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알게되는 것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살다보면 알게되는 것들

0 개 2,808 안진희
참으로 오랜만에 세 식구가 함께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 가서 근사한 브런치를 시켜먹는데, 딸려 나온 소스를 맛보던 신랑이 대뜸 묻는다. 
 
‘이거..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이가?’

헉.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도 알라나 싶은 모태 경상도 단순 토종이던 우리 신랑이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을 콕 찝어 맞춘다. 8년여를 살다 보니 이제 신랑도 서양 음식 이름들이 입에 익나 보다. 제법이다. 
 
친정 엄마는 음식 솜씨가 좋아서 무슨 음식이든 맛깔나게 뚝딱 만들어주시곤 했다. 결혼하고 3일만에 뉴질랜드로 넘어온 터라 결혼 초에는 뻔질나게 엄마한테 국제 전화를 해대며 이 요리는 어찌하는지 저 요리는 어찌하는지 물어보곤 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엄마의 대답은 ‘엉~ 설탕 조금, 간장 조금, 소금 조금 넣고 맛있게 해봐~’였다. 
 
도대체 조금이 얼만큼인지… 뭘 맨날 조금만 넣으래.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는 계량법이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블로그가 활성화 되지 않았던 때인데다 이 곳의 인터넷 환경조차 무척이나 열악했기 때문에 조리법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엄두는 내지도 못했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고 삼시세끼 밥 해먹는 게 어느덧 중요한 하루의 일과가 되어버린 8년 차 주부가 되고 나니 어느새 나도 대충대충 넣어서 뚝딱뚝딱 만들어도 그럴듯한 요리가 만들어지는 경지에 이르게 되더라. 살다 보니 다 되는 것을..
 
애를 놓기 전까지만 해도 5년여를 함께 살면서도 그렇게 신랑이 꼴보기 싫다고 느껴본 적이 크게 없을 정도로 나름 알콩달콩 살았었기 때문에 선배 엄마 분들이 종종 말씀하시는 ‘신랑 꼴보기 싫다’는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애를 놓고 키우다 보니 ‘신랑 꼴보기 싫다’의 그 ‘꼴’이 어떤 꼴인지를 잘 알겠더라. 남은 일도 하고 살림도 하고 밥도 하고 애도 보는데 일만 하는 신랑은 집에 오면 피곤하다면서 차려주는 밥 먹고는 바로 쇼파와 한 몸이 되어 TV만을 열심히 시청하신다. 나는 졸려 죽겠는데 안 자고 더 놀겠다는 아들놈을 갖은 노력을 다해 겨우 재워놓고 나와서 TV며 불이며 난로며 모든걸 그대로 다 켜놓은 채 퍼질러 자고 있는 남편을 볼 때면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그 ‘꼴’이 바로 이런 꼴이구나 싶어진다. 역시 연륜은 경험이 쌓이는 것이다.
 
한 산모가 애를 놓고는 바로 ‘설명서는?’ 하고 요구하던 TV 선전이 있었다. 정말이지 아들을 놓고는 그 설명서를 구하려고 뻔질나게 네이버를 드나들었다. 젖을 먹일 때에도, 우유를 먹일 때에도, 애가 아프거나, 발달 상황이 궁금하거나, 먹을 것, 입을 것, 그 모든 궁금증들이 있을 때 우리의 ‘네’ 선생님은 친절하고 다양한 답변을 쏟아 내주었다. 다른 애들은 이렇게 하면 된다는데, 다른 애들은 이쯤 되면 뭘 한다는데.. 넘치는 정보들을 검색하고 적용하면서 다른 애들처럼 안될 때면 무슨 문제가 있나 걱정하고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고.. 그러던 시간들이 2년 넘게 쌓이고 나니 이젠 어느덧 검색의 도움 없이도 아들과 둘이 잘 해나간다. 
 
이걸 먹여도 되는 건가, 혹시 너무 조금 먹이고 있는 건 아닌가, 아니면 너무 많이 먹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정말이지 단순하지만 최대의 고민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러다 혹시 굶어 죽는 건 아닐지, 먹고 어떻게 되는 건 아닌지 머리에 핏대를 세우며 다른 아이들은 무엇을 얼만큼씩 먹는지를 조사했었건만.. 이제는 아들과의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어느새 이만큼 키웠는지..
 
