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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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비

0 개 2,430 정경란
작년 12월, 웰링턴에서 칼리지를 다니던 조카가 2년여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서울 도심지에서 물 좋은 가평으로 전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어 그 곳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2년여의 뉴질랜드 생활을 통해 익힌 영어때문에 시골학교에서 영어가 탑이란다. 덕분에 아이의 자신감도 커지고 선생님과 친구들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 공부도 나름 열심이란다. 조카가 떠나고 난 후, 한동안 빈자리가 허전했다. 그래서 쓰던 책상이며 서랍장 그리고 이런 저런 소품들은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사촌언니와 방을 함께 쓰던 막내딸은 밤마다 혼자 자기 무섭다고 불평이더니, 급기야는 한국에서 누구 다른 사람 불러오란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한 딸이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와 뉴질랜드를 염두에 두고 있단다. 내가 뉴질랜드에 살고 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유용한 정보나 조언을 구하는 전화였다. 뉴질랜드에 살다보니 아무런 근거없이 호주를 괜히 폄하하는(!) 편견이 생겨서였는지 아님, 호주 대도시로 어학공부하러 갔다가 한국사람만 잔뜩 보고 왔다는 어느 누군가의 수기를 읽어서 였는지, ‘호주는 비추입니다.’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결론은 뉴질랜드로 와야한다는 조언이 되어버렸다. 거기서 멈췄으면 상관없는데, 아시안들이 많은 오클랜드보다는 웰링턴이 더 나을 것이다, 라고 한 걸음 더 나갔다. 
 
이런 저런 전화가 오고갔고, 웰링턴으로 오면 우리 집에서 당분간, 혹은 비자 기간 내내 머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조카가 쓰던 침대가 있고, 룸메이트를 간절히 원하는 막내딸의 간청이 큰 변수로 작용했던 것이다. 지인의 딸은 한국에서 아동복지학을 전공했고 자신의 미래 경력을 위해 나름 탐색기를 갖고 있는 터였다. 실제 ‘언니’가 오고 나서 큰 덕을 보는 건 필자다. 삐지기 잘하는 막내 꼬마를 살살 잘 달래주기도 하고, 밤마다 서로 책을 읽어주는 건 물론, 꼬마가 ‘언니’의 영어발음을 교정시켜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막내 딸이 ‘언니’를 부를땐, ‘우리 언니~’라고 부른다. 
 
그러던 차에 걱정이 하나 생겼다. 지진때문이다. 크라이스트쳐치의 악몽을 다들 기억하실터. 어학원 빌딩이 무너지고 한국인 쌍둥이 오누이가 다른 희생자들과 더불어 참사를 겪었다. 게다가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웰링턴에서는 강도높은 지진을 경험하고 있다. 남섬의 새든(Saddon)에서 멀지 않은 곳이 진앙지여서 진도 4.0만 넘어도 웰링턴에서 충분히 그 진동을 느낄수가 있다. 
 
‘언니’가 다니는 영어학교 건물이 4층 이상이다.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시내에 가도 4~5층 이상 건물에 들어갈 때는 괜히 불안하다. 좌우 살피고, 볼일이 있어도 얼른 끝내고 나오는 편이다. 물론 비상구나 튼튼해 보이는 기둥을 눈여겨 보는 것도 중요하다. 얼마 전 진도 6.5를 겪었을 때, 그게 한국 메인포털에 한줄 뉴스로 났는지 어쨌는지, 지인이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불안하다고. 또 그런 일이 있으면 그냥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왜 아니겠는가. 원래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더 불안한 법이니까. 그래서 그때 이후로 나는 ‘언니’에게 지진을 느낄 때는 무조건 어디에 있든 책상 밑이나 바닥에 엎드릴 것, 잠잠해지면 건물 밖으로 나올 것을 당부했다. 
 
6.5이후 6.6 지진이 왔을 때였다. 당시 필자는 외부에 있었는데 뭔가 건물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이후 땅바닥이 젤리처럼 출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웬만한 흔들림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던 필자에게도 ‘젤리’처럼 출렁이던 땅바닥에 서 있던 경험은 충격적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만약 더 큰 지진이 왔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게 되었다. 일시적으로 단수되었을 경우, 물은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전기가 끊어질 경우 취사와 난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름 현실적이고도 중요한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점검한다. 재난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대비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라면을 쟁여놓는다고 대비가 다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더 이상 큰 지진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아주 큰 게 올 수도 있다.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심리적으로 대비하고 그 스트레스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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