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Ⅰ)

0 개 2,815 정경란
웰링턴에서 차로 2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헛 밸리(Hutt Valley)가 나온다. 한때는 원시림이었다던 그곳에는 로어 헛(Lower Hutt)이라는 도시가 들어서 있다. 헛 리버를 끼고 평지에 자리잡은 도심지 초입에 시청사와 박물관, 도서관, 전쟁기념관(및 도서관)이 있다. 그리고 그 전쟁기념관에 들어가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벽화가 있다. 1950년대, 그곳 헛 밸리거주자이면서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각계 유명 인사들, 온갖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의 집단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발레리나, 정치인, 해군장교, 의사, 간호사 등등. 그런데 그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벽화의 정 중앙, 그러니까 하얀 가운을 입고 시험관을 들고 있는 인물은 검은 곱슬머리에 다소 어루운 피부색깔인 것이, 파케아(유럽인)가 아니라, 마오리족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Photo taken by Hyuna Kim, 2013년 9월 6일, 헛 밸리 전쟁기념관에서. 가운데 왼편, 하얀 가운데 시험관을 들고 있는 사람이 마틴 테 풍아이다

도서관 사서의 도움으로 당시 그 그림을 그린 화가가 남긴 인물들의 포지션과 이름이 적힌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었다. 하얀 가운에 시험관을 든 사람은 바로 뉴질랜드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인 마틴 테 풍아(Matin Te Punga)였다. 나는 지레 짐작으로, 그가 아주 특출난 원주민으로서 유럽인에 도움으로 “최초”로 고등교육을 받고 학자의 반열에 들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사학연구자들의 저널(Journal of the Historical Studies Group, Geoscience Society of New Zealand)의 가을호에 실린 마틴 테 풍아 소개글을 읽고는 내가 뉴질랜드와 마오리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새삼 깨달았다.  

우선 그의 가족배경이 특이했다. 마틴 테 풍아는 마오리족 출신의 루터교 목사 아버지와 독일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 아버지인 하무에라 테 풍아는 아주 입지전적인 인물로 독일과 미국에서 루터교 목사 수업을 받았고 연수차 미국 시카고에 갔을 때 학교 선생님이었던 리디아 고스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둘은 뉴질랜드에 정착해 여섯 아이를 둔다. 하무에라 테 풍아는 라틴어는 물론 독일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했고 역사와 정치는 물론 고전과 오페라에도 식견이 깊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틴 역시 자신의 가족사를 아주 멋지고 행복했던 가족이었다고 회상한다. 

다시 마틴 테 풍아로 돌아가자. 마틴은 할콤브(Halcombe)라는 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농업고등학교를 마친다. 그러다 친구의 권유로 지질학에 입문하게 되고 당시 뉴질랜드 대학이라 불렸던 웰링턴의 빅토리아 대학에서 지질학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리고 당시 빅토리아 대학은 지질학의 거장인 챨스 코튼과 더불어 지형학이라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었다. 마틴 테 풍아는 그러니까 챨스 코튼과 함께 이 분야를 개척하고 세계에서 몰려오는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 챨스 코튼의 후계자로 주목받았지만 그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1954년에 은퇴한 챨스 코튼의 교수직은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온 다른 이에게 넘어갔던 것이다. 뉴질랜드 내 대학 교수직은 영국에서 태어난 키위나 영국대학의 학위를 가진 이에게만 배타적으로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직을 얻지 못하고 실망한 마틴 테 풍아는 가족들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간다. 하지만 그곳의 지질학은 엄밀한 의미의 지질학이라 보다 지리학의 분과에 가까워서 마틴은 다시 1956년 뉴질랜드로 돌아온다. 그리고 빅토리아 대학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가 지질학자로서 거둔 성공 내지 기여는 챨스 코튼과 더불어 영국을 제치고 지질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세분화한데 있다. 대륙이동설, 암석의 화강암화, 확장하는 지각 등 당시 세계적으로 모든 학문분과를 선도하던 영국을 제치고 나름 지질학이라는 분과를 발전시켜 나갔던 것이다. 그만큼 뉴질랜드는 그런 지질학이 발달할 수 있을 만큼 예외적으로 온갖 지질학적 현상들이 풍부했던 곳이기도 했다.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였던 마틴 테 풍아의 아들, 그리고 그의 일본인 아내인 히토미씨와의 인연은 다음 편에 이어진다. 
 

