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대고 외치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종이에 대고 외치기

0 개 1,253 한얼

코리아 포스트에 450자짜리 수필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개월이 지난 것 같다. 1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시간 관념은 한 번도 내 강점이 아니었으므로 (나의 명예를 위해 덧붙이자면, 물론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왜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그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라고 하겠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말이다. 가슴에 절절이 와 닿는, 참으로 깊이 공감 가는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모든 작가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결국 궁극적으로 그것밖에 자신이 걸어갈 길이 없어서가 아닐까. 자신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 세상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 아니, 어쩌면 닿을지도 모르겠지만 너무나 먼 곳에 있어 얼굴조차 모르는 이와 소통하기 위한 방편으로.

내가 그러했다. 사춘기 시절,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가 갑자기 체감되었다. 학교는 귀찮았고 어른들은 무서웠다. 아무리 말하고 괴로워해도 네 나이 땐 누구나 그랬어, 나도 그랬는걸, 어린애 같이 굴지 말고 얼른 철 들어, 라는 핀잔들만 던져주던, 자신들만의 중년의 사춘기에 새로이 갇혀 외면하기 바쁜 그들. 주변의 비슷한 시기를 거치는 아이들은 사납고,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십대 청소년의 고민거리 따위 누구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엇나가지 않고 자라는 나를 부모님이 자랑스러워 해줬으면 했지만, 그것마저도 당연한 것처럼 치부되어 내 십대 시절은 뿌듯함도, 보람도 뭣도 없는 지리멸렬한 팔여 년의 모놀로그였다.

그 때 불현듯 글을 씀으로써 내 삶의 진정한 목적을 깨달았다…… 같은 진부한 깨달음(epiphany)은 없었다. 이해하길 바란다. 나는 지금에마저도 꽤나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고, 그때도 다를 바는 없었다. 단지 좀 더 어렸고, 멍청했었지만 눈은 더 열려 있는 아이였단 것만 빼면.

다만 글을 쓰는 것이 재미 있었을 뿐이다. 그 땐 타인의 눈길도, 나 자신의 머릿속에서 수군거리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었으니 자연히 창작의 고통 따위도 없었다. 신세계의 신이 된 느낌이었달까, 펜과 종이만 잡으면 - 또는 모니터와 키보드 앞에 앉으면 - 뭐든지 내 마음대로였다. 그 감각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비좁은 현실에서, 유일하게 내가 내키는 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 진정한 자유.

항상 머릿속에 담고 있었던 유치한 아이디어나 스토리들마저도, 그냥 생각으로 품고 있을 때와 노트에 직접 적어 눈으로 읽을 때는 무척 다른 법이다. 뭔가 위대한 작가라도 된 듯한 기분에 마구 글을 휘갈겼던 기억이 난다. 오로지 나 자신을 위로하고 즐겁게 해주기 위해 무작위로 썼던 글들. 간혹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그 때의 글이 좀 더 나답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 때는 아무 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으니까.

사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글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이고도 근본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하다못해 ‘오늘 소풍을 갔다. 참 재밌었다’라고 쓴 초등학생의 일기조차도, 노벨상을 수상한 고명한 작가의 책과 그 본질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글이란 것은 자신의 생각의 기록이고, 더 나아가서 소통의 방식인 것이다. 우리 모두는 고독하고, 인간이란 누구나 궁극적으론 혼자인 존재이니까. 글쓰기는 그것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손을 뻗는 방법 중 하나다.

아직 내 글을 읽고 깊이 공감했다거나 나를 이해했다고 말해준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언젠간 그런 독자 한 명쯤은 나오지 않을까, 오늘도 희망을 품고 이렇게 타자를 두드려 본다.

십대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부모역할

댓글 0 | 조회 1,767 | 2012.12.21
지난 호에서 밝혔듯이 내 자녀의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부모들이 많고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선택한 과목들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될 좌절을 겪는 뉴질랜드 한… 더보기

내 아이의 Academic English는 문제가 없는가?

댓글 0 | 조회 1,516 | 2012.12.11
학교만 간다고 영어실력이 쑥쑥 늘고 키위친구들도 사귀고 한국에 비해 느슨한 교육환경이니 웬만큼 하면 대학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여기시는 부모님들이 의외로 많다.… 더보기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단절과 갈등

댓글 0 | 조회 2,581 | 2012.11.27
몇 년전 학교 내에서 공부도 잘하면서 성격도 좋아 선생님들이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남학생을 상담하게 되었는데, 부모하고의 갈등이 심하고 대화가 전혀 통하지… 더보기

학교 내 인종차별에 대처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3,246 | 2012.11.13
뉴질랜드 내에서의 인종차별에 대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왕따를 당하는 동양인 학생들 중 36%가 인종적인 그리고 문화적인 문제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다, 하고 필자가… 더보기

Cyber Safe (인터넷 중독)

댓글 0 | 조회 1,918 | 2012.10.25
지난 호에서 청소년 우울증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울증이 인터넷 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했는데 사실 인터넷 중독뿐 아니라 게임, 도박, 그리고 술과 약물들은 중독… 더보기

자살율 1위 강대국, 대한민국: 청소년 우울증(Ⅱ)

댓글 0 | 조회 2,339 | 2012.10.09
많은 분들이 미디어를 통해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들, 특히 유명연예인들에 대한 비보를 접하게 되면서 우울증이 사람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구나 하는 인식과 치료와 … 더보기

자살율 1위 강대국, 대한민국: 우리 아이들은 절망한다(Ⅰ)

