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ing Out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Going Out

0 개 1,427 한얼

나는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내향성인 것이다. 여러모로 훌륭한 히키코모리의 기질을 타고 났다며 빈정거릴 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혼자 하는 편을 선호한다.

그런 면에선 난 어쩌면 작가의 클리셰적인 소양을 한 가지쯤은 갖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성향이 그렇다 보니, 내가 돌아다니는 장소 또한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 집. 학교. 때로는 영화관과 서점들, DVD와 음악 CD 판매점. 웨어하우스. 카운트다운. 열 손가락에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주 가는 곳들이 정해져 있는 만큼 목적지로 가기 위해 사용하는 길 또한 늘 똑같다. 그렇기에 나는 오클랜드에서 십 년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퀸 스트리트 너머를 가 본 적이 없다.

길을 잃는 게 무서워서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훨씬 더 단순하다. 나는 낯선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늘 안전하고 편안한 울타리 내에서만 양처럼 머물려 한다. 속으로는 늘 일반성을 거스르고 거부하는 인간을 지양하고는 있지만 낯선 물은 무섭다. 뼈아픈 모순이다.

익숙함. 나는 익숙하다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모험이 나를 얼마나 불안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장황설은 잊어버리고서라도, 어찌되었건 나는 외출을 자주 하지 않고, 한다 해도 아주 폭 좁은 범위 내에서만 ‘출몰한다’.

익숙한 길을 걸을 때마다 나를 놀라게 하는 건, 늘 똑 같은 루트를 이용하는데도 그곳에서 마주치는 면식인들이 지극히 적다는 사실이다. 물론 내가 사람의 얼굴을 외우고 이름을 기억하는 데에 재주가 없단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런 것을 고려하더라도 아는 사람과 마주친 기억이 신기하리만치 적다. 도시는 그렇다. 모두가 바쁘고, 인도 위를 사람들이 썰물과 밀물처럼 왔다 갔다 한다. 그리고 나도 그 파도에 자연스럽게 휩쓸려 일부가 되고 하나가 된다.

거의 매일 나와 같은 길을, 같은 시간대에 쓰는 사람들도 많을 테지만, 만약 있다 해도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하리라. 얼굴을 보았어도 알아보지 못하고 이름과 연결시키지 못할 테지. 익명성과 무관심이 합쳐지면 놀라운 효과를 발하는 법이니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무심코 흠칫 전율하고 만다. 우리는 대체, 어디까지 무심해질 수 있는 걸까.

이런 기묘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얼마 전 내가 발견한 놀라운 것에 대해 말하고 싶다.

평소 나는 방과후 퀸 스트리트로 내려와 반드시 큰 길가만을 걷곤 했다. 이유는 상기한 대로, 그곳이 익숙하고 친숙해서였다. 도시 내에서 가장 바글거리는 그 거리 외의 다른 길은 나는 알지도 못했고, 별로 사용하고 싶단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무슨 변덕에서인지 나는 생각보다 일찍 돌아서는 바람에 퀸 스트리트가 아닌 하이 스트리트로 들어서게 되었다. 어쩌면 딴 생각을 하느라 엉뚱한 곳으로 들어섰을 가능성도 부정할 순 없겠다 (아니, 기실 꽤 높을 것이다). 어쨌든, 정신을 차려보니 생뚱맞은 거리에 서 있었다.

곧바로 공황 상태가 일어날 뻔 했지만, 어찌되었건 이곳도 퀸 스트리트의 바로 위, 쭉 가면 아는 길이 나오리라 믿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알게 된 것이다. 사실 이 거리에 얼마나 멋진 가게들이 많은지를! 특히, 중심가의 대형 서점 보더스가 닫은 이후 불만스럽던 내게, 하이 스트리트의 다양한 책을 취급하고 있는 어느 서점은 유레카를 외치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 외에도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와 쥬얼리 판매점 등, 이곳은 신선한 충격의 보고였다. 마치 그 존재를 모르고 지나쳤던 보물 상자처럼.

지금은, 모르는 길이라도 조금은 자신감을 품고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간직하고 있다.

Piano - about music

댓글 0 | 조회 1,527 | 2013.03.13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거의 이십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잘 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듣는 노래도 악보를 두고 꾸준히 연습하면 썩 들… 더보기

어느 해 겨울, 등교길

댓글 0 | 조회 1,626 | 2013.02.27
겨울의 등교길은 언제나 머릿속에 남아 있다. 매일매일의 시작이 똑같기에 한 덩어리로 엉겨 거대한 공이 되어 버린 식으로, 겨울 아침들은 그렇게 일체화되어 구분할 … 더보기

시네마 - 은막의 마력

댓글 0 | 조회 1,301 | 2013.02.12
언제 가도 즐거운 장소 중엔 영화관이 있다. 동네의 비교적 작은 영화관도, 시골 구석의 박물관 같은 시네마도, 최신형 기계들과 대형 스크린을 갖춘 번화가의 영화관… 더보기

스마트폰 - 디지탈과 아날로그

댓글 0 | 조회 1,507 | 2013.01.31
디지털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변화를 거부하고 ‘전화는 통화와 메시지만 보낼 수 있으면 장땡’이라고 여기던 내게, 얼마 전 커다란 변화가 일어… 더보기

동물들 - 우리의 친구

댓글 0 | 조회 1,521 | 2013.01.16
동물 애호 사상이 강한 서양권 국가에 살고 있는 만큼, 거리를 걷다 보면 동물을 데리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띈다. 주로 개나 고양이들이다. 크고 작고, 털이… 더보기

