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Win!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You Win!

0 개 2,153 안진희

아들은 실컷 놀고 버티다 낮잠도 아닌 밤잠도 아닌 잠을 느즈막히 자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9시 반이 넘는 시간에 깨서는 새벽 1시가 넘어서는데도 잘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너 얼른 잠 안자면 내일 산타 퍼레이드 엄마랑 아빠만 보러 갈거야!” 달래도 보고 강요도 해봤지만 통하지 않자 급기야 협박 작전을 썼다.

아들은 엄마 아빠만 보러 갈 거라는 말에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일자입을 만들어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글어엄… 나는 아이챌린지 보고 이쓸 테니까 엄마라앙 아빠라앙 얼른 보고 와야 돼~” 허걱.. 예상한 반응은 이게 아니지 않는가. 나도 갈래~ 하고 울면서 매달리던가, 그럼 얼른 잘께 하던가 뭐 이런 반응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아들은 요즘 아주 엄마아빠 머리 꼭대기에 올라 서있다.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 뱉어서 놀라게 하지를 않나, 얄궂은 발상을 내 놓아서 당황스럽게 만들지를 않나.

눈이 좋은 아들은 애기 때부터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가닥도 정확하게 집어내곤 했었다. 요즘도 맨날 내 눈엔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자꾸만 보라고 난리일 때가 많다. 운전을 해서 퀸스트릿의 윗콜스 앞을 지나는데 뒤에 앉은 아들이 자꾸만 윗콜스 위에 싼타 좀 보라고 성화다.

“으응.. 보여.. 우와아~ 크다아~.” 뭘 보라 그러면 늘 내 반응은 비슷하다. 대충 보고 잘 안보여도 엄청 과장한다. 그래야 덜 피곤해진다는 것을 경험에서 익혔다. “엄마, 여페 코끼이도 이써! 코끼이!” “으응? 코끼리? 저건 코끼리가 아니라 루돌프 사슴이야~” “아니이~ 쩌어기 여페. 쩌어기” 으음… 건물 창 밖으로 환풍용 덕트처럼 보이는 관이 두 개 나와있는 걸 보고 코끼리라나 보다. 대단한 상상력이다. “엄마, 엄마, 음머어~ 소도 이써!” 끙… 소는 또 어디 있대… 암만 비슷한 걸 찾아보려 해도 안 보인다. 마침 신호도 바꼈고 해서 “소는 안 보이는데… 어디 있나…” 하고 넘기려는데 아들 왈. “쩌어기 있는데 안보여? 엄마 렌즈 더 껴야게따.” 헐~ 평소에 내가 렌즈끼는 걸 유심히 보더니… 다 컸다 다 컸어.

아들이 냉장고에 잔뜩 붙은 한글 카드들을 막힘 없이 한 번에 읽어내고 나면 나는 엄마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놀라움과 대견함을 잔뜩 실은 과장되고 흥분된 어조로 “우어어~ 우리 아들 대단한데!”를 한번 날려준다. 그러면 겨우 손가락 치켜드는 게 다 이던 아들이 어느 때부터 인가 “이 정돈 기본이지~” 하고 맞받아친다.

부쩍 큰 키에 새삼 놀라 “우리 아들 엄청 많이 컸네~”라고 추켜주면 아들은 “나 밥 마아니 먹고 쑥쑥 커찌이~ 그럼 이제 마아니 컸으니까… 콜라 머거도 되?” 이런다. 뭐 못 먹을게 있으면 “아들은 밥 많이 먹고 쑥쑥 많이 크면 먹을 수 있어” 라고 맨날 그랬더니 이젠 이렇게 되 받아 치는 것이다.

말을 원활하게 하기 시작하니까 아들이랑 있는 시간이 크게 힘들지도 않고 별로 싸울 일도 없어졌다. 생각해보니 몇 달째 큰 분란이 없는 평화협정 기간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한 동안은 니가 집을 나가지 않으면 내가 나가네 어쩌네 하며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하루하루를 보냈건만. 어느새 그런 시간은 추억이 되어 버렸으니..

잘 자라 준 아들이 고맙고 여태까지 잘 버텨온 내 자신이 대견하다.

