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잊혀지는 것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살다보면 잊혀지는 것들

0 개 2,241 안진희
집에 들어와보니 식탁 위에 먹다 남은 요플레 하나가 놓여있다. 아들의 숟가락이 꽂혀 있는 걸로 봐서는 분명 아들이 먹다 남겨놓은 듯 한데.. 참 이상하다. 어제 내가 사다 놓은 요플레는 분명 딸기맛 큰 통이었던 것 같은데 이건 복숭아맛의 작은 통이다. ‘신랑이 사왔나.. 이건 왜 먹다가 이렇게 놔뒀데..’ 궁시렁 궁시렁 해가며 치우려고 하는데 헉… 뚜껑에 적힌 유통기한이 2달이나 지나있다. 이런걸 퍼먹고도 멀쩡하게 잘 놀고 있는 아들도 신기하지만, 냉장고 한 구석에서 이런 유물급 요플레를 찾아준 신랑은 더 신기할 노릇이다. 
 
냉장고가 무슨 대문짝 만한 것도 아닌데 우리집 냉장고 속에는 한번 들어가면 잊혀지는 것들이 종종 있다. 한 번씩 뭘 찾다 보면 언제부터 굴러다녔는지 모를 박제 수준의 키위가 발견되지를 않나, 말라 비틀어져서 바닥에 붙어버린 파 줄기가 발견되지를 않나. 
 
물론 냉장고 안에서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밖에 보관하는 양파나 감자 같은 것들은 자연 관찰 도감을 출판해도 몇 권을 했을 법할 정도로 싹이 나고 증식해 가는 과정을 줄기차게 보아왔다. 늘 먹을 만큼만 산다고 하는데도 어디선가 소외된 녀석들이 몰래 몰래 싹을 틔우고 있더라. 필요할 땐 안보이던 것들이 우람하게 싹을 틔우고 나면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냉장고는 가득 차 있는데 먹을 건 없다, 옷장에 옷은 많은데 입을게 없다.’는 인류가 풀어야 할 영원한 수수께끼가 아닐까 싶다.
 
냉장고에서 두 달 가량 숙성된 요플레를 먹은 아들은 며칠이 지난 후에도 별탈 없이 잘 놀고 있다. 정말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아들이 어릴 때는 조금이라도 더러우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나의 구세주 데톨을 옆에 끼고는 보이는 대로 뿌리고 닦는데 온 신경을 곤두세웠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위생이라는 건 잊혀진 지 오래가 되어버렸다. 젖먹이 시절 육아의 필수품이었던 가제 수건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가제 걸레로 변신해 입도 닦고 손도 닦고 바닥도 닦고 다시 또 입도 닦고 내친김에 얼굴도 닦고. 좀 더럽게 키우는 것이 오히려 더 튼튼하게 키우는 방법이라는 것을 어느 날 문득 계시처럼 깨닫고 난 뒤부터는 위생을 너무 푸근하게 잊고 살고 있다. 
 
아들을 가졌을 때 입덧도 너무나 심하게 하고 치골통이며, 가진통이며 남들 한다는 거는 주구장창 모아서 다 겪다가 막상 놓을 때도 3일간 병원을 들락거리며 죽네 사네 겨우 놓고, 분만할 때 출혈이 너무 심해서 수혈 안 하면 퇴원 못한다 하는 거 곧 죽어도 안 받겠다 우겨 몇 달간 철분약을 들이부으며 버티면서 이 고통을 절대 잊지 않고 하나로 만족하고 잘 키우리라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사실 다 잊혀지더라. 이래서 다들 둘째도 놓고 셋째도 놓고 하나보다. 
 