댓글 0 | 조회 1,962 | 2012.09.26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소식이다, 우리나라가 OCE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하루 44명이 자살을 하는 나라.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절망의 절벽으로 내미… 더보기

내일은 오늘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우리의 가정을 희망하며

댓글 0 | 조회 2,391 | 2012.09.11
어떻게 글을 시작할 지 창문너머 맑게 개인 하늘을 쳐다보니 지난 세월 동안 상담을 통해서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려진다. 다들 더 행복하게 더 강하게 더 희망… 더보기

즐거운 노동

댓글 0 | 조회 1,915 | 2013.11.26
집에 혼자 있는데도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이곤 한다. 그것도 아주 자주. 이럴 땐 무척 당혹스럽다. 게다가 성미상 미루는 것에도 매우 소질이 없는지라 거의 사나흘에… 더보기

즐거운 자기 재확인

댓글 0 | 조회 1,278 | 2013.11.12
쇼핑을 좋아한다. 옷을 사거나 책을 사는 등의, 좋아하는 물건들을 사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일상 생활에 필요한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사러 가는 일도 모두 즐… 더보기

운전 - 핵심 감정들의 풀코스

댓글 0 | 조회 2,566 | 2013.10.23
운전은 몇 달 만에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자동차가 무서워 생각도 하지 않았고, 대학 때는 버스나 배를 타고 다니면 되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한 탓에 불과 작… 더보기

화장 - 복잡한 신비로움

댓글 0 | 조회 1,746 | 2013.10.08
회사에 다니면서부터 나는 사회인이 되었고, 사회인이 되면서부터 시작한 것이 있다. 화장이다. 나는 그것에, 마치 낯설고 어려운 동물을 대하듯 다가가고 있다. 조심… 더보기

기계, 우리들의(아직은 불완전한) 동반자

댓글 0 | 조회 1,591 | 2013.09.24
얼마 전부터 노트북이 말썽이다. 또. 포맷한지 얼마나 됐다고 말썽인지, 마치 혼나도 혼나도 말썽을 피우는 꼬마 같다고 생각하며 좌절하고, 화를 내고, 투덜거렸다.… 더보기

예쁜 것과 아픈 것

댓글 0 | 조회 1,864 | 2013.09.11
모든 여자들은 원하는 만큼 근사한 신발들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성들의 자유로운 신발 소유권(?) 및 선택의 폭을… 더보기

바뀌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

댓글 0 | 조회 1,552 | 2013.08.28
누구에게나 삶의 패턴은 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규칙, 루틴, 어겨선 안 될 불문율, (이런 조잡한 표현을 사용해도 좋다면) 징크스. 나는 두 말 할 것도 없고,… 더보기

머리카락 -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닌 것

댓글 0 | 조회 1,891 | 2013.08.14
한국에 와서 한 달이 지난 후, 머리를 잘랐다. 2년만이었다. 목까지 오지도 않도록, 귀 아래에서 찰랑거리도록 단칼(가위?)에 싹둑. 내 잘린 머리를 두고 많은 … 더보기

무하전

댓글 0 | 조회 1,572 | 2013.07.23
정말 좋아하는 화가의 전시전이 있어 다녀왔다. 화가의 이름은 들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로, 대표작으로는 <… 더보기

떠난다는 것과 머무는 것

댓글 0 | 조회 1,706 | 2013.07.09
6월의 끝자락에 도착한 한국은 매우 후덥지근하고 더웠다. 입국 심사를 마친 후 가방을 찾기 위해 걸어가면서 가장 먼저 느낀 감상은 그것이었다. 생각보다 더 덥네.… 더보기

Scars, scars into stars

댓글 0 | 조회 1,429 | 2013.06.26
덜렁거려서인지 또는 둔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주 다치는 편이다. 하다못해 계단을 올라갈 때도 발을 헛디뎌서 미끄러지거나, 책을 읽으면서 모퉁이를 돌다가 허… 더보기

음악에 관한 (아마도) 첫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641 | 2013.06.12
없인 살 수 없는 몇 가지 중에 음악이 있다. 물론 누구나 음악을 듣고 즐기긴 하겠지만, 내 경우엔 음악은 조금 더 특별하다고 자부하고 싶다. 음악은 마치 산소처… 더보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과시적 고통

댓글 0 | 조회 1,366 | 2013.05.28
약 두 달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처음엔 그저 욱신거리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평소에도 지끈거린다. 특히 앉았다 일어날 때. 으으윽! 그 짜릿한 통증이라니. 이루 말… 더보기

차근차근, 우주적으로

댓글 0 | 조회 1,434 | 2013.05.14
주말에 시간이 남아, 모처럼 브라우니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아주 신이 났다. 계란과 버터는 미리 꺼내두어 냉기를 제거해 두고, 양철 그릇과 주방용 저울과 재료들… 더보기

우정과 허망 사이

댓글 0 | 조회 1,384 | 2013.04.23
가끔 생각하곤 한다. 이십 대를 갓 넘긴 주제에 사람 관계가 하루살이의 하루만큼이나 덧없다는 사실을 아는 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물론 내가 … 더보기

현재 종이에 대고 외치기

댓글 0 | 조회 1,254 | 2013.04.10
코리아 포스트에 450자짜리 수필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개월이 지난 것 같다. 1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시간 관… 더보기

Tea - the drink of my heart

댓글 0 | 조회 1,400 | 2013.03.26
매일매일 즐기는 날마다의 일과 중에 차를 마시는 것이 있다. 다도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거창하거나 엄숙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티타임&rsquo…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