지금의 이 평화가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열심히 지금을 즐겨야겠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으로 엄마의 말문을 턱턱 막아버리지만, 그날의 어록을 다 기억해 퇴근 후 아빠에게 들려주기도 벅차지만, 대화가 안 통해서 답답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이 백배 천배 재미난 것을.

아들! 나중에 많이 커서도 지금처럼 엄마 아빠한테 재잘재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줘야 해~ 엄마랑 아빠는 언제나 너랑 얘기하는 게 즐겁고 행복할 테니 말이야.

올해에는....

댓글 0 | 조회 2,442 | 2013.01.16
‘거기거기~ 왼쪽에 거 아이패드 선에 꼽고, 오른쪽에 가서, 거 오른쪽 옆에 보면 제일 위에 버튼 있재, 그거 한 번, 두 번, 세 번 누르면 피씨라고… 더보기

평화협정은 이대로 깨어지는가

댓글 0 | 조회 2,195 | 2012.12.21
“위험해. 하지마. 하지 말랬지. 안 들려! 하지 말라구!!!!” 요즘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들이다. 겁이 많은, 아니, 좋게 말해서 조심… 더보기

현재 You Win!

댓글 0 | 조회 2,154 | 2012.12.12
아들은 실컷 놀고 버티다 낮잠도 아닌 밤잠도 아닌 잠을 느즈막히 자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9시 반이 넘는 시간에 깨서는 새벽 1시가 넘어서는데도 잘 생각을 하지 않… 더보기

그 곳에 가고 싶다

댓글 0 | 조회 2,347 | 2012.11.28
찜 요리의 계절이 돌아 왔단다…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에 비법 양념과 정성을 더하니 손님들이 몰려드는 건 당연지사라나.. 매주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이름, 엄마

댓글 1 | 조회 2,292 | 2012.11.14
쉬하러 화장실에 들어간 아들 녀석이 한참이 지나도 나오질 않는다. “아들~ 뭐해? 쉬 다했어?” “아~” 쏴아~ &he… 더보기

한땐 강남스타일

댓글 0 | 조회 3,000 | 2012.10.25
참 별일이네… 며칠 전 해먹은 쌈밥에서 신랑이 먹다 남긴 실파 한 줄기가 유난히 먹어보고 싶길래 한번 먹었었는데 그 맛이 자꾸만 생각난다. 뭔가 알싸… 더보기

살다보면 잊혀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2,648 | 2012.10.10
집에 들어와보니 식탁 위에 먹다 남은 요플레 하나가 놓여있다. 아들의 숟가락이 꽂혀 있는 걸로 봐서는 분명 아들이 먹다 남겨놓은 듯 한데.. 참 이상하다. 어제 … 더보기

살다보면 알게되는 것들

댓글 0 | 조회 2,808 | 2012.09.26
참으로 오랜만에 세 식구가 함께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 가서 근사한 브런치를 시켜먹는데, 딸려 나온 소스를 맛보던 신랑이 대뜸 묻는다. ‘이거.. 사우전… 더보기

남겨지는 것에 익숙해지기

댓글 0 | 조회 2,432 | 2012.09.12
다른 아이들 틈에서 함께 신나게 운동하던 아들이 문득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저 어린 것이 프로그램에 같이 오던 단짝 친구가 없어져서 빈자리를 느끼… 더보기

완벽한 엄마 권하는 사회

댓글 0 | 조회 2,820 | 2012.08.28
쭉 뻗은 키에 늘씬한 다리를 자랑하며 돌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옆구리에 척하니 걸쳐 안은 모습이 화보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것 같다. 똑같이 쫄바지를 입고 어그… 더보기

우리는 모두 엄친아를 원한다

댓글 0 | 조회 1,750 | 2012.08.14
나에게 작은 소원이 있다면 우리 아들이 한 자리에 앉아서 밥에만 집중해 후딱 밥 한 그릇을 먹는 것이다. 우유 말고는 먹을 것에 크게 욕심이 없는 아들은 언제나 … 더보기

아빠와 엄마의 차이

댓글 0 | 조회 2,101 | 2012.07.25
등을 맞댄 채 자고 있는데 아빠는 애가 뒤척여도 꿈쩍을 안한다. 뒤척이다 깨서 울어대도 어지간히 울지 않고는 쿨쿨 잘만 잔다. 정말 안 들리는 건지 듣고도 안 일… 더보기