아들아. 너도 커나가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되겠지? 그럴 때마다 먼저 그 길을 지나가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선배님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겠니? 연륜이란 그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지식이라는걸 기억하고 자만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올해에는....

댓글 0 | 조회 2,442 | 2013.01.16
‘거기거기~ 왼쪽에 거 아이패드 선에 꼽고, 오른쪽에 가서, 거 오른쪽 옆에 보면 제일 위에 버튼 있재, 그거 한 번, 두 번, 세 번 누르면 피씨라고… 더보기

평화협정은 이대로 깨어지는가

댓글 0 | 조회 2,195 | 2012.12.21
“위험해. 하지마. 하지 말랬지. 안 들려! 하지 말라구!!!!” 요즘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들이다. 겁이 많은, 아니, 좋게 말해서 조심… 더보기

You Win!

댓글 0 | 조회 2,154 | 2012.12.12
아들은 실컷 놀고 버티다 낮잠도 아닌 밤잠도 아닌 잠을 느즈막히 자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9시 반이 넘는 시간에 깨서는 새벽 1시가 넘어서는데도 잘 생각을 하지 않… 더보기

그 곳에 가고 싶다

댓글 0 | 조회 2,348 | 2012.11.28
찜 요리의 계절이 돌아 왔단다…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에 비법 양념과 정성을 더하니 손님들이 몰려드는 건 당연지사라나.. 매주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이름, 엄마

댓글 1 | 조회 2,293 | 2012.11.14
쉬하러 화장실에 들어간 아들 녀석이 한참이 지나도 나오질 않는다. “아들~ 뭐해? 쉬 다했어?” “아~” 쏴아~ &he… 더보기

한땐 강남스타일

댓글 0 | 조회 3,000 | 2012.10.25
참 별일이네… 며칠 전 해먹은 쌈밥에서 신랑이 먹다 남긴 실파 한 줄기가 유난히 먹어보고 싶길래 한번 먹었었는데 그 맛이 자꾸만 생각난다. 뭔가 알싸… 더보기

살다보면 잊혀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2,648 | 2012.10.10
집에 들어와보니 식탁 위에 먹다 남은 요플레 하나가 놓여있다. 아들의 숟가락이 꽂혀 있는 걸로 봐서는 분명 아들이 먹다 남겨놓은 듯 한데.. 참 이상하다. 어제 … 더보기

현재 살다보면 알게되는 것들

댓글 0 | 조회 2,809 | 2012.09.26
참으로 오랜만에 세 식구가 함께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 가서 근사한 브런치를 시켜먹는데, 딸려 나온 소스를 맛보던 신랑이 대뜸 묻는다. ‘이거.. 사우전… 더보기

남겨지는 것에 익숙해지기

댓글 0 | 조회 2,432 | 2012.09.12
다른 아이들 틈에서 함께 신나게 운동하던 아들이 문득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저 어린 것이 프로그램에 같이 오던 단짝 친구가 없어져서 빈자리를 느끼… 더보기

완벽한 엄마 권하는 사회

댓글 0 | 조회 2,820 | 2012.08.28
쭉 뻗은 키에 늘씬한 다리를 자랑하며 돌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옆구리에 척하니 걸쳐 안은 모습이 화보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것 같다. 똑같이 쫄바지를 입고 어그… 더보기

우리는 모두 엄친아를 원한다

댓글 0 | 조회 1,750 | 2012.08.14
나에게 작은 소원이 있다면 우리 아들이 한 자리에 앉아서 밥에만 집중해 후딱 밥 한 그릇을 먹는 것이다. 우유 말고는 먹을 것에 크게 욕심이 없는 아들은 언제나 … 더보기

아빠와 엄마의 차이

댓글 0 | 조회 2,101 | 2012.07.25
등을 맞댄 채 자고 있는데 아빠는 애가 뒤척여도 꿈쩍을 안한다. 뒤척이다 깨서 울어대도 어지간히 울지 않고는 쿨쿨 잘만 잔다. 정말 안 들리는 건지 듣고도 안 일… 더보기