Piano - about music

댓글 0 | 조회 1,527 | 2013.03.13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거의 이십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잘 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듣는 노래도 악보를 두고 꾸준히 연습하면 썩 들… 더보기

어느 해 겨울, 등교길

댓글 0 | 조회 1,626 | 2013.02.27
겨울의 등교길은 언제나 머릿속에 남아 있다. 매일매일의 시작이 똑같기에 한 덩어리로 엉겨 거대한 공이 되어 버린 식으로, 겨울 아침들은 그렇게 일체화되어 구분할 … 더보기

시네마 - 은막의 마력

댓글 0 | 조회 1,301 | 2013.02.12
언제 가도 즐거운 장소 중엔 영화관이 있다. 동네의 비교적 작은 영화관도, 시골 구석의 박물관 같은 시네마도, 최신형 기계들과 대형 스크린을 갖춘 번화가의 영화관… 더보기

스마트폰 - 디지탈과 아날로그

댓글 0 | 조회 1,507 | 2013.01.31
디지털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변화를 거부하고 ‘전화는 통화와 메시지만 보낼 수 있으면 장땡’이라고 여기던 내게, 얼마 전 커다란 변화가 일어… 더보기

동물들 - 우리의 친구

댓글 0 | 조회 1,521 | 2013.01.16
동물 애호 사상이 강한 서양권 국가에 살고 있는 만큼, 거리를 걷다 보면 동물을 데리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띈다. 주로 개나 고양이들이다. 크고 작고, 털이… 더보기

Going Out

댓글 0 | 조회 1,427 | 2012.12.24
나는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내향성인 것이다. 여러모로 훌륭한 히키코모리의 기질을 타고 났다며 빈정거릴 지도… 더보기

회색 도시 - 향수(Ⅱ)

댓글 0 | 조회 1,336 | 2012.12.11
그렇게 안간힘을 다해 겨우 오르막길을 올라왔건만, 그 위에 있던 풍경은 나를 허탈케 했다. 언덕 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잠시 내가 잘못 찾은 건 아닌가 싶었다… 더보기

회색 도시 - 향수(Ⅰ)

댓글 0 | 조회 1,379 | 2012.11.28
2008년, 나는 가족 방문을 위해 한국에 와 있었다. 겨울이었고, 매우 추웠다. 눈은 오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그럴 것처럼 흐린 날씨였다고 기억한다. 예전에 살… 더보기

엘더플라워 - 향과 맛

댓글 0 | 조회 12,443 | 2012.11.13
누구에게나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플레이버(flavour) 보다도 단박에 자신을 사로잡는, 무슨 맛을 제일 좋아하세요? 라… 더보기

내 마음의 든든함

댓글 0 | 조회 2,104 | 2012.10.24
<강철의 연금술사>의 작가인 아라카와 히로무는 자신의 단행본에서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국립 도서관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책! 원 … 더보기

레몬 나무 - 행복의 상징

댓글 0 | 조회 2,319 | 2012.10.09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 중에 레몬 나무가 있다. 물론 빈약한 나무는 안 된다. 적어도 몇 년은 묵어서 완전히 크게 자란 것, 해마다 한 번은 열매가 주렁… 더보기

Keep Calm and Carry On

댓글 0 | 조회 2,694 | 2012.09.25
좋아하는 문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 원래 영국에서 세계 2차 대전 동안에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프로파간다로 쓰이던 슬로건이었는데, 재발견되어 새롭게 … 더보기

