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밥상에 오르던 미나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선비의 밥상에 오르던 미나리

0 개 3,457 조병철
한민족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미덕으로 선비정신을 들기도 한다. 그런 선비들이 민속채소인 미나리를 즐겨 먹었으며, 거기서 식채로써의 삼덕(三德)을 발견했다니 흥미롭다. 선비들은 자신의 품격과 심지(心志)를 기르는 표본으로 미나리의 특성을 읽어낸 것이다. 그 내용으로는 첫째가 속세를 상징하는 진흙탕에서 때 묻지 않은 채 푸르게 자라는 심지요. 둘째는 햇볕이 들지 않는 응달에서도 잘 자라는 자립심이요. 셋째는 물이 부족한 가뭄에도 굳건하게 살아가는 생명력이다. 미나리가 자라는 특성에서 선비정신을 그려낸 통찰력은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하고, 어디에 내 놓아도 자랑스럽다. 

또한 궁중요리에서 미나리를 활용한 사례가 발견된다. 우리의 건강을 위한 균형식으로써 청포묵 무침이다. 일명 탕평채(蕩平菜)로 부리기도 한다. 청포묵을 잘게 썬 다음, 미나리나물, 볶은 쇠고기, 채 썬 배를 함께 넣어 버무린다. 그 위에 고명으로 계란과 김을 얹은 무침요리를 가리킨다. 이런 요리가 그들의 시대적 상황과 자연에서 얻어야 하는 식재료에서 기인한 것으로 가볍게 치부 할 수도 있지만, 제철 채소의 사용을 기본으로 한 범상함을 느끼게 한다. 비록 조선왕조의 기록이지만 이런 식문화를 되짚어 볼 수 있어 값지게 생각된다. 

미나리에 대한 추억 몇 가지다. 미나리는 연중 물이 스며나는 시골의 수렁논에서 잘 자란다. 특히 겨울철에도 싱싱함을 잃지 않고 무척 탐스러웠다.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산골의 시냇가에서도 어김없이 발견된다. 동네 방죽 빨래터 시궁창에도 미나리는 가리질 않고 잘 자란다. 그런 미나리는 주로 저지대 수렁논에서 채취하여 겨울철에 시장에 출하되었다. 도시의 서민들은 음식점의 매운탕에서 자주 접했다. 젊은 고객의 왕성한 식욕을 눈치 챈 식당 아주머니는 매운탕에 덤으로 미나리를 한줌씩 넣어주기도 했는데, 너무나 바쁜 나머지 누렇게 뜬 잎도 가려낼 새가 없었다. 그래도 그 미나리는 맛이 있었던 기억이다. 

오클랜드에서 미나리를 찾게 된 것은 언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고기 덕분이다. 뭐니 뭐니 해도 미나리는 해물탕과 잘 어울린다. 미나리 한 단을 사서 먹고 밑 부분을 잘라 텃밭에 심었다. 그랬더니 정신없이 번졌다. 선비의 삼덕에서 보았듯이 미나리는 어디에서 잘 자란다. 특히 텃밭관리에 자신이 없는 초보들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아니 그렇게 잘 자라준다. 미나리를 기르는 데 가장 이상적인 곳은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도랑이 제격이다. 그렇지만 텃밭 한 구석에서도 문제가 없다. 물기 부족해도 겨울철에 내리는 빗물만으로 언제나 무성하다. 미나리 묘를 구하는 곳은 이웃집 텃밭에서 얻어다 심는 게 상책이다. 그렇지만 구하기 힘들 때는 시장에 미나리 한 단만 사서 줄기를 땅에 묻어주면 사는 건 그들이 알아서 한다.

조선시대의 기록에 미나리는 음력 2월에서 5월까지 일 년 중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식재료로 활용되었다. 지금의 절기로는 이른 봄부터 여름철까지로 볼 수 있다. 특히나 오클랜드는 겨울철 잦은 비로 아주 일찍부터 미나리는 무성하다. 요리사 선택에 따라 밥상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무성하게 자난 녀석은 물고기 매운탕에, 봄철의 어린 새순은 미나리만으로 무침으로, 또한 살짝 데친 오징어와 함께 더욱 상큼하게. 이 보다 더 쉽게 집안의 텃밭에서 구할 수 있은 식재료는 흔치 않다. 

