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조셉 빙하와 헬리콥터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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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조셉 빙하와 헬리콥터투어

0 개 5,565 정경란

                   <빙하입구에 선 큰 애>

남섬 여행의 백미중의 하나가 죠셉 글레이셔가 아닐까 싶다. 사실, 빙하를 직접 가까이 가서 보기 전에는, 그러니까 사진으로 처음 대했을 때는, 인상적인 경치를 보면서 느끼는 관광객스러운 ‘감탄사’ 이외, 그게 구체적으로 어떨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당연히.
 
여름이나 겨울이나 텐트에서 잠자리를 해결해야 하므로 굳이 겨울이라고해서 남섬 여행을 피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짐을 쌌다. 많은 키위들이 남섬에 대해 ‘진짜 뉴질랜드’라고들 하기에 기대도 했다. 서쪽을 훑으며 죠셉 빙하를 트랙킹할 수 있는 프란츠 죠셉으로 갔다. 뉴질랜드의 빙하가 생뚱맞게 오스트리아 황제의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는 그 사연 역시 생뚱맞다. 원래의 마오리 이름으로 되찾고 표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안내문에도 마오리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다. “빙하”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폐속을 훑는 공기는 천년의 냉기를 품고 있는 듯했다. ‘진짜 뉴질랜드’라고도 하지만, 뉴질랜드의 수목은 이미 몇몇 국립공원과 원시림 보호구역을 빼면 외래종 소나무가 시선이 닿는 곳마다 펼쳐져 있고 낙농업을 위해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저 푸른 초원’이 대부분이다. 
 
“빙하”를 두고 먹고사는 관광명소답게 프란츠 죠셉 글레이져 타운의 캠핑장 역시 최근에 단장을 한 듯 ‘현대적’이다. 100명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넓은 식당, 스파, 아이들을 위한 범퍼카등. 다음날의 “빙하근처트랙킹”을 위해 밥을 일찍 해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캠핑때마다 가지고 다니는 도톰한 극세사 전기장판은, 그 위에 누울때마다 행복에 겨운 감탄사를 낮게 흘리게 한다. 

다음날, 번화가에 가니 헬기관광코스가 있다. 청소년 1인당 250불 정도다. 굳이 “관광”의 맛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생에 “빙하”를 볼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 것이며, 또 평생에 처음 보는 특이한 자연경관을 보며 아이들이 느낄법한 경외심을 기대하며 세 녀석을 헬기에 태웠다. 20분 남짓의 헬기 관광이었지만, 아이들이 받은 ‘충격’은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 헬기를 타 본다는 흥분과 더불어 (빙하 앞에서 수직 상승할 때는 승객모두 소리를 질러댔단다) 정상에서 만져본 눈과 눈부신 광경등....아이들은 쉴새 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큰 울림으로 남으리라. 
 
그러고나서 우리는 모두 빙하를 가까이 보기위해 트랙킹에 나섰다. 멀리서 볼때와 달리 가까이는 원시림이 있었고, 대낮인데도 어둠컴컴하고 꼬불꼬불한 원시림을 한참 걸은 후 어느 순간 한 귀퉁이를 돌아서니 파노라마처럼 저 앞에 너무 시려서 푸른 빛이 나는 빙하가 보였다. 사실 그 앞에 세워진 안내문과 사진을 보니,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버린 ‘지구온난화’ 덕분인지 지난 60-70년 동안 빙하가 많이 녹아버렸음을 알 수 있었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저 멀리 버티고 선 푸른 빛의 빙하. 사실 나는 그 순간 큰 충격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시간, 거대함, 그리고 아직도 거기에....빙하 가까이 가는데 40여분을 걸어야 했다. 조금만 가면 닿을 듯 하지만, 가도 가도 내 걸음은 쉽사리 그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온몸이 더워졌고 아이들 역시 힘들다는 불평없이 어서 가까이 가서 눈이라도 만져보길 바라는 눈치다. 

동행한 뉴질랜드 지질학 박사님의 설명으로 빙하내 온갖 형상의 원인에 대해 ‘과학적’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도 아이들은 가끔 빙하와 헬리콥터 여행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기 일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간과 경험이라고 주저없이 꼽는다. 아이들의 입에서 ‘뷰티풀’ ‘원더풀’ ‘판타스틱’이라는 형용사들이 자주 나온다. 아이들, 특히 청소년시기의 아이를 가진 가족들은 남섬의 죠셉 빙하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웅장함’ ‘경외심’ 뭐 이런 감정을 말 그대로 날 것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며 아이들은 게임과 귀차니즘을 잊고 자기 발로 걷고 만지고 숨쉬며 자연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빙하 꼭대기에서 세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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