완벽과 자기 만족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749 | 2012.09.11
나는 그다지 여성스러운 편이 아니다. 외모를 가꾸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다. 학교에 츄리닝을 입고 가거나 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화장도 … 더보기

배취(Bach)를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3,111 | 2013.11.26
▲ 뉴질랜드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배취의 모습 구글에서 뉴질랜드 배취를 검색하면 초록 언덕과 파란 바다를 다 품은 듯 자리잡은 소규모 별장급들의 건물들… 더보기

웰링턴은 공사중

댓글 0 | 조회 2,296 | 2013.11.12
▲ Te Papa Musium, Wellington, google image 새든지진이 있기 훨씬 전부터 웰링턴은 (오클랜드를 포함 대도시에서도) 지진 취약건물에… 더보기

살인적인 서비스 물가

댓글 0 | 조회 2,980 | 2013.10.22
그런 소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 겪어보니 ‘악’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지하실에 전구 두개 더 달기 위해 전기기사를 불렀다가 … 더보기

노벨생화학상 수상자 모리스 윌킨스

댓글 0 | 조회 7,441 | 2013.10.09
모리스 윌킨즈가 누구인가 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크릭(Francis Crick: 1916-2004)과 왓슨(James Watson: 1928-) 이라고… 더보기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Ⅱ)

댓글 0 | 조회 2,746 | 2013.09.25
마틴 테 풍아에 대한 제 2편이라기 보다는 그의 아들과 아내 그리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2편을 이룬다. 올해 3월 가을(아직도 계절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익숙치… 더보기
Now

현재 최초의 마오리 지질학자, 마틴 테 풍아(Ⅰ)

댓글 0 | 조회 2,816 | 2013.09.11
웰링턴에서 차로 2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헛 밸리(Hutt Valley)가 나온다. 한때는 원시림이었다던 그곳에는 로어 헛(Lower Hutt)이라는 도시가 들… 더보기

재난대비

댓글 0 | 조회 2,431 | 2013.08.28
작년 12월, 웰링턴에서 칼리지를 다니던 조카가 2년여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서울 도심지에서 물 좋은 가평으로 전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어 그 … 더보기

추억의 영화관

댓글 0 | 조회 3,769 | 2013.08.13
뉴질랜드만큼 노인들이 극장을 찾는 일이 자연스러운 곳도 없는 듯하다. 게다가 그 극장이라는 곳들이 리딩 시네마처럼 최신식의 설비를 갖춘 곳을 제외하면, 처음 건축… 더보기

시드니 소감

댓글 0 | 조회 3,405 | 2013.07.24
가족 상봉을 위해 애 셋을 데리고 시드니에 왔다.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호주에 이민 온 친구 집을 늘 내 집(!)처럼 이용한다. 친구 부부는 4년 전, 그러… 더보기

남섬에서 찾은 역사적 지진의 흔적들

댓글 0 | 조회 2,461 | 2013.07.10
▲ 1921년 머치슨 지진 ‘전력대란’ 편으로 잠시 중단되었던 남섬 기행을 계속해보자. 뉴질랜드는 지진이 잦은 나라다. 대충 알고 왔다가 1… 더보기

전력대란

댓글 0 | 조회 2,307 | 2013.06.26
폭풍과 전력대란 얘기를 해야겠다. 간혹 오클랜드 일부 지역 혹은 남섬의 넬슨 지역이 폭우와 강한 돌풍으로 인해 전력 공급이 끊겼다는 소식을 저 먼동네 얘기로만 들… 더보기

프란츠 조셉 빙하와 헬리콥터투어

댓글 0 | 조회 5,565 | 2013.06.12
<빙하입구에 선 큰 애> 남섬 여행의 백미중의 하나가 죠셉 글레이셔가 아닐까 싶다. 사실, 빙하를 직접 가까이 가서 보기 전에는, 그러니까 사진으로 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