궁합이 중요해

댓글 2 | 조회 1,919 | 2012.07.11
설거지를 하다 말고 불현듯 치밀어 오르는 화를 못 이기고는 고무장갑을 벗어 던져버렸다. 며칠 전 놀러왔던 아들 친구네 엄마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라 찬찬히 곱씹다… 더보기

언어 해석의 다양한 관점

댓글 0 | 조회 1,954 | 2012.06.26
‘임마 이거 웃긴데이. 할머니랑 화상하는데 잘하다 갑자기 할머니 싫다고 계속 소리지르고.. 어머니 맘 상하시구로..’ 이런… 간… 더보기

너랑 나랑은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

댓글 0 | 조회 2,321 | 2012.06.13
“크아~ 따뜨거워~” 뜨끈한 국물을 들이키면서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따뜨거워’란 말이 아직 짧은 아들이 &lsqu… 더보기

인간은 진화한다

댓글 0 | 조회 2,242 | 2012.05.23
‘이거 봐 이거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엄청 무겁다 했어~’ 쇼핑몰에 놀러 간 김에 마트에서 체중계를 하나 꺼내 들고 아들의 몸무게를 … 더보기

산 넘어 산이로구나

댓글 0 | 조회 2,317 | 2012.05.09
으아아아악! 아들놈이 달려오며 ‘똥, 똥’하고 외치길래 뭔가 싶어 돌아보니 헉… 왠 똥 덩어리 하나가 덩그러니 마루 위에 놓여져… 더보기

정말 일부러 그러는걸까

댓글 0 | 조회 2,344 | 2012.04.24
‘엄마 일나! 엄마 일나!’ 밤새 코가 막혀서 뒤척였으면 좀 더 잘 법도 한데 어김없이 일어날 시간에 눈을 뜨고는 엄마도 일어나라고 재촉이다… 더보기

곰 세마리에 대한 고찰

댓글 0 | 조회 2,521 | 2012.04.12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엄마 곰은… 날씬하다네… 어디서 관… 더보기

마음의 문을 열고

댓글 0 | 조회 2,155 | 2012.03.28
이걸 어쩌나.. 눈물 나게 추운 이곳의 겨울을 걱정 없이 날 수 있게 해주던 온돌매트가 고장이 나고 말았다. 잘 쓰고 있던걸 옆 방으로 옮겨 깔았더니 켜는 순간 … 더보기

뉴질랜드 사는 죄

댓글 0 | 조회 2,072 | 2012.03.14
휴우.. 아들과 약속이라도 한 듯이 둘이 함께 일주일을 넘겨가며 앓던 몸살이 이제야 슬슬 떨어져가는 듯 하다. 두 달 동안 어학연수를 와있던 꼬마 손님에게서 해방… 더보기

제한시간 30분, 미션 임파서블

댓글 0 | 조회 2,118 | 2012.02.28
빰.빰.빠밤. 빰.빰.빠밤. 빠라밤. 빠라밤. 빠밤. 제한 시간 30분. 오늘의 미션은 설거지를 완료하라! 아들이 교육용 DVD에 집중할 수 있는 최대 시간 30… 더보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댓글 0 | 조회 2,298 | 2012.02.14
‘퍽! 퍽!!’ ‘아아아아악~~’ 헉. 또 맞았다. 아들의 친구는 얌전하고 조용하던 아이였다. 예쁘장하게 생긴데다 개월… 더보기

이상과 현실 사이

댓글 0 | 조회 1,967 | 2012.02.01
‘나도 가지고 놀고 싶은데..’ ‘그래? 그럼 자, 여기. 난 이제 다른걸 가지고 놀아야겠다.’ ‘고마워.&… 더보기

일상 탈출 프로젝트

댓글 0 | 조회 2,209 | 2012.01.18
드디어 오늘이다. 애들 없이 엄마들끼리만 만나서 송년회를 하기로 약속한 바로 그날이다. 한 엄마가 하루 저녁만이라도 아이들 떼놓고 만나서 우아하게 칵테일도 마시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