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 핵심 감정들의 풀코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운전 - 핵심 감정들의 풀코스

0 개 2,565 한얼
운전은 몇 달 만에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자동차가 무서워 생각도 하지 않았고, 대학 때는 버스나 배를 타고 다니면 되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한 탓에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무면허로 살아온 나였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회 생활에의 필요성과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따게 되었다.

처음 뉴질랜드에서 면허를 딸 때도 어마어마하게 긴장했다. 그냥 문제만 풀면 되는 건데, 서너 개까지만 틀릴 수 있다는 한계가 엄청난 무게가 되어 손이 덜덜 떨렸던 것까지 선명하게 기억한다. 나는 압력을 잘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무난하게 합격하여 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다음에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에 비하면 차라리 문제 풀기는 양반이었다. 실전에선 더욱 심하게 긴장해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도 아니건만 아드레날린이 마구잡이로 펌핑되어 몸 속 장기들의 진동마저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옆에서 언제 소리를 지르거나 꾸짖을지 모르는 도우미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으니.

첫 시범 주행에서 차를 들이박지 않은 건 가히 기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차저차하여 결국 전문 강사에게서 도로 연수를 받았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실력 증강은 느낄 수 없었다. 사실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언제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 몰라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는 것이다. 설사 그 실수를 극복하더라도 거의 백 퍼센트의 확률로 다른 엉뚱한 사고를 치고야 만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서 일찌감치 완벽해지기를 깨끗이 포기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스스로의 불완전함에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건 아무리 그 사실을 자각하고 있더라도 힘든 것 같다.

뉴질랜드에서 거친 열 몇 번의 강습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끝났다. 무엇보다도 추돌 사고나 충돌 사고 같이, ‘돌’ 자로 끝나는 불운을 피하게 된 것에 가장 안도했다.
 
한국에 오면 대중 교통이 훨씬 잘 발달되어 있으니 운전면허는 걱정 안 해도 되겠지-하고 희희낙락했더니만, 아뿔싸. 여기서도 면허 취득은 피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시험을 치르고, 연수를 받아야 했다. 원래 남들이 다 하고, 다 해야 한다고 말하면 더욱 하기 싫어지고 피하려 드는 성격이다. 반골 기질이 다분한 탓에 어쩌면 이렇게 사는 게 피곤한 건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연수를 해주는 선생님이 이번에는 그다지 내가 좋아하는 유형이 아니라는 점도 한몫 했다. 물론 아저씨라는 점은 뉴질랜드의 강사와 같았지만, 공통점은 거기서 끝이었다. 이 선생님은 연설이 길었고, 간섭을 많이 했으며,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는 정반대의 조언을 - 예를 들어서, 빨간 불이어도 주변에 사람이나 차가 없으면 가도 된다는 식의 - 해주었다. 나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물론 나쁜 선생님이라는 건 아니다. 아마도 잘못은 (잘못이라고 거창하게까지 표현해도 좋다면) 그가 아닌, 시스템 자체의 결함에 있을 것이다. 신호등의 비실용적인 패턴에서부터 어처구니 없이 끼어들고 빠져나가기를 반복하는 도로의 차들에. 혼잡한 도로의 무질서는 내게 긴장이나 공포를 넘어 분노까지 느끼게 했다.

“빨간 불인데, 왜 지나가도 된다는 건가요?”
“다른 차들이 없을 때 빨리 지나가야 돼요. 안 그러면 못 지나가니까.”
“빨간 불인데도요?”
“네.”
“양쪽 다 빨간 불인 것보단 번갈아 가면서 초록 불이었다가 빨간 불이었다가 하는 게 더 좋을 텐데, 왜 안 그런 거죠?”
“만들 때 그렇게 만들었으니까요.”
“참 불합리적이네요.”
 
원래 다 그런 거랍니다, 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선생님의 문장 앞에 인생은, 이라는 말이 빠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십대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부모역할

댓글 0 | 조회 1,766 | 2012.12.21
지난 호에서 밝혔듯이 내 자녀의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부모들이 많고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선택한 과목들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될 좌절을 겪는 뉴질랜드 한… 더보기

내 아이의 Academic English는 문제가 없는가?

댓글 0 | 조회 1,516 | 2012.12.11
학교만 간다고 영어실력이 쑥쑥 늘고 키위친구들도 사귀고 한국에 비해 느슨한 교육환경이니 웬만큼 하면 대학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여기시는 부모님들이 의외로 많다.… 더보기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단절과 갈등

댓글 0 | 조회 2,581 | 2012.11.27
몇 년전 학교 내에서 공부도 잘하면서 성격도 좋아 선생님들이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남학생을 상담하게 되었는데, 부모하고의 갈등이 심하고 대화가 전혀 통하지… 더보기

학교 내 인종차별에 대처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3,246 | 2012.11.13
뉴질랜드 내에서의 인종차별에 대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왕따를 당하는 동양인 학생들 중 36%가 인종적인 그리고 문화적인 문제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다, 하고 필자가… 더보기

Cyber Safe (인터넷 중독)

댓글 0 | 조회 1,918 | 2012.10.25
지난 호에서 청소년 우울증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울증이 인터넷 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했는데 사실 인터넷 중독뿐 아니라 게임, 도박, 그리고 술과 약물들은 중독… 더보기

자살율 1위 강대국, 대한민국: 청소년 우울증(Ⅱ)

댓글 0 | 조회 2,339 | 2012.10.09
많은 분들이 미디어를 통해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들, 특히 유명연예인들에 대한 비보를 접하게 되면서 우울증이 사람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구나 하는 인식과 치료와 … 더보기

