을 뜨고 창밖을 보면, 하얀 양들이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진 것처럼 초록의 벌판에 흩뿌려져 있었다.

도착했다. 오하쿠니에는 몇 개의 레스토랑과 몇 개의 백패커들이 있었다. 나는 개척도시의 초창기 모습 같다고 생각했고, N은 가방이 무겁다고 했다. 우리는 예약해놓은, 배와 장비들을 대여해주는 예티투어에 들렀다. 빨간 페인트를 칠해놓은 배를 간판 삼아 지붕 위에 올려놓은 그 곳은, 강물 냄새가 나는 컨테이너 박스 느낌의 사무실 겸 창고 같은 곳이었다. 대머리 아저씨가 유행 지난 남방과 반바지 차림으로 우리에게 공부를 하라며 지도를 복사해주었다. 지도는 빼곡하게, 이 지점은 유속이 빠름, 이 지점은 돌이 많음 등의 지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지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글씨도 너무 작았고, 하여간에 읽기 힘들게 빼곡했다.

대머리 아저씨가, 5살 아이만한 배럴 여섯 개를 배에 실을 수 있다고 말하며 파란 드럼통들을 보여주었다. 다행히 그것은 마음에 들었다. 무엇인가 단단해보였기 때문이다. 두 개는 침낭, 두 개는 먹을 것, 한 개는 옷, 나머지 하나는 쓰레기통으로 쓰고, 텐트는 위에 올리면 이렇게 되지, 하며 배에 배럴들을 스트랩으로 고정시키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영어

댓글 0 | 조회 1,941 | 2015.01.13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외국인에게 크게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 영어회화학원만큼은 꾸준히 다녔던 것이 비결 아닌 비… 더보기

자녀들의 나이 값을 쳐주는 부모

댓글 0 | 조회 2,231 | 2015.01.14
너무 되바라진 아이들을 보면 사실 인상이 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 특히 한국부모이기 때문인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 있는 곳에서나 공공장소에… 더보기

현재 江(Ⅰ)

댓글 0 | 조회 1,607 | 2015.01.29
등산이 인생이다,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때때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혐오하는 습성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산을 못 … 더보기

江(Ⅱ)

댓글 0 | 조회 1,747 | 2015.02.11
배에 배럴들을 묶는 법을 확인한 후, N과 나는 대머리 아저씨의 낡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에서는 강 냄새가 났다. 비린 버스였다. 거리를 달리는 동… 더보기

江(Ⅲ)

댓글 0 | 조회 1,456 | 2015.02.25
노로 어떻게든 뭍을 박차고 배의 방향을 겨우겨우 돌려, 우리는 다리를 저는 아저씨와 아일랜드 커플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정말 걱정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고… 더보기

작업기(Ⅳ) 기다림의 결과

댓글 0 | 조회 1,422 | 2015.03.25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과정을 모르고 기다리는 기다림이 그러하다. 마치 누군가가 미래의 로또번호를 가르쳐주긴 했는데 몇 회 차인지 가르쳐주지 않… 더보기

江(Ⅳ)

댓글 0 | 조회 2,050 | 2015.04.15
그렇게 세 번째 뒤집혔던 배를 타고 강의 상류에서 하류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뒤집어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던 찰나에 첫 캠프사이트 Ohinepane가 … 더보기

작업기(Ⅴ)-패

댓글 0 | 조회 1,952 | 2015.04.30
우선 너무 기쁜 나머지 바로 답 메일을 보냈다. 보낸 답장은 내가 찍었던 단편영화가 첨부된 채였다. 그 의도는 “나는 이러이러하게 쓸모가 있으니 투자 대비 괜찮을… 더보기

신해철

댓글 0 | 조회 1,985 | 2015.05.13
오랜만에 글을 쓴다. 뭔가 오랜만이라는 느낌이다. 시리즈 아닌 시리즈물을 쓰다보니 어렵다. 분량조절에 실패한 탓에 자꾸 사골처럼 우려먹는 기분이다. 사골은 그래도… 더보기

작업기(Ⅵ)- 발매 그리고 사기

댓글 0 | 조회 2,401 | 2015.05.27
초심을 찾기까지 아무런 곡을 작업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었다. 12월, 1월, 2월이 지나갔다. 긴 크리스마스 휴가와 왕가누이 여행, 부모님의 방문 등 그 사이에 … 더보기