미나리가 강인한 생명력만으로 선비들의 밥상을 차지하기에는 어려웠으리라 짐작 된다. 미나리에는 무언가 아주 독특한 다른 특성이 있어 보인다. 많은 민속채소가 그만의 독특한 기능을 발휘하지만, 미나리는 보다 폭넓은 기능성을 가졌다. 비타민과 칼슘 철분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특히나 섬유질도 많이 들어 있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알려진다. 여성들의 빈혈에 좋을 뿐 아니라 성인들의 고혈압 방지에도 큰 역할을 한다. 술을 즐기는 사람들의 간 관련 질병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전한다. 게다가 미나리가 지니는 특유의 향은 해산물의 비린 냄새를 없애는  데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 

야생 미나리를 채취하다 보면 독미나리가 섞일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자란 독미나리는 키가 훨씬 커서 구분이 쉽지만, 처음 어릴 때는 일반 미나리와 구분이 어렵다. 그러나 독미나리의 밑둥치에 있는 마디사이 속이 비어 있어 마치 대나무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혹시라도 의심이 가면 반드시 확인토록 해야. 혹 독미나리를 먹게 되면 구토 경련 현기증 같은 식중독으로 고생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미나리와 친해지려고 텃밭에 모셨다. 여성의 빈혈과 성인의 고혈압을 막아 준다니 미나리가 남아나질 않는다. 미나리 뿌리 채 밥상에 오른다. 우리 집 요리사는 미나리가 이리 좋은 줄 이제야 알겠단다. 미나리 밭은 하나 더 만들라고 야단이다. 올해는 급한 대로 야생 미나리를 찾아 나서야 할 판이다.   

▶ 참고: 김 정숙. 2010. 내 몸을 살리는....

8체질적 음식의 귀경(歸經)

댓글 0 | 조회 7,222 | 2013.12.24
체질적으로 몸에 유익한 음식과 해로운 음식의 기준은 본초학(本草學)의 개념처럼 음식이 인체 내에 흡수되어 어떤 특정 장기를 강하게 하느냐, 약하게 하느냐에 따라 … 더보기

이민부 자료로 보는 기술이민 따라잡기

댓글 0 | 조회 2,711 | 2013.12.11
투자 및 정착자금 소지 여부보다는, 이민희망자의 NZ에서의 직업이 있는가 또는 있을 것인가를 더 중시하는 기술이민. 오늘은,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의향서 채택(20… 더보기

현재 선비의 밥상에 오르던 미나리

댓글 0 | 조회 3,458 | 2013.12.11
한민족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미덕으로 선비정신을 들기도 한다. 그런 선비들이 민속채소인 미나리를 즐겨 먹었으며, 거기서 식채로써의 삼덕(三德)을 발견했다니 흥미롭… 더보기

날개

댓글 0 | 조회 1,809 | 2013.12.11
숲의 향기가 집 문턱까지 다가온 일요일 아침에 욕실 유리 창문을 살짝 열어 놓고 목욕물을 받았습니다. 가족 모두 잠든 시간에 새소리를 들으면서 목욕을 하는 즐거움… 더보기

하지 말아야 할 것들

댓글 0 | 조회 1,806 | 2013.12.11
연말이다. 뉴질랜드에서 제일 크다는 위콜즈의 산타클로스를 만들때면 이제 한해가 다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매년 이러한 연말연시가 되면 항상 생각나는 필자의 직… 더보기

어렵게 나를 받아준 남초호수(Ⅱ)

댓글 0 | 조회 2,733 | 2013.12.11
그림 같은 호수를 일단 뒤로 하고 일단 우리는 먼저 미사를 빨리 드리기로 했다. 사람들이 없는 쪽으로 좀 들어가서 준비해온 포도주, 성채, 매일 미사책을 꺼내놓고… 더보기

오늘의 요리>> 쥐포의 변신

댓글 0 | 조회 2,534 | 2013.12.11
며칠동안 계속되는 세찬 빗소리도, 아늑한 집안에서 들으면, 때로는 멋진 멜로디가 되기도 합니다. 잠이 오거든요.ㅎㅎㅎ 비가 오면 온 집안이 습기로 눅눅해지기 때문… 더보기

선거권

댓글 0 | 조회 2,282 | 2013.12.11
얼마 전 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선거 그리고 투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지인에 의하면 뉴질랜드에 일정기간 이상 합법적으로 체류한 사람이면 시장이나 … 더보기

‘탈세’ v ‘절세’

댓글 0 | 조회 3,722 | 2013.12.11
‘탈세’(Tax evasion)는 허위 나 부정한 행위로 납세를 면탈하는 범죄행위다 (위키백과). 대부분의 탈세 행위로는 의도적으로 매출을 실제매출보다 낮게 신고… 더보기

I am jonesing for Kimchi.