궁합이 중요해

댓글 2 | 조회 1,919 | 2012.07.11
설거지를 하다 말고 불현듯 치밀어 오르는 화를 못 이기고는 고무장갑을 벗어 던져버렸다. 며칠 전 놀러왔던 아들 친구네 엄마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라 찬찬히 곱씹다… 더보기

언어 해석의 다양한 관점

댓글 0 | 조회 1,954 | 2012.06.26
‘임마 이거 웃긴데이. 할머니랑 화상하는데 잘하다 갑자기 할머니 싫다고 계속 소리지르고.. 어머니 맘 상하시구로..’ 이런… 간… 더보기

너랑 나랑은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

댓글 0 | 조회 2,321 | 2012.06.13
“크아~ 따뜨거워~” 뜨끈한 국물을 들이키면서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따뜨거워’란 말이 아직 짧은 아들이 &lsqu… 더보기

인간은 진화한다

댓글 0 | 조회 2,242 | 2012.05.23
‘이거 봐 이거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엄청 무겁다 했어~’ 쇼핑몰에 놀러 간 김에 마트에서 체중계를 하나 꺼내 들고 아들의 몸무게를 … 더보기

산 넘어 산이로구나

댓글 0 | 조회 2,317 | 2012.05.09
으아아아악! 아들놈이 달려오며 ‘똥, 똥’하고 외치길래 뭔가 싶어 돌아보니 헉… 왠 똥 덩어리 하나가 덩그러니 마루 위에 놓여져… 더보기

정말 일부러 그러는걸까

댓글 0 | 조회 2,344 | 2012.04.24
‘엄마 일나! 엄마 일나!’ 밤새 코가 막혀서 뒤척였으면 좀 더 잘 법도 한데 어김없이 일어날 시간에 눈을 뜨고는 엄마도 일어나라고 재촉이다… 더보기

곰 세마리에 대한 고찰

댓글 0 | 조회 2,521 | 2012.04.12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엄마 곰은… 날씬하다네… 어디서 관… 더보기

마음의 문을 열고

댓글 0 | 조회 2,155 | 2012.03.28
이걸 어쩌나.. 눈물 나게 추운 이곳의 겨울을 걱정 없이 날 수 있게 해주던 온돌매트가 고장이 나고 말았다. 잘 쓰고 있던걸 옆 방으로 옮겨 깔았더니 켜는 순간 … 더보기

뉴질랜드 사는 죄

댓글 0 | 조회 2,072 | 2012.03.14
휴우.. 아들과 약속이라도 한 듯이 둘이 함께 일주일을 넘겨가며 앓던 몸살이 이제야 슬슬 떨어져가는 듯 하다. 두 달 동안 어학연수를 와있던 꼬마 손님에게서 해방… 더보기

제한시간 30분, 미션 임파서블

댓글 0 | 조회 2,118 | 2012.02.28
빰.빰.빠밤. 빰.빰.빠밤. 빠라밤. 빠라밤. 빠밤. 제한 시간 30분. 오늘의 미션은 설거지를 완료하라! 아들이 교육용 DVD에 집중할 수 있는 최대 시간 30… 더보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댓글 0 | 조회 2,298 | 2012.02.14
‘퍽! 퍽!!’ ‘아아아아악~~’ 헉. 또 맞았다. 아들의 친구는 얌전하고 조용하던 아이였다. 예쁘장하게 생긴데다 개월… 더보기

이상과 현실 사이

댓글 0 | 조회 1,968 | 2012.02.01
‘나도 가지고 놀고 싶은데..’ ‘그래? 그럼 자, 여기. 난 이제 다른걸 가지고 놀아야겠다.’ ‘고마워.&… 더보기

일상 탈출 프로젝트

댓글 0 | 조회 2,209 | 2012.01.18
드디어 오늘이다. 애들 없이 엄마들끼리만 만나서 송년회를 하기로 약속한 바로 그날이다. 한 엄마가 하루 저녁만이라도 아이들 떼놓고 만나서 우아하게 칵테일도 마시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