江(Ⅴ)

댓글 0 | 조회 1,972 | 2015.06.09
다음 날 아침. 아직도 마르지 않은 축축한 항해용(?) 옷을 입고 텐트 밖으로 나와보니, 평상 위에 올려놓았던 종이컵의 밥이 사라졌다. 은박지가 제멋대로 뜯어져 … 더보기

江(Ⅵ)

댓글 0 | 조회 1,870 | 2015.06.24
오후 네 시. 눈을 떴다. 천둥이 치고 있었고, 하늘은 말라있었다. 정말 바짝 마른 파란 하늘 위에 구름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건조하게 붙어있었다. 오래된 페인… 더보기

江(Ⅶ)

댓글 0 | 조회 1,911 | 2015.07.15
짐을 모두 싣고 난 후 우리는 무릎까지 차오르는 강변의 물에 바지를 적셔가며 배에 올랐다. 강 위에서의 3일차. 하루도 물에 들어가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우리는… 더보기

江(Ⅷ)

댓글 0 | 조회 1,853 | 2015.07.29
일어났다. 4일 째. 아침. 강 위에서의 마지막 숙박지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중류에서 하류로 접어들고 있었다. 배를 타고 오는 동안, 강의 흐름은 조금씩 조… 더보기

江(Ⅸ)

댓글 0 | 조회 2,279 | 2015.08.13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잠이 든 다음 날 아침. 쓰레기통이 된 두 개의 배럴. 배럴 사이로 흐르는 습기와 강의 물냄새. 아침 산바람에 뒤척거리는 노란 텐트. … 더보기

남겨진 것들

댓글 0 | 조회 2,006 | 2015.09.09
이사 뉴질랜드에 와서 네번째 이사를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예 웰링턴이 아닌 다른 먼 지역으로 가는 일이었고, 생각보다 재미있고 힘에 부친 일이기도 했다. 처… 더보기

자존감 (A면-타인과의 비교 그리고 화)

댓글 0 | 조회 2,200 | 2015.09.24
화가 난다. 그것을 틱낫한은 이렇게 표현했다. 온 몸 가득 독이 퍼진 것이라고. 독이 퍼진 것을 알아달라는 표현이니까, 상대방은 화난 사람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 더보기

댓글 0 | 조회 2,176 | 2015.10.15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어처구니없다, 라는 말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처구니 없다, 라는 것은 감정의 한 종류니까요. 제가 지금 감정이라는 것을 가질… 더보기

댓글 0 | 조회 2,083 | 2015.10.29
일어났다. 나는 푸른 약과 붉은 약을 한 알 씩 따뜻한 물과 함께 삼켜냈다. 오전 2시. 춤을 추고 싶어서, 클럽에 가기로 했다. 대충 옷을 걸치고 나와보니 이미… 더보기

B 에게

댓글 0 | 조회 2,432 | 2015.11.12
안녕하세요. 동갑이지만, 매우 친한 사이이지만, 이번 편지에서는 말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오로지 편지를 쓸 때의 제 문체 성향 탓이니, 우리 사이가 멀어… 더보기

리더의 조건

댓글 0 | 조회 2,233 | 2015.11.26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반장이 되었다. 그 때는 반장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학급회의를 주재하고, 선생님이 없을 때 아이들을 조율하고. … 더보기

욕망

댓글 0 | 조회 2,278 | 2015.12.10
사실 욕망이란 잃었을 때, 비로서 서서히 그 욕망의 실체를 드러낸다. 거기까지 썼을 때, 카페 안으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깊게 눌러쓴 검은 캡 모자, 닳아빠진 … 더보기

거미집(Ⅰ)

댓글 0 | 조회 2,258 | 2015.12.22
약 혹은 총기류를 쓰지 않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살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목을 매는 자살인 교사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투신의 방법. 노인… 더보기

거미집(Ⅱ)

댓글 0 | 조회 2,002 | 2016.01.13
<<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누렇게 뜬 천장 구석에, 거미줄이 하나 쳐져 있었다. 거미줄 위에 다리가 긴 거미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저 … 더보기

식물과 생각

댓글 0 | 조회 2,264 | 2016.01.28
8월부터, 웰링턴을 떠나 여기에 온 후 많은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고추, 애호박, 피망, 해바라기, 토마토, 가지.. 주로 먹을 것들인데, 이는 돈을 조금이라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