댓글 0 | 조회 3,050 | 2013.12.11
Jones는 사람이름 입니다. 성경에서 나오는 ‘요한’이 영어로는 John입니다. (마태는 Mathew, 마가는 Mark). Jones는 John에서 파생된 이름… 더보기

확대 인화가 가지고 있는 비율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2,996 | 2013.12.11
아주 오래 전에는 일반인은 사진에 대한 세세한 관심이 크지 않아 필름을 들고 사진관을 찾아 아무것도 묻지 않고 현상과 인화를 맡겼다. 디지털 사진 시대가 도래하고… 더보기

내 마음은 내 마음대로

댓글 0 | 조회 1,840 | 2013.12.11
자기 마음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나요 라는 말들을 합니다. 그것은 기분이 안 된 것입니다. 자기 마음을 자기 마… 더보기

뉴질랜드 건축

댓글 0 | 조회 5,509 | 2013.12.11
어렸을 때 학교에서 사람이 살기 위해 가장 기본적 세가지 요소로서 의식주를 배운 것이 기억난다.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옷(의), 사람이 활동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더보기

한국대학 어학 특기자 전형 폐지

댓글 0 | 조회 3,087 | 2013.12.11
과거 약 5년 이상 뉴질랜드에서 유학생이거나 재외국민 수험생에게 한국대학 진학을 위한 주 관문이었던 어학 특기자 전형이었는데, 현재 고2 학생(Y12)들이 대학에… 더보기

나는 이럴때가 좋습니다

댓글 0 | 조회 2,167 | 2013.12.11
이럴때가 차라리 좋습니다 구경꾼들 사이에서 조련사의 지시에 맞춰 물밖으로 뛰어나오고 맛있는 과자를 먹겠다고 소리도 냅니다. 그들의 막연한 순수함이 좋습니다. 하지… 더보기

나도 몰라주는 내 아픔

댓글 0 | 조회 2,100 | 2013.12.11
경미씨는 부쩍 생각이 많아지고 불안하다.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아서 더욱 많은 생각을 해보지만 불안 초조가 심해질 뿐이다. 남편에게 자신의 불안한 생각을 말해… 더보기

좋은 소식

댓글 0 | 조회 2,231 | 2013.12.10
수십년 담배를 피우며 단 한번도 금연을 시도해본 적이 없었는데 담배를 끊지 않으면 곧 태어날 손자를 볼 수 없다는 말에 얼마 전 숨을 헐떡거리며 금연 커뮤니티를 … 더보기

키 크는 생활습관 10계명(Ⅰ)

댓글 0 | 조회 3,232 | 2013.12.10
최근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잘 생긴 얼굴보다 ‘롱다리’를 가진 늘씬한 사람이 선망의 대상이다. 얼굴은 성장하면서 그 모습이 크게 바뀔 뿐만 아니라 약간의 결… 더보기

잃어버린 낭만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2,800 | 2013.12.10
풍류(風流)를 좋아하는 우리는 모이면 술을 곁들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야 직성이 풀린다. 예로부터 음주가무(飮酒歌舞)라는 말이 전해져 오고 술 익는 마을 마… 더보기

Roast busters들의 성폭력, 불구경할 일인가?

댓글 0 | 조회 2,187 | 2013.12.10
11월 중순 경 퀸스트리트에서 Roast busters, 잘못된 성폭력문화, 성폭력 희생자를 비난하는 분위기, 그리고 경찰의 대응하는 자세에 항의하는 시위가 있었… 더보기

여름철 불청객 - 설사(diarrhea)

댓글 0 | 조회 3,378 | 2013.12.10
더운 여름철 상한 음식을 섭취했거나 냉한음식 및 과음, 소화불량 등으로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장이 짧고 담즙분비가 약한 경우 묽은 변을 자주 보고 하루에도… 더보기

뉴질랜드스러운 야외용 취사도구들

댓글 0 | 조회 4,460 | 2013.12.10
앞서 배취에 대해서 말했듯이 자연속에서 살자면 전기의존도도 줄이고, 빗물을 모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럼, 아침으로 토스트를 즐기는 키위들이 사용하는 토스터… 더보기

Use Your Club

댓글 0 | 조회 2,553 | 2013.12.10
골프에는 영원한 승자란 없는것 같다. 마지막 18번에서 장갑을 벗어 봐야 우승자를 가린다는 말이 실감나게 해 준 또 하나의 경기가 있었다. 지난주 막을 내린 호주… 더보기

자존감이 낮은 아이(Ⅱ)

댓글 0 | 조회 2,907 | 2013.12.10
자존감이 낮은 아이의 원인 아이들에게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보통 아이들을 훈육하기 위해 야단을 치거나 잔소리를… 더보기

내 안의 정원사

댓글 0 | 조회 2,221 | 2013.11.27
엊그제 오후에 둘째가 잡초를 뽑겠다고 목장갑과 고무장갑을 찾았습니다. 이사를 하려고 생각하니 정원과 마당에 있는 잡초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나 봅니다. 둘째의 뇌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