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rs, scars into stars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Scars, scars into stars

0 개 1,429 한얼
덜렁거려서인지 또는 둔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주 다치는 편이다. 하다못해 계단을 올라갈 때도 발을 헛디뎌서 미끄러지거나, 책을 읽으면서 모퉁이를 돌다가 허리를 모서리에 박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걸어 다니는 사고뭉치’에서부터 ‘눈은 어디다 달고 다니냐’까지 다양하고도 애정 어린 수식어가 그런 부주의함을 장식한 바 있다.
 
이따금씩 생각하곤 한다. 대체 왜 이러지, 하고.
그래 놓고선 또 다친다는 게 내가 가장 즐겨 하는 농담이자 슬랩스틱 개그이긴 하지만.
 
여하튼, 몸 곳곳에 종종 상처며 흉터를 만들곤 한다. 물론 결코 깊거나, 심하거나, 흉측한 흔적은 남기지 않지만 그래도 피부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만한 그런 것들. 어쩌면 그런 남들의 반응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자기 몸을 이용해서든 아니면 다른 기지를 발휘해서든 타인을 기겁하게 만드는 것을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발칙한 아이였으므로.
 
(이쯤에서 나 자신의 명예를 위해 나는 마조히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어쩌면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이나 영화 등에서 흉터는 일종의 훈장, 그러니까 치열한 전투의 기억이나 (요컨대 친척의 애완견에게 장난을 걸다가 물린 이빨 자국이라던가) 명예로운 흔적 등으로 (멋모르고 뜨거운 머핀을 집었다가 데인 화상 같은 것) 여겨지는 것에 영향을 받은 것도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강한 척 하는 것을 좋아했던 탓이리라. 특히 집안의 유일한 여자아이라서 ‘얌전하고’ ‘숙녀다우며’ ‘조신하게’ 성장토록 강요 받았던 것의 반동이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반골이래도 할 말은 없다. 
 
어찌되었건, 내겐 흉터가 많다. 벌레에게 물린 후 지나치게 긁어서 피딱지가 앉았던 부분, 하키를 하다가 넘어져서 패였던 자국, 화상 흔적 등등. 물론 그 대부분은 시간이라는 강력한 연고 덕분에 희미해지거나 없어지고 말았지만. 어른들은 여자애 몸에 흉터가 왠 말이냐며 혀를 끌끌 차곤 해도 나는 가끔씩 그 없어진 상처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기억력도 나쁘고 사진 등의 추억거리도 남지 않은 내겐 그 흉터들이 몇 안 되는 옛날에의 상기 거리이므로.
 
그 많고 많았던 흉터들 중 유일하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얼굴, 왼쪽 뺨 광대뼈 위의 작은 초승달 모양 흉터로,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진 상처 중 가장 오래된 것이기도 하다.
 
이 흉터의 내력을 짤막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당시 나는 시장 바닥에서 엄마 손을 놓치는 것 외엔 무서울 것 없던 세 살배기였고, 나와 같이 놀고 있던 사촌 오빠는 그보다 두 살 위인 다섯 살이었다. 동생이 아직 없었던 오빠는 나를 상당히 예뻐했는데, 사건 당일 날 우리는 장난감을 나누어 갖고 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빠가 갖고 놀던 심벌즈로 내가 막무가내로 손을 뻗쳤고 (이건 오빠 본인의 증언이다), 오빠는 자연스럽게 나를 밀어내려 했다. 그러자 아기들이 그러하듯 내가 괴성을 내지르며 덤벼든 탓에 (이것 또한 오빠의 증언) 두 유아가 엎치락뒤치락 싸우는 것을 어른들이 뜯어 말려야 했다는 이야기 되시겠다.
 
내 기억은 다소 의심스럽게도 그 증언과 판이하게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재구성함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건 그 싸움으로 인해 내 얼굴엔 지금껏 지워지지 않은 흔적이 남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신경 써서 찾아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지긴 했지만, 아마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으리라.
 
