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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개 2,506 박지원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어처구니없다, 라는 말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처구니 없다, 라는 것은 감정의 한 종류니까요. 제가 지금 감정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는 상태일까요?

나는 말을 멈추고 하얀 색 컵을 둥그런 테이블 위에 잠시 내려놓았다. 하얀 색 컵은 이빨이 하나 빠져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는 컵 안에 잘 담기어 있었다. 자신의 윗이빨이 조금 나가도 컵은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사실 전과 다르게 굉장히 피곤했습니다. 자주 코피가 난다거나, 머리가 빠진다거나. 이러다가 죽을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머리가 무겁기도 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 병원에 가기로 한 날이 오늘이었습니다. 거리의 아침에는 새가 울고, 전날 내린 비가 마르지 않은 탓에 아스팔트 위는 조금 젖어있었죠. 아무튼 저와는 달리, 풍경은 평범했다는 말입니다. 

저는 망고빛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걷는 사람들과, 앉아 있는 사람들, 뛰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은 걷거나 앉아있거나, 뛰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무력해지고 허무해지는 길은, 표면의 단순함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일체의 상상력 따위는 배제한 채, 그저 쳐다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잘 정제된 차처럼 여겨집니다. 쌉싸름한 삶의 냄새. 저는 이러한 것을 때때로 즐깁니다. 벤치 위에서, 창가에서, 그리고 아까처럼 택시 안에서.

나는 다시 말을 멈추고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기 위해 탁자 아래에 있던 손을 들었다. 그러다 1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는 사실을 알고 한숨과 함께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병원에 가던 중 저는 철학원을 보았습니다. 하늘을 향해 무서우리만치 뻗어있는 고층빌딩 사이에, 다 쓰러져가는 기와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한 쪽 모서리가 뜯겨져 나간, 밤에는 보이지도 않을 옛날식 간판 위에 “철학원” 이라고, 짐짓 점잖은 궁서체로 표기가 되어있었죠. 위태로워 보일 지경의 기왓장들 사이에는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이끼들이 무성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광경이었고, 가뜩이나 무거운 머리 위로 - 더욱 무거워지는 공기가, 그 지점에서 발산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사님 죄송합니다. 여기서 세워주세요.

택시 문을 닫고는, 곧장 그 철학원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 철학원을 가기 위해서는 낡은 시멘트 계단을 올라가야했습니다. 마치 온 힘을 다해 가래침을 뱉어도 시원하지 않을 듯한 기가 계단에서 느껴졌습니다. 깨진 시멘트 사이로, 살겠다고, 잡초가 자라나있었고, 마침내 그 철학원을 볼 수 있었습니다. 풀들이 너무도 무성해 숲처럼 울창한 마당이 이 곳이 도시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처마의 끝에는 풍경이 달려있었는데, 추가 떨어졌는지 흔들거리만 할 뿐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언어를 잃은 풍경과, 나무 몇 개를 잃은 툇마루에, 참 뜬금없게도, “OPEN”이라고 파란색 글씨가 적혀진 하얀 아크릴 판이 미닫이 식 문고리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습니다. 문풍지가 아닌 짙은 색깔의 유리로 문살을 막아놓은 것도 신기했습니다. 

노크를 할까, 하다가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가니, 노인 한 분이 앉아계셨습니다. 푸른 계량한복 차림의 노인이 다짜고짜 손을 내밀었습니다. 얼떨결에 악수를 했습니다. 노인이 펜과 종이를 던져주었고, 사주인가? 싶어서 사주를 적어서 주었습니다. 노인이 혼자 중얼중얼, 하늘을 보고 혼자 중얼거리더니, 다시 나를 향해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라서 사실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초년운이 좋지 않다. 얼굴 상에 역마가 낀 것도 문제이다. 말년운이 아주 좋다. 이제 30살이라고 했지? 이제부터 잘 될 꺼다 등등. 

머리가 더 아파왔습니다. 이상한 기감에 이끌려 왔건만 시간낭비만 한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복채를 준 후 그 방을 나왔습니다. 30살부터 잘 될 거니까 걱정마시고. 노인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뭔가 더 기분이 나빠져,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다시 도시로 돌아온 기분으로, 버스 한 정거장 정도를 걸어 하얀 색 페인트가 가득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4시간 정도만 기다려줄 수 있겠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너는 이제 다 비워진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커피잔에는 옅은 원두의 갈색이 얕게 깔려있었다. 너는 양손을 들어 마른 세수를 하고 정면을 응시했다. 

하얀 병원과, 숲 같던 철학원. 그 사이에 아무 것도 없을 것 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 무엇인가 있던 것 같은 이 기분은 무엇일까요? ..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삶이 아무리 찬란하다해도, 배설과 식욕, 수면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진부해지며, 결국은 죽음이라는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을. 죽음이라는 것도, 한 공간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누군가가 그 공간을 다시 채워놓을 것이라는 것을. 제 아무리 30부터 잘 될 거라 해도, 의학의 건실함 앞에선 어떤 심리적 위안도 변명에 불과할 수 밖에 없을까요? 이제 30이 되려면 한 달이 남았는데, 그럼 한 달 뒤부터 잘 되는 건가요? 그 때까지 살아있기나 할까요? (헛웃음) 죽음이라는 견실함.. 예상치 못하게 지워질 삶 앞에, 그 기와집처럼 빠져가는 이 머리카락들을 보세요. (남자는 이제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짜듯 뽑아낸다. 이내 수북하게 빠진 힘없이 하늘하늘한 머리카락들이, 테이블 위에 스러진다) 

클림트의 <프리즈 베토벤> 모사화가 걸려있는 카페. 천장의 전구가 시계추처럼 좌우이동한다. 노란 조명이, 남자의 그림자를 이 편에서 저 편으로, 저 편에서 이 편으로 다시 이동시킨다. 클림트의 그림 위에 검고 또렷하게, 때로는 자욱하게 흔들거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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