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 Calm and Carry On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Keep Calm and Carry On

0 개 2,693 한얼


좋아하는 문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
 
원래 영국에서 세계 2차 대전 동안에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프로파간다로 쓰이던 슬로건이었는데, 재발견되어 새롭게 쓰이고 있는 문구다. 컵, 티셔츠, 포스터, 심지어는 벽에 낙서된 그래피티로까지. 

원본 포스터는 세로로 세워진 빨간색 직사각형에, 흰색으로 영어가 한 단어씩 띄엄띄엄 쓰여져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영국 왕실의 심볼인 작은 왕관 하나. 얼핏 봤을 땐 촌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을 이미지다. 보면 아, 과연 40년대,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런데도. 킵 캄 앤드 캐리 온. 과연, 7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어 살아남았을 정도로 간단하고 강렬한 메시지다. 일상 생활에서도 흔히 쓰이는 다섯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이지만 그것에 내포된 뜻은 어마어마하다. 당황하지 마세요. 허둥거리지 마세요. 진정하고 계속하세요. 정확히 뭘 계속하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문장의 포인트는 나이키의 (그냥 저질러버려!) 만큼 어딘가 심플하면서도 설득력이 강한 데에 있다. 신사의 나라답게 딱히 명령조도 아닌데도, 내포된 차분함에서 여유와 추진력이 저절로 넘쳐흐른다. 물론 이 슬로건이 나온 때는 전시였으니만큼 사람들의 뇌리에 박힐 정도로 인상적이지 않으면 안 되었겠지만.

일상 생활에 치이고 안팎으로 크고 작은 사고에 지친 사람에게라면 위안과 응원이 될 만한 슬로건이라고 생각한다. 알바 자리에서 잘렸다고요? 진정하고 계속하세요. 시험을 망쳤다고요? 진정하고 계속하세요. 길을 걷다 운 없게 개똥을 밟았다고요? 진정하고 계속하세요……

정신 없고 피곤한 21세기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대유행하게 된 문구인 만큼, 이 슬로건이 새겨진 상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하물며 영국계 국가인 뉴질랜드에서야 말할 것도 없다. 나만 해도 시티를 걸으면서 비슷한 문장이 박힌 헝겊 가방 등을 파는 가게를 세 군데나 보았으니까. 아쉽게도, 이라는 오리지널 문구가 새겨진 물건은 없었고, 그 대신 바리에이션인 라느니, 같은 것만 발견했지만. 그것이 이 문장의 또 하나의 장점이다. 변환이 가능하다는 점. 어디에나 응용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무수한 짝퉁(?)들이 파생되었다. 대표적으로, 원본의 정반대인 ‘Now Panic and Freak Out’ (이제 패닉하고 갈팡질팡하세요) 같은. 위에는 거꾸로 뒤집어진 왕관과 함께. 사족이지만, 이 경우엔 어딘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연상시킨다.

사실 삶이란 것 자체가 진정하고 계속할 수 밖에 없는 것이긴 해도, 굳이 그렇게까지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보단 편두통을 위해 아스피린을 하나씩 먹듯 자신을 위해 외우는 만트라 정도론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한 마디, 외워두고 있는 명언 한 줄 쯤은 있기 마련이니까. 내 경우엔 바로 이 문장이 그러하듯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겼던, 유달리 지독한 악운을 겪었던, 찰나의 실수 때문에 진땀을 뺀 후에던. 킵 캄 앤드 캐리 온. 진정하고 계속해야지. 어차피 이보다 더 나빠질 리는 없을 테니까.

그러다가 가끔, 아주 가끔은 조금 슬퍼지는 것이다. 어느새 나도 그런 상비약 없이는 버티기 힘든 정신 연령이 된 걸까, 하고.
 

Piano - about music

댓글 0 | 조회 1,526 | 2013.03.13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거의 이십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잘 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듣는 노래도 악보를 두고 꾸준히 연습하면 썩 들… 더보기

어느 해 겨울, 등교길

댓글 0 | 조회 1,625 | 2013.02.27
겨울의 등교길은 언제나 머릿속에 남아 있다. 매일매일의 시작이 똑같기에 한 덩어리로 엉겨 거대한 공이 되어 버린 식으로, 겨울 아침들은 그렇게 일체화되어 구분할 … 더보기

시네마 - 은막의 마력

댓글 0 | 조회 1,300 | 2013.02.12
언제 가도 즐거운 장소 중엔 영화관이 있다. 동네의 비교적 작은 영화관도, 시골 구석의 박물관 같은 시네마도, 최신형 기계들과 대형 스크린을 갖춘 번화가의 영화관… 더보기

스마트폰 - 디지탈과 아날로그

댓글 0 | 조회 1,506 | 2013.01.31
디지털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변화를 거부하고 ‘전화는 통화와 메시지만 보낼 수 있으면 장땡’이라고 여기던 내게, 얼마 전 커다란 변화가 일어… 더보기

동물들 - 우리의 친구

댓글 0 | 조회 1,520 | 2013.01.16
동물 애호 사상이 강한 서양권 국가에 살고 있는 만큼, 거리를 걷다 보면 동물을 데리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띈다. 주로 개나 고양이들이다. 크고 작고, 털이… 더보기

Going Out

댓글 0 | 조회 1,427 | 2012.12.24
나는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내향성인 것이다. 여러모로 훌륭한 히키코모리의 기질을 타고 났다며 빈정거릴 지도… 더보기

회색 도시 - 향수(Ⅱ)