미래에도 내 몸이 성할 날은 없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만큼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마치 초대 받지 않은 손님처럼 한동안 내 피부 위에 머물다 사라질 그런 흔적이라면.
 
가끔 우리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싶어하기 마련이니까.

십대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부모역할

댓글 0 | 조회 1,767 | 2012.12.21
지난 호에서 밝혔듯이 내 자녀의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부모들이 많고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선택한 과목들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될 좌절을 겪는 뉴질랜드 한… 더보기

내 아이의 Academic English는 문제가 없는가?

댓글 0 | 조회 1,517 | 2012.12.11
학교만 간다고 영어실력이 쑥쑥 늘고 키위친구들도 사귀고 한국에 비해 느슨한 교육환경이니 웬만큼 하면 대학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여기시는 부모님들이 의외로 많다.… 더보기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단절과 갈등

댓글 0 | 조회 2,582 | 2012.11.27
몇 년전 학교 내에서 공부도 잘하면서 성격도 좋아 선생님들이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남학생을 상담하게 되었는데, 부모하고의 갈등이 심하고 대화가 전혀 통하지… 더보기

학교 내 인종차별에 대처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3,246 | 2012.11.13
뉴질랜드 내에서의 인종차별에 대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왕따를 당하는 동양인 학생들 중 36%가 인종적인 그리고 문화적인 문제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다, 하고 필자가… 더보기

Cyber Safe (인터넷 중독)

댓글 0 | 조회 1,918 | 2012.10.25
지난 호에서 청소년 우울증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울증이 인터넷 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했는데 사실 인터넷 중독뿐 아니라 게임, 도박, 그리고 술과 약물들은 중독… 더보기

자살율 1위 강대국, 대한민국: 청소년 우울증(Ⅱ)

댓글 0 | 조회 2,339 | 2012.10.09
많은 분들이 미디어를 통해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들, 특히 유명연예인들에 대한 비보를 접하게 되면서 우울증이 사람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구나 하는 인식과 치료와 … 더보기

자살율 1위 강대국, 대한민국: 우리 아이들은 절망한다(Ⅰ)

댓글 0 | 조회 1,962 | 2012.09.26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소식이다, 우리나라가 OCE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하루 44명이 자살을 하는 나라.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절망의 절벽으로 내미… 더보기

내일은 오늘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우리의 가정을 희망하며

댓글 0 | 조회 2,392 | 2012.09.11
어떻게 글을 시작할 지 창문너머 맑게 개인 하늘을 쳐다보니 지난 세월 동안 상담을 통해서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려진다. 다들 더 행복하게 더 강하게 더 희망… 더보기

즐거운 노동

댓글 0 | 조회 1,915 | 2013.11.26
집에 혼자 있는데도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이곤 한다. 그것도 아주 자주. 이럴 땐 무척 당혹스럽다. 게다가 성미상 미루는 것에도 매우 소질이 없는지라 거의 사나흘에… 더보기

즐거운 자기 재확인

댓글 0 | 조회 1,278 | 2013.11.12
쇼핑을 좋아한다. 옷을 사거나 책을 사는 등의, 좋아하는 물건들을 사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일상 생활에 필요한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사러 가는 일도 모두 즐… 더보기

운전 - 핵심 감정들의 풀코스

댓글 0 | 조회 2,566 | 2013.10.23
운전은 몇 달 만에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자동차가 무서워 생각도 하지 않았고, 대학 때는 버스나 배를 타고 다니면 되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한 탓에 불과 작… 더보기

화장 - 복잡한 신비로움

댓글 0 | 조회 1,746 | 2013.10.08
회사에 다니면서부터 나는 사회인이 되었고, 사회인이 되면서부터 시작한 것이 있다. 화장이다. 나는 그것에, 마치 낯설고 어려운 동물을 대하듯 다가가고 있다. 조심… 더보기