아들이 걸음마에 익숙해졌을 무렵 지나가다 햇볕이 좋길래 아오테아 광장에서 한 시간 정도 놀린 적이 있었다. 잠깐 놀다 갈거라 썬크림을 안 발라줬었는데 헉. 그날 저녁부터 아들의 눈 밑에 조그마한 반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짙어져 큰 점으로 자리 잡는 게 아닌가. 아들의 점을 볼 때마다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며 이제는 베란다만 나가도 썬크림으로 얼굴을 도배해준다. 아들의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내 얼굴에도 기미가 낀다는 것은 잊은 채 아들 얼굴에만 썬크림을 바르는데 열중한다. 나도 한 때는 소중한 ‘나’였던 것을… 
 
아들아! 이 엄마가 다른 건 다 잊더라도 네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네가 처음 두 발로 일어섰을 때 얼마나 대견했었는지, 네가 처음 말을 재잘거리기 시작할 때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는지 그때의 그 기분들과 다짐들은 잊지 않도록 노력할게. 엄마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건 네가 좀 기억해 줄 수 있겠니?
 

웰링턴 예술기행(Ⅳ)

댓글 0 | 조회 2,334 | 2012.03.27
▶ Museum of Wellington City & Sea 예술아카데미 갤러리(NZ Academy of Fine Art)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웰링… 더보기

웰링턴 예술기행(Ⅲ)

댓글 0 | 조회 2,566 | 2012.03.13
▶ NZ Academy of Fine Arts & NZ Portrait Gallery 국회의사당에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방향으로 걸어가면 레스토랑과 카페… 더보기

웰링턴 예술기행(Ⅱ)

댓글 0 | 조회 2,207 | 2012.02.29
개인적으로 뉴질랜드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웰링턴의 국회의사당(Parliamnet)이라고 생각한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고대 유물과 유적들은 우리들에게 과거를… 더보기

웰링턴 예술기행(Ⅰ)

댓글 0 | 조회 2,313 | 2012.02.15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의 기운 때문에,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오클랜드의 해변과 맑고 아름다운 하늘이 그리웠다. 여름을 즐기기 위해 입고 온 원… 더보기

Marlborough of Wine(Ⅱ)

댓글 0 | 조회 2,340 | 2012.02.02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보이는 포도밭은 지평선과 닮아 있었다. 깊이를 가늠할 순 없지만 묘한 편안함과 안락함이 가져다 주는 여유로움은 와인을 즐기기 위한 분… 더보기

Marlborough of Wine(Ⅱ)

댓글 0 | 조회 1,518 | 2012.02.01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보이는 포도밭은 지평선과 닮아 있었다. 깊이를 가늠할 순 없지만 묘한 편안함과 안락함이 가져다 주는 여유로움은 와인을 즐기기 위한 분… 더보기

Waiheke island of Wine(Ⅰ)

댓글 0 | 조회 3,280 | 2012.01.18
오클랜드에서 페리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와이헤케섬(Waiheke Island)는 와인의 섬으로 더 유명하다. 최근 뉴질랜드에서 가장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는 … 더보기

Fall in love with ART(Ⅱ)

댓글 0 | 조회 4,061 | 2011.12.13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소위 디지털의 정보화로 요약되는 첨단 과학·기술 시대이다. 물질이 주는 풍요로움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바꾸었지만, 개인… 더보기

Fall in love with ART(Ⅰ)

댓글 0 | 조회 2,696 | 2011.11.23
다가오는 2012년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여러 가지 상황과 일로 마음이 복잡했다. 음악이 내게 주는 위로에 익숙해지기 시작한지가 언제부터였는지, 이제는 습관이… 더보기

See the Sea in Tauranga

댓글 0 | 조회 2,410 | 2011.11.10
금방이라도 하늘과 닿을 것 같은 푸른 바다의 위를 가르며 길게 뻗어있는 도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망가누이산 정상에서 나는, 타우랑가를 보았다. 노동절을 위한 … 더보기

엄마 미안해. 그땐 몰랐어

댓글 0 | 조회 2,401 | 2013.08.27
‘으아아~ 엄마 무서워! 파리 파리!’ ‘엄마가 파리는 무서운거 아니랬지? 파리는 그냥 드러운거야. 무서워하지 말고 얼른 잡아!&… 더보기