자살율 1위 강대국, 대한민국: 우리 아이들은 절망한다(Ⅰ)

댓글 0 | 조회 1,962 | 2012.09.26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소식이다, 우리나라가 OCE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하루 44명이 자살을 하는 나라.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절망의 절벽으로 내미… 더보기

내일은 오늘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우리의 가정을 희망하며

댓글 0 | 조회 2,391 | 2012.09.11
어떻게 글을 시작할 지 창문너머 맑게 개인 하늘을 쳐다보니 지난 세월 동안 상담을 통해서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려진다. 다들 더 행복하게 더 강하게 더 희망… 더보기

즐거운 노동

댓글 0 | 조회 1,915 | 2013.11.26
집에 혼자 있는데도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이곤 한다. 그것도 아주 자주. 이럴 땐 무척 당혹스럽다. 게다가 성미상 미루는 것에도 매우 소질이 없는지라 거의 사나흘에… 더보기

즐거운 자기 재확인

댓글 0 | 조회 1,277 | 2013.11.12
쇼핑을 좋아한다. 옷을 사거나 책을 사는 등의, 좋아하는 물건들을 사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일상 생활에 필요한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사러 가는 일도 모두 즐… 더보기

현재 운전 - 핵심 감정들의 풀코스

댓글 0 | 조회 2,566 | 2013.10.23
운전은 몇 달 만에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자동차가 무서워 생각도 하지 않았고, 대학 때는 버스나 배를 타고 다니면 되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한 탓에 불과 작… 더보기

화장 - 복잡한 신비로움

댓글 0 | 조회 1,745 | 2013.10.08
회사에 다니면서부터 나는 사회인이 되었고, 사회인이 되면서부터 시작한 것이 있다. 화장이다. 나는 그것에, 마치 낯설고 어려운 동물을 대하듯 다가가고 있다. 조심… 더보기

기계, 우리들의(아직은 불완전한) 동반자

댓글 0 | 조회 1,591 | 2013.09.24
얼마 전부터 노트북이 말썽이다. 또. 포맷한지 얼마나 됐다고 말썽인지, 마치 혼나도 혼나도 말썽을 피우는 꼬마 같다고 생각하며 좌절하고, 화를 내고, 투덜거렸다.… 더보기

예쁜 것과 아픈 것

댓글 0 | 조회 1,864 | 2013.09.11
모든 여자들은 원하는 만큼 근사한 신발들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성들의 자유로운 신발 소유권(?) 및 선택의 폭을… 더보기

바뀌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

댓글 0 | 조회 1,552 | 2013.08.28
누구에게나 삶의 패턴은 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규칙, 루틴, 어겨선 안 될 불문율, (이런 조잡한 표현을 사용해도 좋다면) 징크스. 나는 두 말 할 것도 없고,… 더보기

머리카락 -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닌 것

댓글 0 | 조회 1,890 | 2013.08.14
한국에 와서 한 달이 지난 후, 머리를 잘랐다. 2년만이었다. 목까지 오지도 않도록, 귀 아래에서 찰랑거리도록 단칼(가위?)에 싹둑. 내 잘린 머리를 두고 많은 … 더보기

무하전

댓글 0 | 조회 1,571 | 2013.07.23
정말 좋아하는 화가의 전시전이 있어 다녀왔다. 화가의 이름은 들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로, 대표작으로는 <… 더보기

떠난다는 것과 머무는 것

댓글 0 | 조회 1,705 | 2013.07.09
6월의 끝자락에 도착한 한국은 매우 후덥지근하고 더웠다. 입국 심사를 마친 후 가방을 찾기 위해 걸어가면서 가장 먼저 느낀 감상은 그것이었다. 생각보다 더 덥네.… 더보기

Scars, scars into stars

댓글 0 | 조회 1,429 | 2013.06.26
덜렁거려서인지 또는 둔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주 다치는 편이다. 하다못해 계단을 올라갈 때도 발을 헛디뎌서 미끄러지거나, 책을 읽으면서 모퉁이를 돌다가 허… 더보기

음악에 관한 (아마도) 첫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640 | 2013.06.12
없인 살 수 없는 몇 가지 중에 음악이 있다. 물론 누구나 음악을 듣고 즐기긴 하겠지만, 내 경우엔 음악은 조금 더 특별하다고 자부하고 싶다. 음악은 마치 산소처… 더보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과시적 고통

댓글 0 | 조회 1,366 | 2013.05.28
약 두 달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처음엔 그저 욱신거리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평소에도 지끈거린다. 특히 앉았다 일어날 때. 으으윽! 그 짜릿한 통증이라니. 이루 말… 더보기

차근차근, 우주적으로

댓글 0 | 조회 1,433 | 2013.05.14
주말에 시간이 남아, 모처럼 브라우니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아주 신이 났다. 계란과 버터는 미리 꺼내두어 냉기를 제거해 두고, 양철 그릇과 주방용 저울과 재료들… 더보기

우정과 허망 사이

댓글 0 | 조회 1,384 | 2013.04.23
가끔 생각하곤 한다. 이십 대를 갓 넘긴 주제에 사람 관계가 하루살이의 하루만큼이나 덧없다는 사실을 아는 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물론 내가 … 더보기

종이에 대고 외치기

댓글 0 | 조회 1,253 | 2013.04.10
코리아 포스트에 450자짜리 수필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개월이 지난 것 같다. 1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시간 관… 더보기

Tea - the drink of my heart

댓글 0 | 조회 1,400 | 2013.03.26
매일매일 즐기는 날마다의 일과 중에 차를 마시는 것이 있다. 다도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거창하거나 엄숙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티타임&rsquo…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