기계, 우리들의(아직은 불완전한) 동반자

댓글 0 | 조회 1,591 | 2013.09.24
얼마 전부터 노트북이 말썽이다. 또. 포맷한지 얼마나 됐다고 말썽인지, 마치 혼나도 혼나도 말썽을 피우는 꼬마 같다고 생각하며 좌절하고, 화를 내고, 투덜거렸다.… 더보기

예쁜 것과 아픈 것

댓글 0 | 조회 1,865 | 2013.09.11
모든 여자들은 원하는 만큼 근사한 신발들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성들의 자유로운 신발 소유권(?) 및 선택의 폭을… 더보기

바뀌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

댓글 0 | 조회 1,552 | 2013.08.28
누구에게나 삶의 패턴은 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규칙, 루틴, 어겨선 안 될 불문율, (이런 조잡한 표현을 사용해도 좋다면) 징크스. 나는 두 말 할 것도 없고,… 더보기

머리카락 -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닌 것

댓글 0 | 조회 1,891 | 2013.08.14
한국에 와서 한 달이 지난 후, 머리를 잘랐다. 2년만이었다. 목까지 오지도 않도록, 귀 아래에서 찰랑거리도록 단칼(가위?)에 싹둑. 내 잘린 머리를 두고 많은 … 더보기

무하전

댓글 0 | 조회 1,572 | 2013.07.23
정말 좋아하는 화가의 전시전이 있어 다녀왔다. 화가의 이름은 들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로, 대표작으로는 <… 더보기

떠난다는 것과 머무는 것

댓글 0 | 조회 1,706 | 2013.07.09
6월의 끝자락에 도착한 한국은 매우 후덥지근하고 더웠다. 입국 심사를 마친 후 가방을 찾기 위해 걸어가면서 가장 먼저 느낀 감상은 그것이었다. 생각보다 더 덥네.… 더보기

현재 Scars, scars into stars

댓글 0 | 조회 1,430 | 2013.06.26
덜렁거려서인지 또는 둔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주 다치는 편이다. 하다못해 계단을 올라갈 때도 발을 헛디뎌서 미끄러지거나, 책을 읽으면서 모퉁이를 돌다가 허… 더보기

음악에 관한 (아마도) 첫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641 | 2013.06.12
없인 살 수 없는 몇 가지 중에 음악이 있다. 물론 누구나 음악을 듣고 즐기긴 하겠지만, 내 경우엔 음악은 조금 더 특별하다고 자부하고 싶다. 음악은 마치 산소처… 더보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과시적 고통

댓글 0 | 조회 1,366 | 2013.05.28
약 두 달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처음엔 그저 욱신거리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평소에도 지끈거린다. 특히 앉았다 일어날 때. 으으윽! 그 짜릿한 통증이라니. 이루 말… 더보기

차근차근, 우주적으로

댓글 0 | 조회 1,434 | 2013.05.14
주말에 시간이 남아, 모처럼 브라우니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아주 신이 났다. 계란과 버터는 미리 꺼내두어 냉기를 제거해 두고, 양철 그릇과 주방용 저울과 재료들… 더보기

우정과 허망 사이

댓글 0 | 조회 1,385 | 2013.04.23
가끔 생각하곤 한다. 이십 대를 갓 넘긴 주제에 사람 관계가 하루살이의 하루만큼이나 덧없다는 사실을 아는 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물론 내가 … 더보기

종이에 대고 외치기

댓글 0 | 조회 1,254 | 2013.04.10
코리아 포스트에 450자짜리 수필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개월이 지난 것 같다. 1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시간 관… 더보기

Tea - the drink of my heart

댓글 0 | 조회 1,400 | 2013.03.26
매일매일 즐기는 날마다의 일과 중에 차를 마시는 것이 있다. 다도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거창하거나 엄숙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티타임&rsquo…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