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엄마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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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엄마 권하는 사회

0 개 2,844 안진희
쭉 뻗은 키에 늘씬한 다리를 자랑하며 돌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옆구리에 척하니 걸쳐 안은 모습이 화보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것 같다. 똑같이 쫄바지를 입고 어그 부츠를 신어도 영 짤막하고 통통한 내 다리로는 아무리 해도 그저 옆구리에 걸친 아들이 힘겨워 보일 뿐이다. 
 
요즘처럼 품절녀다 뭐다 해서 결혼해서 애를 놓고도 몸매가 좋고 오히려 더 예뻐졌다는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은 참으로 우울하다. 아들을 가졌을 때 막달까지 11kg 밖에 안 쪄서 비교적 성공적이라 생각했었건만 왠걸 애가 쏙 빠지고 난 만큼만 무게가 빠지고 더 이상은 빠지지 않더라. 몸무게도 몸무게지만 애를 들고 안고 설치느라 어깨는 점점 벌어지고 팔뚝도 더더욱 우람해지고. 처녀 때처럼 배가 쏙 들어가는 건 이제 바라지도 않는다. 그들은 어찌 그리 날씬한 걸까… 거울을 볼 때마다 우울하다.. 거울 볼 일이 많이 없는 뉴질랜드가 그나마 감사하다.
 
아는 집에서 미국 직구로 유산균을 주문한다 길래 아들 것도 함께 부탁했다. 유산균을 먹이면 배앓이도 덜하고 똥도 예쁘게 나온다나 뭐라나. 우리 아들은 두 돌 넘도록 단단하고 예쁜 똥을 한번도 싸는 일 없이 늘 질퍽한 똥만 싸대서 기저귀를 찰 때는 똥을 갈려면 항상 물티슈를 10장도 넘게 써야 제대로 뒷처리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원래 다른 애들은 동글동글 실한 똥을 싼단다. 무식한 어미 덕에 여태 실한 똥 한번 못 싸본 아들이 불쌍해 울컥한다. 주변에서 다들 알고 있는 미국 직배송 사이트를 왜 나만 몰랐을꼬… 아… 끝없는 정보의 바다가 원망스럽다.
 
인터넷을 보면 엄마들 블로그에는 엄마표 놀이라는 게 유행처럼 쏟아진다. 집에서 엄마가 찢고 오리고 붙이면서 아이와 신나게 놀아준단다. 직접 준비해서 아이와 신나게 놀아주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와중에 사진 찍을 정신이 있는 건 더 존경스럽다. 우리 모자는 매일같이 밖으로 나간다. 밖에 나가면 여기저기 볼 것도 많고 돌아다니면서 기운을 빼니까 먹을 것도 잘 먹고 낮잠 자는 시간에 맞춰서 돌아오면 차에서 잠드니 비교적 편하고 시간도 잘 간다. 집에 아들과 하루 종일 둘이서 있는 건.. 정말이지 두려운 일이다. 나름 갖가지 이유를 들어 엄마표 놀이 대신 엄마표 외출로 때우지만.. 부럽다.. 그 엄마들의 열정이.. 그 엄마들의 체력이.. 
 
애 키우는 집이 더 깨끗해야 하는데 어째 우리 집은 애를 키우면서 점점 더 더러워지고 있다. 애가 더럽힌다는 이유로. 체력이 딸린다는 이유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석에는 곰팡이와 먼지가 쌓여가고 정리도 늘 대충대충. 빨래를 갠다는 것의 의미가 무색해진지도 오래다. 이건 뭐 개서 넣어 놓기 무섭게 갈아입고 또 갈아입으니 차곡차곡 개서 넣어놓는 시간이 아까울 따름이다. 인터넷에 나오는 정리와 청소의 달인들을 보면 참으로 대단한 인물들이 아닐 수 없다. 그들도 아이를 키우는 주부일텐데 어찌 그리들 부지런한지.. 남은 다 먹은 패트병 제때 가져다 버리기도 힘든 판에 패트병을 곱게 잘라서 뭘 수납하지를 않나 옷장에 칼같이 옷들을 개어놓지를 않나. 우리 집 옷장은… 심히 한숨이 나온다. 문 열기 무섭다. 아무렇게나 걸쳐 놓은 옷들이 쏟아져 나올 까봐.
 
인터넷에는 완벽한 엄마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이상적인 엄마와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정말이지 우울하다. 엄마가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나름의 가치관으로 아이를 이끌어야 한다는데.. 이 못난 엄마는 항상 이리 흔들렸다 저리 흔들렸다. 제대로 못 키우고 있다는 불안감은 스트레스로 짜증으로 폭발해 괜시리 애꿎은 애한테 화살이 돌아간다. 
 
아들. 못난 엄마를 용서해. 든든하게 기댈 수 있는 엄마가, 한 걸음 앞서가서 잘 따라올 수 있게 조바심 내지 않고 응원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약소옥~!

장수만만세

댓글 0 | 조회 2,125 | 201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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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조회 2,754 | 20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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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372 | 201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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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조회 2,312 | 201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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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334 | 20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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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543 | 201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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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열고

댓글 0 | 조회 2,177 | 201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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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095 | 201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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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139 | 201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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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댓글 0 | 조회 2,324 | 2012.02.14
‘퍽! 퍽!!’ ‘아아아아악~~’ 헉. 또 맞았다. 아들의 친구는 얌전하고 조용하던 아이였다. 예쁘장하게 생긴데다 개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