현재 Going Out

댓글 0 | 조회 1,428 | 2012.12.24
나는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내향성인 것이다. 여러모로 훌륭한 히키코모리의 기질을 타고 났다며 빈정거릴 지도… 더보기

회색 도시 - 향수(Ⅱ)

댓글 0 | 조회 1,336 | 2012.12.11
그렇게 안간힘을 다해 겨우 오르막길을 올라왔건만, 그 위에 있던 풍경은 나를 허탈케 했다. 언덕 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잠시 내가 잘못 찾은 건 아닌가 싶었다… 더보기

회색 도시 - 향수(Ⅰ)

댓글 0 | 조회 1,379 | 2012.11.28
2008년, 나는 가족 방문을 위해 한국에 와 있었다. 겨울이었고, 매우 추웠다. 눈은 오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그럴 것처럼 흐린 날씨였다고 기억한다. 예전에 살… 더보기

엘더플라워 - 향과 맛

댓글 0 | 조회 12,443 | 2012.11.13
누구에게나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플레이버(flavour) 보다도 단박에 자신을 사로잡는, 무슨 맛을 제일 좋아하세요? 라… 더보기

내 마음의 든든함

댓글 0 | 조회 2,104 | 2012.10.24
<강철의 연금술사>의 작가인 아라카와 히로무는 자신의 단행본에서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국립 도서관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책! 원 … 더보기

레몬 나무 - 행복의 상징

댓글 0 | 조회 2,319 | 2012.10.09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 중에 레몬 나무가 있다. 물론 빈약한 나무는 안 된다. 적어도 몇 년은 묵어서 완전히 크게 자란 것, 해마다 한 번은 열매가 주렁… 더보기

Keep Calm and Carry On

댓글 0 | 조회 2,694 | 2012.09.25
좋아하는 문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 원래 영국에서 세계 2차 대전 동안에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프로파간다로 쓰이던 슬로건이었는데, 재발견되어 새롭게 … 더보기

완벽과 자기 만족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749 | 2012.09.11
나는 그다지 여성스러운 편이 아니다. 외모를 가꾸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다. 학교에 츄리닝을 입고 가거나 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화장도 … 더보기

배취(Bach)를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3,111 | 2013.11.26
▲ 뉴질랜드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배취의 모습 구글에서 뉴질랜드 배취를 검색하면 초록 언덕과 파란 바다를 다 품은 듯 자리잡은 소규모 별장급들의 건물들… 더보기

웰링턴은 공사중

댓글 0 | 조회 2,296 | 2013.11.12
▲ Te Papa Musium, Wellington, google image 새든지진이 있기 훨씬 전부터 웰링턴은 (오클랜드를 포함 대도시에서도) 지진 취약건물에… 더보기

살인적인 서비스 물가

댓글 0 | 조회 2,980 | 2013.10.22
그런 소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 겪어보니 ‘악’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지하실에 전구 두개 더 달기 위해 전기기사를 불렀다가 … 더보기

노벨생화학상 수상자 모리스 윌킨스

댓글 0 | 조회 7,442 | 2013.10.09
모리스 윌킨즈가 누구인가 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크릭(Francis Crick: 1916-2004)과 왓슨(James Watson: 1928-) 이라고… 더보기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Ⅱ)

댓글 0 | 조회 2,746 | 2013.09.25
마틴 테 풍아에 대한 제 2편이라기 보다는 그의 아들과 아내 그리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2편을 이룬다. 올해 3월 가을(아직도 계절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익숙치… 더보기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Ⅰ)

댓글 0 | 조회 2,816 | 2013.09.11
웰링턴에서 차로 2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헛 밸리(Hutt Valley)가 나온다. 한때는 원시림이었다던 그곳에는 로어 헛(Lower Hutt)이라는 도시가 들… 더보기

재난대비

댓글 0 | 조회 2,431 | 2013.08.28
작년 12월, 웰링턴에서 칼리지를 다니던 조카가 2년여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서울 도심지에서 물 좋은 가평으로 전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어 그 … 더보기

추억의 영화관

댓글 0 | 조회 3,769 | 2013.08.13
뉴질랜드만큼 노인들이 극장을 찾는 일이 자연스러운 곳도 없는 듯하다. 게다가 그 극장이라는 곳들이 리딩 시네마처럼 최신식의 설비를 갖춘 곳을 제외하면, 처음 건축… 더보기

시드니 소감

댓글 0 | 조회 3,405 | 2013.07.24
가족 상봉을 위해 애 셋을 데리고 시드니에 왔다.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호주에 이민 온 친구 집을 늘 내 집(!)처럼 이용한다. 친구 부부는 4년 전, 그러… 더보기

남섬에서 찾은 역사적 지진의 흔적들

댓글 0 | 조회 2,462 | 2013.07.10
▲ 1921년 머치슨 지진 ‘전력대란’ 편으로 잠시 중단되었던 남섬 기행을 계속해보자. 뉴질랜드는 지진이 잦은 나라다. 대충 알고 왔다가 1… 더보기

전력대란

댓글 0 | 조회 2,308 | 2013.06.26
폭풍과 전력대란 얘기를 해야겠다. 간혹 오클랜드 일부 지역 혹은 남섬의 넬슨 지역이 폭우와 강한 돌풍으로 인해 전력 공급이 끊겼다는 소식을 저 먼동네 얘기로만 들… 더보기

프란츠 조셉 빙하와 헬리콥터투어

댓글 0 | 조회 5,565 | 2013.06.12
<빙하입구에 선 큰 애> 남섬 여행의 백미중의 하나가 죠셉 글레이셔가 아닐까 싶다. 사실, 빙하를 직접 가까이 가서 보기 전에는, 그러니까 사진으로 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