댓글 0 | 조회 1,335 | 2012.12.11
그렇게 안간힘을 다해 겨우 오르막길을 올라왔건만, 그 위에 있던 풍경은 나를 허탈케 했다. 언덕 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잠시 내가 잘못 찾은 건 아닌가 싶었다… 더보기

회색 도시 - 향수(Ⅰ)

댓글 0 | 조회 1,378 | 2012.11.28
2008년, 나는 가족 방문을 위해 한국에 와 있었다. 겨울이었고, 매우 추웠다. 눈은 오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그럴 것처럼 흐린 날씨였다고 기억한다. 예전에 살… 더보기

엘더플라워 - 향과 맛

댓글 0 | 조회 12,442 | 2012.11.13
누구에게나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플레이버(flavour) 보다도 단박에 자신을 사로잡는, 무슨 맛을 제일 좋아하세요? 라… 더보기

내 마음의 든든함

댓글 0 | 조회 2,103 | 2012.10.24
<강철의 연금술사>의 작가인 아라카와 히로무는 자신의 단행본에서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국립 도서관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책! 원 … 더보기

레몬 나무 - 행복의 상징

댓글 0 | 조회 2,318 | 2012.10.09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 중에 레몬 나무가 있다. 물론 빈약한 나무는 안 된다. 적어도 몇 년은 묵어서 완전히 크게 자란 것, 해마다 한 번은 열매가 주렁… 더보기
Now

현재 Keep Calm and Carry On

댓글 0 | 조회 2,694 | 2012.09.25
좋아하는 문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 원래 영국에서 세계 2차 대전 동안에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프로파간다로 쓰이던 슬로건이었는데, 재발견되어 새롭게 … 더보기

완벽과 자기 만족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748 | 2012.09.11
나는 그다지 여성스러운 편이 아니다. 외모를 가꾸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다. 학교에 츄리닝을 입고 가거나 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화장도 … 더보기

배취(Bach)를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3,110 | 2013.11.26
▲ 뉴질랜드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배취의 모습 구글에서 뉴질랜드 배취를 검색하면 초록 언덕과 파란 바다를 다 품은 듯 자리잡은 소규모 별장급들의 건물들… 더보기

웰링턴은 공사중

댓글 0 | 조회 2,295 | 2013.11.12
▲ Te Papa Musium, Wellington, google image 새든지진이 있기 훨씬 전부터 웰링턴은 (오클랜드를 포함 대도시에서도) 지진 취약건물에… 더보기

살인적인 서비스 물가

댓글 0 | 조회 2,979 | 2013.10.22
그런 소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 겪어보니 ‘악’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지하실에 전구 두개 더 달기 위해 전기기사를 불렀다가 … 더보기

노벨생화학상 수상자 모리스 윌킨스

댓글 0 | 조회 7,441 | 2013.10.09
모리스 윌킨즈가 누구인가 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크릭(Francis Crick: 1916-2004)과 왓슨(James Watson: 1928-) 이라고… 더보기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Ⅱ)

댓글 0 | 조회 2,745 | 2013.09.25
마틴 테 풍아에 대한 제 2편이라기 보다는 그의 아들과 아내 그리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2편을 이룬다. 올해 3월 가을(아직도 계절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익숙치… 더보기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Ⅰ)

댓글 0 | 조회 2,815 | 2013.09.11
웰링턴에서 차로 2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헛 밸리(Hutt Valley)가 나온다. 한때는 원시림이었다던 그곳에는 로어 헛(Lower Hutt)이라는 도시가 들… 더보기

재난대비

댓글 0 | 조회 2,430 | 2013.08.28
작년 12월, 웰링턴에서 칼리지를 다니던 조카가 2년여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서울 도심지에서 물 좋은 가평으로 전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어 그 … 더보기

추억의 영화관

댓글 0 | 조회 3,769 | 2013.08.13
뉴질랜드만큼 노인들이 극장을 찾는 일이 자연스러운 곳도 없는 듯하다. 게다가 그 극장이라는 곳들이 리딩 시네마처럼 최신식의 설비를 갖춘 곳을 제외하면, 처음 건축… 더보기

시드니 소감

댓글 0 | 조회 3,404 | 2013.07.24
가족 상봉을 위해 애 셋을 데리고 시드니에 왔다.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호주에 이민 온 친구 집을 늘 내 집(!)처럼 이용한다. 친구 부부는 4년 전, 그러… 더보기

남섬에서 찾은 역사적 지진의 흔적들

댓글 0 | 조회 2,461 | 2013.07.10
▲ 1921년 머치슨 지진 ‘전력대란’ 편으로 잠시 중단되었던 남섬 기행을 계속해보자. 뉴질랜드는 지진이 잦은 나라다. 대충 알고 왔다가 1… 더보기

전력대란

댓글 0 | 조회 2,307 | 2013.06.26
폭풍과 전력대란 얘기를 해야겠다. 간혹 오클랜드 일부 지역 혹은 남섬의 넬슨 지역이 폭우와 강한 돌풍으로 인해 전력 공급이 끊겼다는 소식을 저 먼동네 얘기로만 들… 더보기

프란츠 조셉 빙하와 헬리콥터투어

댓글 0 | 조회 5,565 | 2013.06.12
<빙하입구에 선 큰 애> 남섬 여행의 백미중의 하나가 죠셉 글레이셔가 아닐까 싶다. 사실, 빙하를 직접 가까이 가서 보기 전에는, 그러니까 사진으로 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