오늘도 나는 반성합니다

댓글 0 | 조회 1,726 | 2013.08.13
노래도 부르고 이리저리 구르기도 하고 한마디로 생 난리를 치더니 어느새 조용하다. 드디어 잠이 들었다. 잠든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괜시리 미안해진다. 아까 괜히 소… 더보기

엄마 어디가

댓글 0 | 조회 1,676 | 2013.07.23
요즘 한국에서는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가 인기란다. 유명인 아빠들이 각자의 아들, 딸을 데리고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 오는 내용을… 더보기

아빠는 관대하다

댓글 0 | 조회 1,728 | 2013.07.09
‘엄마, 아~~’ 아들은 아빠랑 치카를 하고 나면 나름 잘 했다는 표시로 항상 내 앞에 와서 입을 한껏 벌리고는 보여주어야 직성이 풀린다. … 더보기

내려놓음에 익숙해지기

댓글 0 | 조회 1,934 | 2013.06.25
어머니! 어머니! 나에게 티끌 하나 주지 않는 걸인들이 내게 손을 내밀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전부를 준 당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 더보기

된장녀. 아니, 된장발음

댓글 0 | 조회 1,811 | 2013.06.12
“오늘은 뭐 먹었어?” 아들을 유치원에서 픽업해 오면서 의례적인 질문을 했더니 “음…. 쿠뢰커랑..” 헐&… 더보기

소박함에 감사하기

댓글 0 | 조회 1,718 | 2013.05.28
으하하. 우리도 드디어 한국에 간다. 비행기 표 값은 나중에 내도 된다고 하길래 덜컥 예약을 해버렸다. 몇 달 남았으니 열심히 벌면 모이겠지… 다른 … 더보기

사회생활 하다보면....

댓글 0 | 조회 1,719 | 2013.05.15
‘엄마, 제이임스가 막 이러케 때리더라.’ 잉? 이건 또 뭔 소리래.. 유치원에서 픽업해 오면서 의례적으로 ‘오늘은 뭐하고 놀았어… 더보기

슈퍼맘이 못 되어서 미안해

댓글 0 | 조회 1,773 | 2013.04.23
이것 참 큰일이다. 내일은 아들이 부활절 연휴 전에 마지막으로 유치원에 가는 날이라 선생님들께 드릴 브라우니를 굽고 있는데 30분이면 맛있게 굽히던 게 왜 1시간… 더보기

아들어록

댓글 0 | 조회 1,576 | 2013.04.09
애를 키우면 애 덕에 울고 또 애 덕에 웃는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뭐 물론 아직은 아들 덕에 울고 싶을 때가 더 많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말이 많아져… 더보기

바라는게 있다면

댓글 0 | 조회 1,676 | 2013.03.26
웬일로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꿈에 보인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며칠 간격으로 두 번이나 꿈에 나오시는 게 아닌가. 엄마한테 얘기를 했더니 ‘너한테… 더보기

너도 한번 나아봐

댓글 0 | 조회 2,149 | 2013.03.13
TV 프로그램을 보는데 사람 많은 마트에서 한 아이가 엄마를 잃어버려서 울고 있는데 극적으로 엄마가 나타나 모자 상봉하는 모습을 보고는 여주인공이 “난… 더보기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댓글 0 | 조회 1,741 | 2013.02.27
드디어 아들이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세 돌 생일부터 보내려면 지금 예약해도 안 늦겠나 싶었는데 마침 홀리데이라 빠진 아이들 덕에 빈 자리가 있어서 바로… 더보기

장수만만세

댓글 0 | 조회 1,717 | 2013.02.13
죽다 살았다라는 게 이런 건가 보다. 며칠 전부터 상태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급기야 아침에 일어나는데 눈이 돌아가고 방이 빙글빙글 도는 게 막 토할 것 같더니 몸… 더보기

배은망덕도 유분수라지

댓글 1 | 조회 2,339 | 2013.01.31
이놈의 새들은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기껏 빵을 줘서 잘 얻어 먹었으면 감사하다 몇 번 지저귀고 가면 될 것을 그렇게들 생각 없이 똥들을 퍼질러 싸대고 가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